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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7.11.21.] “북한은 중국 아닌 미국과 대화 원해”

  • 김흥규
  • 2017-12-06
  • 969

[한겨레 2017.11.21.] “북한은 중국 아닌 미국과 대화 원해”

북한은 중국 아닌 미국과 대화 원해”

 

[쑹타오 특사, 김정은 위원장 면담 불발? 왜?]

관영매체 ‘면담 언급’ 없어…김정은 ‘자동차공장 시찰’

북-중 특사 최고지도자 면담 실패 드물어

핵개발, 쌍중단, 서로 이해관계 안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했던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한 채 귀국한 것으로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1일 각각 쑹 부장의 귀국 사실을 보도했지만 김 위원장 면담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그 이상 발표할 소식은 없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김 위원장의 동정으로 평안남도 덕천의 승리 자동차 공장 시찰 소식을 전했다.

 

북-중 사이에 한쪽 최고지도자의 특사 자격으로 방문했는데 다른 쪽 최고지도자를 만나지 못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10년 전 이번 쑹 부장과 마찬가지로 당대회(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결과 통보차 특사로 방북한 류윈산 당시 선전부장이나, 5년 전 방북한 리젠궈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은 각각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당시 제1비서를 만났다.

 

전문가들은 얼어붙은 북-중 관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북-중 사이의 이해관계가 안 맞아 쑹 부장이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한-미의 대규모 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강조하는데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 의지를 꺾지 않는 상황에서 북-중이 대화를 하기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북핵 문제에서 자국 역할은 제한적이라는 주장이 입증됐다는 말도 나온다. 자오퉁 카네기칭화연구소 연구원은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다면, 북한이 중국의 압박을 더 이상 원치 않는 것이고, 이로써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직접적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연구자는 “북한이 중국이 아닌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최룡해 정치국 상무위원과 리수용 부위원장을 만나 당대회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특사의 애초 방문 목적은 달성했으며, 이로써 오랜 기간 중단됐던 북-중 고위급 교류가 재개된 것은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교수는 “공식적으로 북-중 교류를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단절된 교류가 다시 재개되면서 앞으로 교류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냉각기를 벗어나지 못한 북-중 관계가 북핵 문제 해결에는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흥규 소장은 “미국은 계속 압박을 가하고, 중국도 현재로서는 압박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대북 접촉을 하기도 어렵다”며 “강대강 국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완성한 뒤 어떻게 할지에 대한 ‘플랜 비’(Plan B)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