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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20.08.23] "시진핑, 한국을 최우선 방문"...유화 제스처 속 '함정' 파놓고 간 양제츠

  • 김흥규
  • 2020-10-21
  • 530

양제츠(杨洁篪)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의 방한(21,22일)으로 한중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해빙 무드에 들어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강력한 방한 의지를 양 정치국원이 전달한 것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더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중국 당국의 암묵적 약속이라는 시각도 있다.

동시에 정부는 또 다른 근심 거리를 받아들었다. 중국은 시 주석 방한을 '당근'으로 흔들며 한중 관계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중국의 밀착을 견제하는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한중 관계가 위험 신호를 보내면, 미국은 '중국 편에 서지 말라'는 강한 압박을 가해 올 것이다. 양 정치국원의 방한으로 한국이 미중 갈등의 대리 전장이 될 여지가 커진 것이다.

 

"한국은 시 주석의 최우선 방문국"...우호관계 띄우기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 정치국원은 22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양자 회담과 오찬을 포함해 5시간 50분 가량 회동했다. 1순위 의제로 꼽힌 시 주석의 연내 방한에 대해 양측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조기에 성사시키자"고 합의했다.

한중은 올해 들어 시 주석의 '연내 방한'에 공감대를 갖고 논의해 왔으나, '조기 성사'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국내 코로나 재확산세를 감안하면,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많다. 양국은 시 주석의 올해 초 방한을 추진했으나, 코로나 사태로 일정을 잠정 연기한 상태다.

대신 양 정치국원은 "한국은 시 주석이 우선적으로 방문할 나라”라고 적시하는 '선물'을 줬다. '우선적으로'라는 표현이 시기를 특정하지 않은 만큼 '외교적 수사'에 가깝긴 하지만, 최고지도자의 대외 일정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중국 외교관례상 이례적인 일이다. 한중 관계 회복에 대한 시 주석의 의지가 담겼다고 봐야 한다.

반면 한중 갈등의 뇌관인 사드 문제는 이날 회동에서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만남은 한중 간 교류협력을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는 데 양측이 공감했다"며 "코로나19 대응 협력과 고위급 교류 재개,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국제정세 등 폭넓은 이슈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소장은 23일 "서 실장과 양 정치국원이 불편한 의제들은 과감하게 접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중국은 한국을 자극하지 않고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집중했다"고 평가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소장은 23일 "서 실장과 양 정치국원이 불편한 의제들은 과감하게 접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중국은 한국을 자극하지 않고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집중했다"고 평가했다.

 

서훈(오른쪽) 국가안보실장이 22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양제츠 중국 노동당 정치국원과 회담을 마친 후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 속내는 시 주석 방한 앞세운 '한국 관리'

청와대는 "양 정치국원이 미중관계에 대한 현황과 중국측 입장을 설명했다"고 짤막하게 설명했다. 미중 갈등 문제가 의제에 올랐다는 얘기다. 미중은 무역, 기술, 홍콩, 대만, 남중국해 등 여러 사안을 놓고 격하게 충돌하고 있다. 양 정치국원은 '한국이 미국에 치우쳐선 안된다'는 입장을 비중 있게 개진했을 것이다.

양 정치국원 전격 방한의 목적이 '한국 관리'에 있다는 것이 최근 미중 갈등 속 동북아 상황을 주시하는 외국 전문가들의 견해다.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23일 "양 정치국원이 방한한 것은 홍콩보안법과 중국의 코로나19 유발 책임론 등과 관련해 한국이 일본과는 다르게 '객관적 태도'를 보인 것을 중국이 고마워하기 때문"이라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밝혔다.

서 실장과 양 정치국원은 미국 입장에선 불편한 의제들도 적잖게 다뤘다. 중국 주도의 경제협력체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한국이 연내 서명하는 문제, 신남방ㆍ신북방정책(한국)과 일대일로(중국)의 시범 협력사업을 발굴하는 문제 등이 논의됐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특히 일대일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정면 충돌하는 개념이어서 미국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서 실장은 한중 항공편 증편, 비자발급 대상자 확대 등 양국 경제협력 활성화와 관련한 중국의 협조를 당부했다.

다만 청와대는 "서 실장은 미중 간 공영과 우호 협력 관계가 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번영에 중요함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일단 중립'이라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발신한 것이다.

 

 

2인자 리커창 먼저 방한할 수도

 

시 주석의 방한 시기는 당분간 확정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0월)와 미국 대선(11월) 등의 일정 등을 고려하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말 한국 개최를 목표로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다면, 중국에선 2인자인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시 주석보다 먼저 한국을 찾을 수도 있다. 양 정치국원은 서 실장을 중국으로 초청했다.

 

"한국은 시 주석의 최우선 방문국"...우호관계 띄우기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 정치국원은 22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양자 회담과 오찬을 포함해 5시간 50분 가량 회동했다. 1순위 의제로 꼽힌 시 주석의 연내 방한에 대해 양측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조기에 성사시키자"고 합의했다.

한중은 올해 들어 시 주석의 '연내 방한'에 공감대를 갖고 논의해 왔으나, '조기 성사'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국내 코로나 재확산세를 감안하면,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많다. 양국은 시 주석의 올해 초 방한을 추진했으나, 코로나 사태로 일정을 잠정 연기한 상태다.

대신 양 정치국원은 "한국은 시 주석이 우선적으로 방문할 나라”라고 적시하는 '선물'을 줬다. '우선적으로'라는 표현이 시기를 특정하지 않은 만큼 '외교적 수사'에 가깝긴 하지만, 최고지도자의 대외 일정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중국 외교관례상 이례적인 일이다. 한중 관계 회복에 대한 시 주석의 의지가 담겼다고 봐야 한다.

반면 한중 갈등의 뇌관인 사드 문제는 이날 회동에서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만남은 한중 간 교류협력을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는 데 양측이 공감했다"며 "코로나19 대응 협력과 고위급 교류 재개,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국제정세 등 폭넓은 이슈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