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아주인칼럼

올해의 필즈상

NEW 올해의 필즈상

  • 박성숙
  • 2008-07-16
  • 38903
ICM(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은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수학자들의 학회로 100년이 조금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02년에는 북경에서 열리고 올해에는 스페인, 그리고 다음에는 인도에서 열릴 예정이다. 올해열린 ICM은 8월 22일부터 30일까지 마드리드에서 열렸는데, 수학은 물론이고 오래전 스페인 출신 친구와 함께 먹어서 좋아하게 된 빠에야(스페인 쌀요리)와 하몽(돼지다리 생으로 말린 것)을 기다리며, 그리고 그 유명하다는 프라도 미술관을 기대하며 18시간 걸리는 비행기를 탔다. 무엇보다도 ICM의 가장 큰 행사는 필즈메달 시상식이다. 필즈상은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하는데, 매번 2~4명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아니 4년에 한번이니 노벨상보다 더 귀한 것일 것이다. 뛰어난 논문 한 편에 대해 주는 것이 아니라 수상자의 수학적인 전체 업적에 대해 주는 상이다. 이번에는 스페인 국왕이 나와서 직접 수여하였는데 4명이 공동수상하게 되었다. 기하학의 Perelman(Russia), 해석학의 Tao(Australia), Okounkov(Russia), 그리고 확률론의 Werner(France) 4명이다.
올 해는 처음으로 확률론 분야에서 필즈상을 받아서 21세기 수학의 방향을 말해 주기도 하였다. 올해의 수상자들 가운데 우선 두 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수상자 Perelman이 푼 문제는 프앙카레(Poincare, 1854-1912) 추측으로 거의 100여년 간 풀리지 않은 문제이다. 21세기가 시작할 때 미국 클레이 연구소(Clay Institute)에서 밀레니엄문제(Millenium Problems)로 내 놓은 7개 문제 중 하나이다(이 문제들을 풀면 각 문제마다 100만불의 상금을 내 걸었다). 문제를 쉽게 이야기해 보면, 3차원 밀폐된 공간에서 모든 밀폐된 곡선이 수축되어 하나의 점이 될 수 있다면, 이 공간은 원구로 변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분야의 수학자들이 오랫동안 풀려는 욕심이 있었던 문제이다. 위상수학의 문제이나 위상수학보다는 기하, 혹은 편미방 등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야 풀릴 것이라고 생각해 왔었으며, 해결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 문제였다. 약 3년 전에 Perelman은 그의 증명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그때까지 많은 수학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했으나 틀린 적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수학자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젊었을 때부터 상당히 존경받는 수학자였고, 그동안 커다란 오류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논문을 캐내기 시작하였다.
이 번 학회에서 그의 결과를 설명한 Hamilton 교수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거의 1000페이지에 달하는 논문을 쓰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 시작하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피해가기에는 너무 흥미로운 문제”였다고 말했다. Perelman의 결과를 이용한 논문이 2편이나 나와 있어 이제 거의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그의 결과가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밀레니엄 문제 중 처음으로 풀리는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다.그렇게 영예가 되는 상인데도 Perelman은 수상하기를 거절하고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논문을 인터넷에 올린 후에 미국의 대학에서 그를 초청하여, 프린스턴 대학 등 여러 대학을 돌아다니며 본인의 결과를 설명하였다. 그는 그의 결과가 미국 Hamilton 교수의 Ricci흐름에 관한 결과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항상 말했으며 Hamilton 교수를 “나의 선생님”이라고 하며 그에게 많은 영예를 돌렸다. 그는 1966년생으로 올해가 Fields Medal을 받을 수 있는 연령자격(40세 이하)으로 마지막 해이었다. 상당히 조용하고 겸손한 사람으로, ‘세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그런 사람이라고 한다. 그가 러시아로 돌아간 후에 그가 속해있던 소련의 저명한 연구소 Steklov Institute를 사직하고 사라져 버렸다. 그는 동료들에게 여유가 있으면 집 근처 숲속에서 버섯을 캐면서 지낸다고 했으니, 요즈음도 버섯을 따러 숲을 다니며 또 하나의 밀레니엄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은 아닐까? Clay Institute에서 주게 될 100만불 상을 그가 받을 것인가?
Terry Tao는 중국계 오스트레일리아 인으로 지금은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at Los Angeles(UCLA) 교수이다. 그는 현재 31살인데 그의 부인이 한국인 2세로 알려져 있다. 그의 홈피는 수학의 여러 분야를 연결하는 역할로 이미 수학자들 사이에서 자주 찾아가는 사이트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풀어 낸 문제도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문제였다. 즉 “소수(prime numbers)들의 집합 속에 100만이나 1000만개 길이, 즉 임의로 긴 등차수열이 존재 하는가?”라는 문제이다. 소수들이 커질수록 얼마나 드문드문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 문제의 어려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렇다”라고 증명을 하였다. 이 문제는 소수들의 집합에 관한 문제이나, 해결하는 방법은 소수들과는 아주 거리가 먼 확률공간에서 일어나는 성질들을 이용하였다. 그는 문제들을 꿰뚫어 보는 능력의 소유자이다. 물론 이런 능력은 그의 말대로 오랫동안 생각해보고 그리고 수학을 ‘만들어’ 보는 것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의 강연 제목은 “structured vs psuedo-randomn”로 증명에 필요한 성질을 이끌어 내기 위한 그의 관점을 소개하였는데, 나와 가까운 분야여서 강연을 훨씬 더 즐길 수 있었다. 여러 분야를 섭렵한 그의 지식이 빛나는 강연이었다. 그의 수학적 관심 중 하나는 구조를 가진 것과 무작위인 것(structured vs random)과의 차이를 밝혀내는 수학적 방법을 찾아내는데 있다고 하면서, 많은 어려운 문제의 경우 다른 분야에서 아이디어와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수학이 좀 더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하고 싶다고도 하였다.
곧 2학기가 시작인지라 너무 피곤할까봐 걱정이 되어 망설이며 마드리드로 떠났는데, 강연들을 들으며, 그리고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온 수학자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안부를 들으며, 수학을 이야기하며 즐거웠다. 그리고 이제 막 국제무대에서 날기 시작한 한국 수학의 발전을 위하여 “한국 수학인의 밤”을 마련하였는데, 많은 외국 수학자들이 참석하여 성황리에 진행된 것도 참석자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한국에서도 이러한 학회가 곧 개최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나는 언젠가 우리 학교 졸업생 중 누군가가 이러한 상을 받게 되면, 혹은 100만불의 상금을 받게 되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다시 꼭 참석하리라고 생각하며, 그리고 이번 학기 가르칠 과목들을 다시 한 번 구상해 보며 29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자연과학부 수학전공 고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