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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웃음이 경쟁력이다

NEW 웃음이 경쟁력이다

  • 박성숙
  • 2008-07-16
  • 45590

웃 기는 야채가게가 있다. 총각들이 장사를 하는 ‘총각네 야채가게’. ‘총각’들마다 고객이 쉽게 부르고 욀 수 있는 이름이 있고, 큼직하게 이름표를 만들어서 목에 걸고 다닌다. ‘대빵’, ‘리장’, ‘아프리카’, ‘변강쇠’, ‘마당쇠’, ‘재수생’ 등. 사장총각이 맞선을 봤다고 해서 ‘맞선기념 대박세일’도 하고, 수능생을 위한 ‘합격기원 특별판매’도 한다. 총각들이 고등학생 제복을 입고 익살스럽게 아줌마들을 맞는가 하면, 만우절에는 모두 여장을 하고 깜짝 쇼를 벌이기도 한다. 가게 안 진열장에 있는 푯말도 아주 재미있다.


이문세가 젤 좋아하는 채소 - 당근

요리에 빠질 수 없죠 - 양파

오메 징하게 맵네 - 청량고추

멸치랑 볶아 주세요 - 꽈리고추

콩밥(?) 먹은 사람 성인병 걱정 없네 - 강낭콩

어머, 쪽팔려 - 쪽파


서 울 강남 대치동에 있는 총각네 야채가게는 18평 조그만 땅덩어리에서 100억이 넘는 매출액을 올린다. 우리나라 소매점 중 평당 매출액이 가장 높다고 한다. 아침에 들여다 가득 쌓아 놓은 과일 상자도 오후 되면 언제 있었느냐는 듯이 거뜬히 사라진다.


미 국 시애틀 파이크 플레이스(pike place)에는 정말 웃기는 생선가게가 있다.이 가게에서는 하루 종일 이벤트가 벌어진다. 가게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가만히 있질 않는다.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박수도 치고 요란 법석이다. 생선을 주문하면 그냥 간단히 포장해 주는 것이 아니다. 왼쪽에서 생선을 오른쪽으로 던지면서 “뉴욕에서 LA로 갑니다”고 외친다. 오른쪽에선 생선을 다듬고 포장하면서 “헐리우드로 갑니다”고 외치면서 한바탕 공연을 하고 마지막으로 손님에게 건네준다. 그래서 이 생선가게는 온종일 찾는 손님으로 붐빈다. 생선을 사러오기도 하고 그냥 구경오기도 한다. 지금은 회사 직원연수코스로도 자리를 잡았다.


미 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Southwest Airlines) 직원들은 하루 종일 재잘거리고 떠들며 일한다. 다른 항공사 직원들이 근엄하게(?) 일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들은 그러다보니 기내에서 안전수칙 안내하는 것도 가끔 웃긴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안내를 하는가 하면, 하모니카를 불기도 한다. 승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란다. 1971년 출범한 이 회사는 30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항공사의 품질을 말하는 정시출발, 정시도착, 화물분실율, 고객만족도 등에서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고, 포츈지가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일터’에 수차례 10위권을 마크하였다.


야 채가게, 생선가게, 항공사 같은 서비스업에서만 웃기는 것이 아니다. 중장비를 만드는 창원의 어떤 회사에서는 기계주문을 받으면 그 기계에 이름을 지어준다. ‘춘향이’가 되기도 하고, ‘이미자’가 되기도 한다. 그 기계 책임자는 ‘아빠’되고 전기기사, 안전기사는 홈닥터가 된다. 아빠는 춘향이와 이미자를 매일 매일 돌보고, 마치 산모가 새 생명을 잉태하듯이 정성을 기울인다. 제품이 완성되어 출하할 때 그들은 ‘시집보낸다’ 고 한다. 그리고 시집보낸 아들, 딸들이 잘 있는 지 사돈댁에 종종 전화를 하고 방문도 한다. A/S를 하는 것이다.

공 장안을 온통 식물원, 동물원 같이 만든 곳도 있다. 혁신 활동으로 새로운 공간이 생기면 거기에다 다른 시설을 놓는 것이 아니라, 휴게실도 꾸미고 꽃도 가꾼다. 꿩도 기르고 토끼도 사육하고 심지어는 사슴까지 불러들인다. 점심시간이나 일과 후엔 운동도 하지만, 연주회도 한다. 장기자랑도 하고 유머대회도 한다. 가장 행열도 하고 마술쇼도 펼친다.

디 지털 시대가 되면서 조직의 문화가 바뀌고 있다. 규칙과 표준과 통제를 중시하던 관료적인 문화에서 유연성과 다양성과 감성을 중시하는 창조적인 문화로 가고 있는 것이다. 기능성을 중시하던 문화에서 차별성을 중시하는 문화로 전환되고 있다. 고객들은 이제 단순한 자동차와 TV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자동차와 개성 있는 TV를 원한다. 멋있고, 재미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멋 있고, 재미있고, 차별화된 것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가 그것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천편일률적인 제복을 벗어 던져야 하고, 넥타이도 풀어야 한다. 아예 정장을 입지 말고 캐쥬얼을 권장하기도 해야 한다. 일사분란하게 앉아서 사장의 훈시를 듣는 문화에서는 창의성이 생길 수 없고 상상력이 피어나질 않는다. 셔츠 바람으로 둥글게 앉아서 상 하간에 토론을 벌여야 한다. 더러는 호프집이, 때로는 찜질방이, 그리고 가끔은 목욕탕이 회의장소가 되어야 한다. 웃음이 있어야 하고, 재미가 넘쳐야 한다. 그래야 업무몰입도도 높아지고, 창의적인 생각도 떠오른다.


신 세대들은 좀 성미가 급하다. 그들은 또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어디에 매어있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재미없는 직장은 쉽게 포기한다. 잘 나가는 대기업에 취업한 신세대들이 회사에 며칠 나가고는 금방 사표를 쓴다. 왜냐하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책임감과 충성심과 성실성을 강조하는 보수적인 부모의 눈에는 걱정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제는 대세가 되었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미있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재 미있는 일터를 만들고 Fun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의 리더가 재미있게 해야 한다. 뭐 기발한 재주를 발휘하기보다는 딱딱한 분위기를 누그러 뜨리면 된다. “우리 차 한잔 하고 시작할까?”라고 말하거나, “이번 주말에는 영화한편 보면 어때?”라든가, “우리 사무실을 좀 예쁘게 꾸밀 수 없을까?”하는 제안을 하면 된다. 사원들의 참여 또한 절대적이다. 리더가 다 주도할 수 없다. 아무리 리더의 마음이 열렸다고 해도 나이든 리더에게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사원들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그들로 하여금 아이디어를 내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게 하면 된다. 그들로 하여금 고객 접대를 생각하게 하면 저절로 부드러워지고 저절로 유머가 생긴다.        


재 미있는 일터가 문화로 자리를 잡으려면, 한걸음 더 나아가 사람을 채용할 때부터 재미있는 사람, 긍정적인 사람, 남을 웃길 줄 아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남을 웃기는 재주가 없더라도 남이 웃길 때 웃을 줄 아는 사람도 중요하다. 어찌 보면 웃기는 사람보다 웃을 줄 아는 사람이 더 중요할 지 모른다. 그런 사람이 긍정적인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 조직을 살리는 사람이다.

Fun 경영, 그냥 재미로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일터, 한번 해 보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조직의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인간존중 6호 특집笑門萬福來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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