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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상수원구역 공장규제 완화 안 된다

NEW 상수원구역 공장규제 완화 안 된다

  • 구자영
  • 2008-07-22
  • 33713

환경부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광역상수원 20㎞(지방상수원 10㎞), 취수장 15㎞ 이내’에 공장입지를 금지하고 있는 것을 ‘취수장 7㎞ 이내’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혜택을 보는 주민들도 있을 것이고, 지역경제에 다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이런 효과를 몰라서 규제를 했을까.

현재 상수원보호정책은 부족한 점도 있고 개선할 점도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주민들의 불편과 희생에 대해 좀더 세심한 배려도 필요하다. 상수원보호 규제는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어려움, 기업의 부담능력과 행정적인 능력, 수도권지역과 다른 지방 주민들의 감정 등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상수원이 절대 부족하고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한 우리나라는 보호구역 안의 공장입지제한은 불가피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현재의 상수원 주변의 공장입지제한, 오염행위 금지 등 사전예방정책에 대해 국민의 83%가 적절한 조치라고 응답했고, 경제활성화를 저해하는 규제로 보는 의견은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상수원보호정책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국민적 동의가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상수원보호지역에 다수의 공장이 세워질 수 있게 됐다. 이명박 정부가 환경규제를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전봇대로 생각하고 뽑은 것이다.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안감이 높은 상황에서 상수원 보호를 강화하기는커녕, 국민 절대다수의 여론을 거스르면서까지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니 완화하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물론 스스로 기업친화적 정부를 선언한 만큼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 한반도대운하 건설 후에 배후개발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지능적인 사전조치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요지에 땅을 확보해 둔 소위 ‘강부자’들에게는 대박을 안겨 줄 것이고, 토지 투기 세력들에게 엄청난 ‘기회의 땅’을 제공할 것이다.

더구나 이번 조치가 오직 상수원보호규제 완화만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그것도 거버넌스를 중시하는 시대흐름과 달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이명박 정부가 오만한 것인지, 무지한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분명하게 밝히기 위함일까. 어쨌든 환경규제는 강화하고 다른 규제는 완화하는 국제적 추세와 거꾸로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전봇대도 아무거나 뽑으면 정전사태가 온다. 화재가 매일 발생하지 않는다고 소방서 없애는 격이다. 그런 사고방식 때문에 남대문소실과 태안기름오염사건이 터진 것이다.

과거에는 비양심적인 기업과 생활하수가 하천의 오염원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부의 국책사업, 정치집단들의 특정 정책이 환경훼손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번 상수원보호 완화조치, 그리고 이보다 수돗물 안전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대운하사업 역시 국민들의 정치적 선택 때문에 가능해졌다. 그런 점에서 수돗물의 안전성 대신 기업활동 촉진과 토지가격 상승을 선택한 정부정책에 대한 수용 또는 반대는 더 이상 환경단체만의 몫은 아니다. 일자리창출에 도움이 되는 수준의 기업친화정부를 기대했지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협을 허락한 것은 아니라면, 그런 국민들의 뜻을 여러 방식으로 정치적으로 표출하는 것만이 이명박 정부의 궤도이탈 질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수돗물도 정치이기 때문이다.

 -  서울신문 2008.03.13 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