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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석유위기와 사회통합

NEW 석유위기와 사회통합

  • 구자영
  • 2008-07-22
  • 32029

유가 고공행진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지난 5년 간 5배 오른 국제유가는 이제 배럴당 130달러대를 넘고 있다. 배럴당 200달러 유가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을 지나치다고 나무랄 용기도 없다. 걱정하던 에너지 위기가 이미 온 것 같다. 유가수준이 120달러 이상이면 실질가격 기준 1989년 종전 최고가격 수준을 넘게 되므로 위기로 보아도 좋다.

 

이미 위기의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식량 등 천연자원 가격급등과 경제 전반에 걸친 생산성 저하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입물가도 전년 대비 50% 이상 올랐다. 고유가 ‘피로’ 누적 현상이 바야흐로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국제금융위기 이래 범세계적 불황뿐 아니라 유가 추가상승이 예고되었다. 지난해까지 국제 유가상승은 70%쯤이 수요증가에 의한 것이고 나머지 30%가량은 공급차질에 의한 것이었다. 지난 70년대 석유 위기 경우와는 정반대의 상승구조를 가진 것으로 전문기관이 분석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요즘 유가상승 추세는 갈수록 70년대 경우와 닮아가고 있다. 석유 위기 도래의 또 다른 증거일 것이다. 위기 지속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원유전량 수입국인 우리나라의 처지는 불문가지이다. 지난해까지 유가 10달러 상승은 우리 국제수지적자 80억달러 내외, 성장률 하락 1% 정도, 2% 내외 물가상승을 유발했으나 앞으로는 더 큰 불황과 물가급등 현상을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4%대 저성장, 5%대 이상의 고물가에다 사회갈등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빈곤계층일수록 에너지 비용의 상대적 과다지출로 더 많은 고통을 받는 속칭 ‘에너지 빈곤’(Energy Poverty)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 비용이 소득의 10% 이상인 에너지빈곤 가구가 이미 전체 가구의 7%를 넘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고유가시대에 대체재가 거의 없는 생존 필수재화인 에너지 시장의 특징이다.

 

이를 재확인하는 것이 지난 18년간 물가가 2배 오를 때 휘발유는 5배, 경유는 10배가량 올랐다는 통계청의 발표이다. 특히 화물차와 영세기업들의 ‘생계형 연료’인 경유가격 급등이 에너지 빈곤 문제를 더 가중시킬 수 있다. 수요 확대가 더 큰 경유가격의 상대적 급등은 완전 국제 개방된 국내시장 여건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 역시 일정 부분 이해될 수 있다. 고유가 시기일수록 생존필수재인 에너지의 공공재적 기능을 더욱 존중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장실패 보완을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구축을 위한 중요한 논리적 기반이 된다. 따라서 적절한 수준의 정부 재정기능의 도입은 언제나 합리화될 수 있다. 예컨대 30조원에 가까운 유류세제의 전반적 조정이 어렵다면 전체 지출의 40%를 점하는 교통세 비목의 지출 목적을 변경하여 당분간만이라도 도로건설 대신 경유 소비자들이 겪을 에너지 빈곤 문제 해결에 전용할 수 있다. 에너지란 본래 따뜻한 것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모두 조금씩 양보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 경향신문 2008.05.27 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