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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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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칼럼] 붉은토끼풀의 생환을 염원하는 기도, 혹은 욕망의 알고리즘

  • 홍보실
  • 2023-05-10
  • 1579

[안치용, 융합 ESG학과 특임교수]


어린이날 온종일 비가 왔다. 어린이가 없는 집이라 큰 상관이 없다만 어린이가 있는 집이라면 낭패이지 싶다. 어린이날에 오히려 밖에 안 나가는 집이 있지만,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나가야만 하는 집이 있는 법이다. 내 관심사는 어린이날 다음날인 토요일. 주말마다 탄천을 걷다 보니 주말에 비가 오고 안 오고가 신경이 쓰인다. 이미 두어 번 치른 수중전에서 좀 불편을 겪었다.


이런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귀신같이 광고 문자가 날아왔다. 머릿속을 맴돈 단어는 장화였는데 쿠팡이 보내준 상품명은 레인부츠. 낮에는 무심히 넘겨버렸다가 밤에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들이 알고리즘이라고 하는 것이 어쩌면 신의 다른 말이 아닐까. 새벽배송이란 문구에 마음이 흔들려 결국 주문하고 만다.

어떤 이들은 반대로 새벽배송이란 문구 때문에 쿠팡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한 관행이 노동자를 너무 힘들게 한다고, 양심상 그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크게 보아 같은 의견이긴 하지만 심지가 굳지 못한 나는 쿠팡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 편안함에 익숙해져서 빠져나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저녁에 핸드폰으로 검색하고 클릭하여 아침에 와 있는 풍경이 반복되면, 새벽배송이 특별한 게 아니라 일상이 되면, 내 머리의 인식은 재바른 손에 영향을 적게 미친다. 쿠팡만 그런 게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에 새벽배송이 퍼져나간 상황이어서 점점 더 ‘양심’이 무기력해진다. 물론 변명이고 핑계이다.


(하략)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17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