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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소통의 시대’ 열어야 할 18대 국회

NEW 소통의 시대’ 열어야 할 18대 국회

  • 구자영
  • 2008-07-22
  • 31738

이틀 후 30일이면 18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다. 폐업을 앞둔 17대 국회는 의정 사상 최초로 총선 후에도 낙선의원까지 참석하는 임시국회를 열어 시급한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안을 제출해 표결 끝에 부결하더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해 임기 마지막 날인 29일까지 국회를 연단다. 헌정 사상 가장 열심히(?) 일한 국회로 기록될 듯하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던 국회는 결국 본회의 한번 제대로 열지 못하고 파행으로 치닫고 말았다. 끝내 극단적인 여야 대립과 갈등 속에서 수많은 민생법안을 폐기한 채 여당 단독 국회로 막을 내림으로써 국민들은 벌써부터 새로 출범하는 18대 국회가 과연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17대가 국회도 출범할 때 국민의 기대가 컸다. 비록 2004년 3월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여파로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얻긴 했지만 여당이 선거를 통해 안정적인 의석을 차지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더구나 대대적인 정치권 물갈이로 초선 의원 비율이 62.5%에 달해 국민들은 국회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것으로 사뭇 기대했다.

 

물론 수치상으로 보면 17대 국회는 이전 국회에 비해 왕성한 입법 활동을 한 것 같다. 입법 활동의 대표적인 기준인 의원 발의 법안 처리 건수가 3250건이 넘어 16대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외형적인 모습과는 달리 17대 국회가 임기 말까지 파행으로 치달은 것은 여야 간은 물론 소속 정당 내에서조차 의원들 간에 소통이 제대로 되지 못한 탓이다. 이로 인해 민의의 대변은커녕 입법 활동도 원활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회는 기본적으로 말을 통해 상호 소통하는 회의 공간이다. 영국에서 의회는 파러먼트(parliament)로 불리고 있으니, 이는 '말하다'를 뜻하는 파를레(parler)에서 유래됐다. 국회는 유권자의 선택으로 선출된 국민의 대표들이 모여 입법행위를 한다. 그 과정에서 의원들은 말을 통해 토론과 협상을 하고, 이런 결과를 법안의 형태로 만들게 된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행한 의원들의 발언은 면책권이 주어지며, 회기 중엔 현행범 이외에는 체포나 구금되지 않는 특권까지 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18대 국회는 우선 소통이 잘되는 국회가 돼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은 물론이고 행정부, 시민사회와의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여야 정당 간의 소통뿐만 아니라 소속 의원 간의 소통도 중요하다. 국회는 소통의 주체가 돼야 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한미 FTA 비준, 학교 자율화 등도 국회의 각종 상임위가 토론의 주무대가 돼 여과 없이 국민 여론을 수렴해 발전적인 정책 대안을 이끌어내야 한다.

 

입법권은 국회가 가진 고유 권한이다. 국회는 입법행위를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또한 정책 수행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입법행위는 바로 여야 간 정책 경쟁과 의원들의 의정역량에서 나온다. 18대 국회의원 대부분은 의정 사상 처음으로 소속 정당에 총선 후보공천 신청 때 매니페스토 방식에 의한 의정활동 계획서를 제출했다. 의정활동 계획서를 꼼꼼히 다시 살펴 이를 실행에 옮김으로써 생산적인 국회로 이끌어야 한다. 4년 후에는 마땅히 이를 토대로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국회성공 시대는 국민성공 시대를 의미한다. 지금과 같이 국회가 국민과는 물론 여야 간에도 말길이 막혀 의정활동에 실패한다면 국민성공 시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국회가 성공해야 국민이 성공한다.

- 세계일보 2008.05.27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