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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스수출국기구(GECF)

NEW [칼럼] 가스수출국기구(GECF)

  • 이지윤
  • 2013-08-07
  • 27283

우리는 모든 에너지문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발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지난 70∼80년대 석유파동 유발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OPEC라는 카르텔(Cartel)의 비합리적인 행동양태 때문에 고통 받았다는 피해의식이 많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땅속 기름 밖에 의지할 곳이 없는 척박한 사막의 소수 인종들이고 생존자위수단이 석유파동이었다는 인식도 생긴다. 그런데 요즈음 새롭게 관심을 끄는 것은 가스수출국포럼(GECF: Gas Exporting Countries Forum)이다. 러시아 등 13개 가스수출국과 4개 옵저버 국가로 이루어진 이 포럼은 2년 전 출범 이래 공동행동규약 등 ‘카르텔’(CARTEL) 기능은 거의 없었으나 최근 달라지고 있다.

지난 7월 1일 모스크바에서 제2회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한 층 진전된 공동행동기준을 제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그 내용은 (1)회원국 이익보호를 위한 GECF기능 강화 (2)특히 국제 가스무역에서 공정(Fair) 원칙 준수 (3)장기 계약 우선 및 석유가격 연동 가스가격결정방식(Indexation)의 옹호 (4)글로벌 가스개발 및 활용시장 확대 지원 (5)가스시장 관련자 간의 대화 및 협조확대 등이다. 이러한 공동 성명서의 바탕을 이루는 인식은 환경보호에 필수적인 청정연료 대표주자인 천연가스의 역할이 갈수록 강화되어 속칭 ‘가스 황금시대’가 도래한다는 사실과 함께 회원국들이 세계 가스자원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러한 자신감과 함께 일말의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미주 대륙을 중심으로 셰일가스라는 비(非)전통적 천연가스 양산체재 구축으로 전통적 천연가스 생산·보유국들인 GECF회원국들에게 경쟁재 출현에 따른 위기의식을 고취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지에 셰일가스 부존이 많다는 사실은 기존 전통가스시장의 상실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미국은 자국산 셰일가스 증산으로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의 파이프라인 가스수입 뿐 아니라 미래 수요충족을 위해 계획 중이던 LNG수입마저 중지하였다. 여기에다 미국은 일본, 한국, 중국 등지에 대한 LNG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 천연가스가격은 지난 5년 간 거의 1/3로 하락하여 세계 가스가격의 대변환(하향 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시장을 상실한 캐나다 등도 아시아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가스시장에서 경쟁구도 출현은 결국 GECF 회원국시장 축소를 의미할 수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기존 가스시장의 중심인 유럽의 경제위기로 축소된 가스수요는 2020년까지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GECF포럼에서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한 국가가 러시아와 알제리라는 사실이 이해가 된다. 이 두 나라는 만약 유럽이 셰일가스를 개발하거나 수입한다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국가이다. 더구나 러시아는 세계질서 형성의 2대 주도국으로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만 않기 때문에 러시아나 가스수출국기구의 고민이 있고 일견 강경자세를 취하는 배경이 되는 것 같다. 동북아 가스시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하여도 러시아 가스의 대체재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셰일가스 뿐 아니라 타이트 오일 그리고 저가 석탄 등이 등장하고 있다. 더구나 세계 에너지질서 중심이 기존의 중동과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이전된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이런 여건 아래 우리는 가스수출국기구(GECF)가 제2의 OPEC가 될 것인지, 혹은 적정 에너지 믹스 가능성을 확대시켜주는 고마운 존재가 될 것인지를 예의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시스템학부 명예교수 [가스신문 2013.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