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언론

언론보도

[매일경제 2016.12.22.] 정치권 `사드 혼선`…"中 경제보복 노골화 자초"

  • 김흥규
  • 2017-02-01
  • 854

文·安 "차기정부서 재검토"…전문가 "안보는 한목소리 내야 中압박 넘을 수 있어"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사진설명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요격미사일이 성공적으로 시험발사되고 있다. 최근 국내 정세가 탄핵 국면 등으로 복잡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로 굳히려 하자 이를 무산시키려는 중국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사진 제공 =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등장 이후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무산시키려는 중국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청두 등지 롯데 계열사에 대해 부당한 조사를 벌인 데 이어 사드 배치를 이유로 코스닥 상장사 투비소프트의 투자계약을 해지하면서 중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차이나 포비아(China phobia·중국 공포증)'가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야권 주요 대권주자들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외교안보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사드 배치 재검토 발언 등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드 배치 등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서는 정치권도 여야 간 협치를 통해 '원보이스(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22일에도 사드 배치 문제에 반대하거나 애매한 태도를 보이면서 안보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와 전망' 토론회에 참석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드 문제는 차기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말씀을 이미 드렸다"며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현 정권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다루지 말고 '올스톱'한 후 차기 정권에서 원점 재검토하자는 원칙을 재차 밝힌 것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사드 처리 과정에서 중요한 외교적 수순을 빼먹어서 엄청난 국익 손실을 입었다"며 "대북 제재 국면에서 중국의 협조가 상당히 중요한데, 이에 대한 협조를 구하지 않고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다음 정부에서 새 리더십이 세워지면 그 상황에서 국익을 위해 결정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 재검토에 사실상 동조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사드 배치 실효성에 대한 국민 논의와 국회 차원의 제대로 된 논의가 있었어야 했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아 큰 문제"라며 "사드 합의를 당장 파기할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고 새로 태어나는 정권에 아주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사드 배치 문제는 재검토할 수 없다"면서도 중국에 대해 전략적으로 인내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드 배치는 현 상황에서 되돌릴 수 없는 문제"라며 "중국의 보복성 움직임에 굴복해 사드 배치를 철회하거나 그 방향을 수정한다면 이후 한국 외교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었던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당했지만 중국의 대응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는 고려를 하고 감내해 결국 중국도 관련 조치를 거둬들였다"며 "현재 우리 상황이 답답해 보일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사드 배치라는 우리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며 버텨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전문가들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외교 측면에서 경제 보복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중국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면 계속 보복당할 수도 있다"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외교 당국이 '전략적 인내'만 내세우면서 중국과의 마찰을 피하지 말고, 미·중 간 갈등 국면에서 정면 돌파 카드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중 관계를 정말 무너뜨릴 정도까지 중국이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만약 중국이 정말 그렇게 나온다면 한·미·일 삼각공조 관계를 더욱 강화시켜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며 "한국의 지정학적 이익을 활용하는 기민한 외교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각수 전 주일본대사는 "중국이 대국답지 않게 보이지 않는 보복과 강압적 외교를 펼치는 것을 적극적인 공공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에 알려야 한다"며 "야당이 집권해도 사드 배치를 변경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밝혔다 

1992년 한중 수교 때부터 대중 외교를 담당했던 권병현 전 대사는 "한국은 이제 작은 나라가 아니고 미들파워, 즉 중견 국가가 됐다"며 "미·중 사이에 끼인 어려움에 처한 국가로 보기보다는 중견 국가로서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사드 배치 전개에 따라 중국이 더 높은 압박을 가할 수 있다"며 "갈등을 버텨내기보다는 우리의 한계와 중국의 한계를 서로 인정하며 서로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한 타협의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