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언론

언론보도

[매일종교신문 2017.12.18] 韓·中, 사드 보복 사실상 철회…“경제·무역채널 재가동”

  • 김흥규
  • 2019-04-25
  • 769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12월15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 만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냉각된 양국 경제협력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리 총리는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향후 양국 경제·무역 부처 간 채널을 재가동하고 소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님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된 양국 간 협력사업이 재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리 총리가 사드 보복 해제를 사실상 공식화함에 따라 양국 간 경제·교역·관광 분야 협력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리 총리는 또 “(평창)올림픽 기간 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일(韓中日) 정상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자는 문 대통령 제안에는 “조속한 시일 내 개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리 총리는 사드와 관련, “양국은 ‘민감 문제’를 잘 처리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저는 중·한 관계의 미래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 내 권력서열 2위인 리 총리와의 회동에 앞서 권력서열 3위인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도 면담했다. 장 위원장은 “대통령님의 이번 방중은 양국 관계 회복·발전에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방중 목적은 이미 달성됐다고 본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양국은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언급했는데,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처리할 수 없고 미완의 과제로 남겨두고 가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대학 특강에서 “북한의 핵개발 및 이로 인한 역내 긴장 고조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의 평화와 발전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양국이 ‘식민 제국주의’를 함께 이겨낸 것처럼 지금의 동북아에 닥친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의 거점인 충칭(重京)으로 이동한 문 대통령은 16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유적지와 현대자동차 공장 방문 등 일정을 소화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사드보복 철회 사실상 합의-文 “韓中상생의 시기 맞이해야” 李“봄날 기대” 화답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은 인물은 중국 권력서열 2위로 경제정책을 사실상 총괄하는 리커창 국무원 총리였다. 문 대통령은 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 총리와 면담을 갖고 경제·무역 부처 간 소통과 양국 협력사업을 재가동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는 2016년 7월 박근혜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후 이어진 중국의 경제 보복 철회를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라는 평가이다.그동안 중국의 사드 보복이 이어지면서 한국 제품은 통관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고 현지 유통·판매업체로부터도 보이콧을 당하는 등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궤멸적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10월31일 양국 간 합의로 정부당국 간 각급 대화 채널이 복원된 데 이어 이날 리 총리와의 합의로 경제·교역 분야 교류 협력 정상화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 재정부 등 3대 경제부처 수장과 만나 2018년 2월쯤 한·중(韓中) 경제장관회의 개최, 기재부와 중국 인민은행 간 고위급 협의 채널 조속 재가동 등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분야가 많다”며 “비록 중국 정부가 관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드로 인해 위축된 기업과 경제 분야가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리 총리께서 적극 독려해 달라”고 당부했다.유통과 함께 대표적 피해 분야였던 관광에 대한 긍정적 언급도 있었다. 리 총리는 “한국은 2018년 동계올림픽을, 중국은 2022년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된다”며 “한국의 동계올림픽 조직 경험을 중국이 배울 것이며 이 기간 중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해 경기를 관람하고 관광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월초 재개된 ‘유커(游客) 단체관광’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리 총리는 문 대통령이 제안한 2018년과 2022년 ‘한·중 상호 방문의 해’ 지정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 공동저감 △의료협력 및 서해수산자원 보호 △4차 산업혁명 공동대응 △인적교류 및 문화분야 협력도 제안했다. 리 총리는 “중·한 간의 근본적 이해충돌이 없으며, 양국 강점을 살려 상호 보완적 협력으로 양국은 물론 동아시아 협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앞서 두 사람은 지난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가진 첫 양자회동을 떠올리며 관계 회복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번에 바둑을 소재로 대화를 나눴었는데, 양국 관계를 바둑에 비유하자면 ‘미생’(未生)의 시기를 거쳐 ‘완생’(完生)의 시기를 이루고, 또 완생을 넘어서서 앞으로 ‘상생’(相生)의 시기를 함께 맞이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리 총리는 “지난번에 양국 고전시구를 통해 봄에 관한 좋은 말씀을 많이 나눴다”며 “일주일 뒤 중국에 동지(冬至)가 오는데, 겨울철이 지나가고 봄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중·한 관계의 봄날도 기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산업계에서는 이번 합의로 대중 교역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반한 정서가 여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드 보복 전 상태로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韓·中정상회담 평가 ―‘求同存異'로 관계 개선 물꼬… 핫라인 가동여부 주목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정상회담을 통해 구동존이(求同存異: 공동이익 추구하고 각자의 견해차는 일단 미뤄둔다) 정신에 입각해 양국 관계 발전의 새로운 물꼬를 텄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동(同)이 한반도 안정과 양국관계 발전이었다면, 이(異)는 사드였다. 두 나라 정상은 △한반도 전쟁 불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의 확고한 견지 △대화·협상을 통한 모든 문제의 평화적 해결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 도움이라는 4대 원칙에 합의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최대 현안인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시 주석이 중국의 기본 입장을 밝히면서도 표현 수위를 상당히 절제했다는 평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5일 사드 문제 등을 언급하며 “양국관계가 새로운 출발로 가는 좋은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중 정상회담 점수를 묻는 질문에 “120점”이라고 자평했다.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시 주석이 사드 문제가 있음에도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더 많은 협력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세계만방에 보냈다”며 “사드 문제를 잘 관리하면서 한·중 관계를 개선하고 협력하겠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밝혔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먼저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중국이 먼저 하기 어려운 상황에 물꼬를 텄다는 의미가 있다”며 “막혀 있는 상황을 풀어내는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언론발표문을 통해 밝힌 한·중 정상 간 핫라인(hotline·직통전화) 설치도 실현되면 상당한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을 수행해 방중(訪中)한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대 성과는 양국 지도자들이 핫라인을 설치하고 신뢰관계를 회복했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핵실험하고 미사일 쏠 때 미국 대통령이나 일본 총리와는 전화통화를 해도 중국 주석과는 전화통화가 안 됐다”며 “그런 차원에서 한·중 간에 다양한 채널을 만들고 핫라인이 성사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 측이 핫라인 설치에 어느 정도 동의했는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중국 측 언론발표문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중앙(CC)TV 보도는 핫라인 설치에 대한 언급 없이 시 주석이 “중·한 양국은 정치 소통을 강화해야 하고 상호신뢰 기초를 돈독히 해야 하며, 고위급 소통이 양국관계의 중대한 지도적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만 전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중 정상이 한반도 전쟁 불용이라는 대원칙에 합의했어도 양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는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북 유화 노선에 회의적인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을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회담 결과 구체적인 제재·압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원칙을 이야기했으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넘어서는 압박은 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이번 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한·중 역사공동체를 강조한 것은 향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4일 중국 도착 후 사흘 연속 언급한 난징(南京)대학살 문제가 대표적이다. 외교부는 그동안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응할 때도 중국의 한·중역사연대론에 호응하기보다는 양국 각자 대응을 기본 방침으로 삼았다. 중국 전문가는 “시 주석은 임진왜란, 항일투쟁 과정에서의 한·중연대를 강조하면서 한·일 관계 강화를 견제하려고 한다”며 “중·일 관계가 좋지 않았을 때는 모르지만 중국도 입장을 바꿔 대일 관계 개선을 추구할 때 한·중역사연대는 우리 외교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사드보복 완화 시그널에 유통업계 ‘기대감’

한국·중국 관계 복원으로 사드보복 완화 기대가 커지면서 유통업계가 희망에 차 있다. 사드 보복 전에는 2016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모두 1720만명 중 이 가운데 거의 절반인 46.8%가 중국인(806만명)이었다. 하지만 2017년 들어 사드 사태가 불거지며 올해 1∼9월 입국한 중국 관광객은 526만5923명에서 올해 319만2248명으로 무려 39.4% 줄었다.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 향하는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한 3월부터 8월까지만 보면 하락 폭은 더욱 커진다. 지난해 203만6215명으로 작년 동기의 633만4312명보다 무려 61.3% 줄었다.

그러나 양국의 관계 회복으로 중국의 금한령(禁韓令)도 해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현재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 씨트립(携程)이 최근 한국 여행상품 안내를 재개하고, 상품 구성을 위해 롯데호텔에 실무 협의를 제안한 상태다.  

사드 보복으로 큰 피해를 본 면세점업계의 기대가 가장 크다. 면세점은 매출의 70∼80%를 중국인 구매가 차지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았다.  롯데면세점은 2016년 시내면세점 매출 중 80%를 중국인이 차지했으며, 공항 면세점을 포함한 전체 매출의 중국 의존도도 70%에 달했다. 신라면세점 역시 2016년 매출의 80% 이상이 중국인 구매에서 나왔다. 

롯데면세점은 중국의 사드 보복에 중국인 매출이 30% 급감하면서 전체 매출도 20% 줄었다. 금한령으로 인한 롯데면세점의 피해액은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 29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도 한중관계 개선이 좋은 면세점처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이들 유통업체도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사드 보복에 가장 피해를 많이 받은 기업으로 꼽히는 롯데의 피해액만 1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전체 업계 피해액은 수조원대로 추정된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한중관계 개선을 환영하면서도 그동안 피해가 막심했던 만큼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 측의 영업정지로 인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롯데마트 매각 작업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롯데가 감당하기 힘든 손실과 피해를 본 것이 사실이지만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 개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며 "이번 합의로 롯데를 포함한 기업들의 활발한 활동이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아직 중국 롯데마트의 영업중지 상태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며 "매각 작업은 이미 진전되어 온 사항으로 변동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윤홍·시사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