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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진짜 석유 위기가 오고 있다

NEW 진짜 석유 위기가 오고 있다

  • 구자영
  • 2008-07-22
  • 32085

국제유가는 이제 배럴당 130달러대를 넘어 200달러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의 공식적 언급과 세계적 투자자문사인 골드먼삭스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본격적 석유 위기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경제학의 논리에 의하면 지난 5년간 고유가 시대가 지속되었지만 석유 위기는 없었다. 위기란 단기간 내 가격과 수급 여건이 급격히 변동하면서 경제사회의 건전 성장에 왜곡을 동반해야 한다. 지난 5년간 중대한 수급 차질은 없었다.

 

그래서 관련 학자들은 ‘석유 위기’라는 단어의 사용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특히 지난 1개월간 국제석유시장 움직임을 보면 더욱 그렇다. 2005년 배럴당 50달러, 2006년 60달러, 2007년 70달러 수준을 보여온 OPEC 평균유가는 지금 120달러 수준에 있다. 이는 지난 16개월간 150% 이상, 올 들어 70%, 지난 한 달간 20% 이상 오른 셈이다. 공급 쇼크가 없는 상황에서 가격상승폭은 1970년대의 위기와 갈수록 비슷해지고 있다.

 

단기 유가 상승의 충격은 이미 90년 상황을 넘어 최악의 위기라던 73년 상황에 근접하고 있다. 여기다 OPEC의 증산 거부, 일부 산유국의 정정 불안 등으로 세계 원유 생산의 여유분이 적정 수준의 절반 이하인 200만 배럴 수준에 달해 시장의 급변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것이 석유 위기 도래의 첫 번째 증거다.

 

두 번째는 ‘시장의 힘’이 가격 결정 과정에서 한계를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달부터 미국의 원유 및 천연가스 재고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4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석유수요량이 3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가격 기능’이 시장의 힘으로 작용하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난달 이후 석유 가격은 종전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근본적으로 중국을 비롯한 비OECD 국가들의 올해 석유 수요가 3.7%(하루 13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실물자산 선호 현상과 투기수요 지속 등 기존 강세 요인들의 영향력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세계석유시장의 주도권은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신생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자원민족주의가 가세하면 석유시장의 실패는 당연한 것으로 봐야 한다. 만성적으로 석유 위기가 지속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 한 예가 2016년 12월 인도 선물가격이 12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장이 향후 8년간 고유가가 지속될 가능성을 수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본격적인 석유 위기의 또 다른 증거는 불황과 고물가 현상이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이론상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심각한 경기 둔화의 가능성이 크다. 과거 석유위기의 궁극적 후유증은 스태그플레이션이었다. 지난해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의 국제 금융위기와 글로벌 원자재 가격 인상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이 바로 위기 발생 초기단계다.

 

 이와 함께 고유가 사태는 세계경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소지가 있다. 산유국들은 석유 고갈 이후를 대비하면서 미국 등 선진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과거 석유 위기 후유증을 줄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오일달러 환류 효과를 이제는 기대할 수 없다. 여기에다 자원민족주의로 석유 등 천연자원의 가치평가체계가 근본적으로 개편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제는 스태그플레이션-달러화 가치 하락-자원민족주의 고조-유가 추가상승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자원 보유국과 선진국 간의 담합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에 대한 세심한 분석도 필요하다. 지금 시행 가능한 대책만이 최선의 대책이다.

- 중앙일보 2008.05.22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