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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23.07.27] ‘中 최단명 외교부장’ 친강, 다른 공직은 유지… 권력투쟁 낙마한듯

  • 김흥규
  • 2023-07-27
  • 95

중국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장관)은 왜 낙마했을까.

임명 7개월 만에 ‘최단명 외교부장’ 불명예를 안고 전격 해임된 친 전 부장이 ‘베이징 미스터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총애를 받으며 국제사회에서 ‘시의 수제자(protégé of Xi)’ 별칭까지 얻은 그여서 더욱 그렇다. 친 전 부장은 부장에서는 해임되면서 그보다 한 직급 위인 국무위원 직위는 유지했다. 이에 완전히 실권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며 의구심이 더 커지고 있다.

 

● 부장보다 높은 국무위원직 유지


25일 친 전 부장 해임을 결정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는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새 외교부장에는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임명했다는 짧은 발표문만 공개했을 뿐이다.
 

 

전격적인 친강 해임 배경으로는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병에 걸렸다’는 중병설, ‘주미 중국대사 재임 시절 문제로 조사받고 있다’는 간첩 연루설, ‘홍콩 방송국 여자 아나운서와 외도를 했다’는 불륜설 등이 나오지만 현재로서는 모두 추측에 불과하다.

다만 친 전 부장의 국무위원 및 공산당 중앙위원 지위는 그대로 유지됐다. 그런 만큼 극복할 수 없는 결함보다는 권력 투쟁에 휘말려 피해를 입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통상 중국에서 부장급 고위 인사가 비리 같은 중대한 결함으로 낙마할 때는 공산당 당적(黨籍)과 정부 직을 동시에 박탈하는 솽카이(雙開) 처분이 내려진다.

외교부 내부의 권력 암투설도 제기됐다. 미중 관계의 안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베이징 외교 라인’이 친 전 부장을 밀어냈다는 것이다. 상대국에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중국 국익을 거침없이 주장하는 ‘전랑(늑대전사) 외교’ 선봉 친 전 부장이 이들에게는 눈엣가시처럼 여겨졌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올 4월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대만 문제에 불장난하는 사람은 불타 죽을 것”이라고 초강경 발언을 하기도 했다.

 

● 시 주석 권력에 상처


친 전 부장은 시 주석이 총애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주미 중국대사로 발탁된 지 1년 만인 지난해 12월 외교부 부부장(차관)도 건너뛰고 외교부장으로 임명됐다. 올 3월에는 부장직을 유지하면서 부총리급 예우를 받는 국무위원으로 한 단계 더 승격했다. 부처 부장 가운데 국무위원은 친강과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을 포함해 5명뿐이다.

이례적인 초고속 승진에 당내 일부 세력이 그의 불미스러운 일을 빌미로 경질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친강은 이른바 ‘흙수저’ 출신인데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내부에서 엄청난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됐을 것”이라며 “작은 하자라도 발견되면 그를 지켜줄 ‘백그라운드(배경)’가 약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시 주석이 외교부장직은 면직하되 국무위원과 당 중앙위원 자리는 유지시켜 ‘제왕적 지도자’로서 자신의 체면을 유지하는 제한적 처벌을 결정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백악관 동아태 선임보좌관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트위터에 “시 주석은 친강의 문제가 국가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 문제라는 것을 중국 지도부와 전 세계에 안심시키고자 왕이 재임용이라는 가장 안전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친 전 부장 해임이 시 주석 지도력에 어느 정도 타격이 될지에 대해 시각은 엇갈린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친강이 시 주석 총애를 받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낙마는 시 주석의 위신과 신뢰에 흠집을 낼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반면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국 전문가 주드 블란쳇은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시 주석의 권력은 단일 인사에 국한되지 않아 친강 해임을 그의 권력 축소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