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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6.09.05.] 시진핑 "구동존이" 朴 "구동화이"…`사드 소통` 여지 남겨

  • 김흥규
  • 2017-01-31
  • 812
◆ 韓中 정상회담 / 韓·中 정상 46분간 '진솔한 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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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오전 중국 항저우 시후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항저우 = 김재훈 기자]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며 공동 이익을 추구함)를 위해 한·중 양국이 함께 노력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드에 대한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한·중은 공동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자 박 대통령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양국 관계가 구동존이를 넘어 구동화이(求同化異)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동화이'는 생각이 달라도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며 견해차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확대한다는 뜻이다. 차이를 좁혀간다는 의미에서 일단 차이점을 인정한다는 '구동존이'보다 적극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두 정상은 5일 중국 항저우 시후(西湖) 국빈관에서 열린 단독 회담에서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한 양국 입장차를 확인하면서도 견해차를 좁히기 위한 후속 소통을 긴밀히 진행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사드 문제보다 상호 협력에 방점을 찍음으로써 사드를 둘러싼 '갈등국면'을 '관리국면'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사드와 관련한 기존 양측 입장에 따라 의견을 교환하고 여러 가지 후속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원래 개인적 신뢰가 두터운 두 정상이 사드 문제를 두고 직접 대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면서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기존 양국 입장을 토대로 각자 입장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사드는 오직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배치돼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 등) 제3국 안보이익을 침해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며 "더욱이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더 이상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조건부 사드배치론'을 시 주석 앞에서 처음 언급한 것이다. 김 수석은 "박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의 사드 관련 우리의 구체적 입장을 반드시 지킬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6자회담 플랫폼을 유지하고 각측 관심사를 전면적이고 균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우리는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사드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시 주석은 "수교 24년간 양국 관계는 커다란 발전을 이뤘다. 양국은 정치 신뢰와 협력 기초를 지키고 곤란과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며 "양측이 협력범위를 확대하고 부정적 요인을 제거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해 지속적인 소통 의지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예상대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에게 분명하게 사드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날 공개된 시 주석 언급에는 양국 간 균열을 봉합해 나가자는 일종의 '타협' 제스처가 담겨 있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손열 연세대 국제대학원장은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보다 매우 강하고 심각하게 사드 반대를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이날 한·중 정상 간 만남이 남긴 긍정적·부정적 측면 모두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한·중이 사전 조율에 의해 (갈등을) 최소화하기보다는 사드와 관련해서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는 점은 그만큼 사안이 심각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사드를 한국의 '주권적' 문제로만 이야기하기보다는 한·미·중이 함께 협의해서 해법을 찾아가야 할 사안으로 언급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중국이 채택하고 있는 사드 대응 방식은 '팃 포 탯(Tit for tat·상대방의 움직임에 맞춰 대응하는 방식)' 성격을 띠고 있다"며 "중국도 한·중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싶어하지 않는 측면이 있고 절충점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중국 주요 매체들은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을 주요 뉴스로 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모바일 뉴스 앱을 통해 한·중 정상회담을 속보로 내보내고 "사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양측 갈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시 주석 발언을 집중 보도했다. 가장 극우적 논점에서 중국 입장을 대변하는 환구시보는 최근 칼럼에 비해 비교적 차분한 논조로 발언을 전했다. 신문은 "시 주석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