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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2016.12.16.] 보란듯이 사드 보복나선 中國

  • 김흥규
  • 2017-02-01
  •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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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빌미로 각종 무역 보복의 수위를 높이면서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유통업체는 물론 중국 매출이 높은 기업의 ‘차이나 포비아(China phobia·중국 공포증)’가 깊어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 중 롯데그룹만 최근 중국 당국의 전방위 조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가 한국 정부에 사드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시점과 맞물린 중국의 보복성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게다가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한한령(限韓令·한류 콘텐츠 금지령) 방침 이후 중국 기업들은 ‘한류 지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 분위기다. 반(反)한류 분위기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 정부 입장에선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중국 관영매체들이 한국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며 적반하장 행태를 보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연하게 대처하되 중국과의 대화를 통해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의 이런 여러 대외적 상황을 이해하면서 중국의 조치 하나, 중국 언론의 말 한마디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거나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 오히려 침착하게 중국에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단기적 마찰이 한·중 관계에 틈을 벌리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中 몽니에 ‘중국 비즈니스’ 총체적 위기 

맞설 수단 부족한 한국 정부와 기업 발만 동동 

“中 대국답지 못해, 당당히 대응해야” 목소리도 


“중국이 자국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회사들 씨를 말리려는 것 같아요. 얼마 전 단행한 전기차 배터리 인증 강화는 한국을 정면 겨냥한 술책입니다. 지금까지 현지 설비 투자에 나섰는데 내년부터 유럽이나 동남아 등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 고위 관계자)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이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 징후가 잇따라 나타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류 스타들의 방송·광고 등 중단에 이어 중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 롯데에 대해서만 전방위적 조사에 착수한 것. 외부 시선을 의식한 중국 정부가 롯데 조사건에 대해 사드배치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직접 밝혔지만 보복을 가했던 과거, 주변국 사례가 많은 만큼 우려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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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중국은 2001년 일본의 중국산 대파 등 품목에 대한 ‘세이프가드’ 설정 보복으로 일본산 자동차, 휴대폰 등에 대해 특별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일본과 필리핀, 베트남과의 영토 분쟁 당시에도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 중단뿐 아니라 상대국 관광 자체를 제한하는 조치도 내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2000년 한국 정부가 중국산 마늘에 물리는 관세를 10배가량 올리자 중국 정부는 국내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의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당시 중국에서 들여오는 마늘은 1000만달러(약 117억원) 미만이었는데 중국이 막아버린 수출 규모는 5억달러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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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무역으로 보복 전례 많아 

중 의존도 장기적으로 줄여나가야 

이처럼 전례가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사드 보복이 아니냐’는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통관 거부와 반덤핑 관세 부과 등의 조치도 늘고 있는 게 대표적 정황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중국의 한국산 식품·화장품 통관 거부 건수는 지난해 전체(130건)보다 13.8% 늘었다. 특히 사드 배치 결정 직후인 지난 8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국가별 통관 거부 순위는 대만(583건)에 이어 2위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받은 무역 규제 조치는 13건으로 인도와 미국 다음으로 많았고 그중 12건이 반덤핑 관세 부과로 수출에 직접 타격을 주는 조치였다. 따라서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화장품 시장 위축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크다. 아울러 이미 규제가 가해지기 시작한 여행업계와 언제든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식품업계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류 제재의 폭이 확대되면서 한국인이 제작한 프로그램까지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T와 중화학 공업을 주력으로 하는 대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중국에서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SDI와 LG화학은 지난 6월 제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에 신청했다가 탈락한 뒤 5차 심사에 대비해 준비를 해왔다. 중국 당국은 현재 5차 심사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 중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사드를 빌미로 치졸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0.7%에서 지난해 26%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10월 한 달간 국내에 입국한 중국인은 68만1000명으로 전체 외국인 중 42.9%에 달한다. 

하지만 문제는 불만을 토로하는 것 이외 현실적으로 ‘보복’을 피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도 중국이 ‘공정한 법 적용’을 내세우기 때문에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갈등은 미·중 대립구도에 낀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정부 측 대응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더욱이 중국의 어깃장이 트럼프를 당선시킨 미국 대선과 한국 내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힘과 리더십’의 공백을 파고든 중국의 공세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의 최근 행보가 일단은 ‘저강도 조치’라는 데 무게를 두고 꾸준히 소통하면서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이 한국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나서 대응리스트을 완성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따라서 이 국면을 보다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갈등과 협상을 위한 공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보려는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임원은 “외교적 노력과는 별개로 한국 경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과거에서 벗어날 시기가 된 것 같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