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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이더스 2020.09.04] ‘한미동맹’과 ‘한중우호’ 사이

  • 김흥규
  • 2020-10-21
  • 645
서훈·양제츠 회담… “시 주석 방한 협의”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방한으로 우리의 미중 간 줄타기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양 위원은 8월 21일 방한해 22일 부산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양국 및 동북아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측은 회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원론적 수사로 일관하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8월 22일 저녁 서면 브리핑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이후 방한하기로 했다며 “방한 시기 등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측은 ‘한국이 시 주석이 우선적으로 방문할 나라’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코로나19 대응 협력 ▲고위급 교류 ▲한반도 문제와 국제정세 등 폭넓은 주제를 두고 대화를 나눴으며, ▲FTA(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 가속화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연내 서명 ▲신남방·신북방정책과 ‘일대일로’의 연계협력 시범사업 발굴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거 등 다자 분야 협력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올해 한국이 의장국인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리커창 총리의 방한이 이뤄지면 한중일 관계와 한중관계가 크게 진전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미중관계 논의… ‘중국 지지’ 요청한 듯
  중요한 것은 화려한 수사 이면이다. 중국 측은 갈등이 깊어지는 미중관계 속에서 자국에 대한 지지를 요청, 한국 외교에 부담을 안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 주석의 방한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성사시키기로 양측이 합의했다는 말은 미중갈등 속에서 한국 측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시 주석의 방한이 결정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강민석 대변인이 “양 위원은 최근 미중관계에 대한 현황과 중국 측 입장을 설명했고, 서훈 실장은 미중 간 공영과 우호 협력 관계가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중요함을 강조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다른 해석이 나온다.
  중국 측이 다방면에서 갈등 국면으로 치닫는 미중관계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면서도 한국 측에 최소한 중립 또는 중국 편을 들어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미중은 무역, 화웨이, 홍콩보안법, 남중국해 등 여러 현안을 두고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려는 설득과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이런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 ‘구애’… 한국 외교 시험대 
  전문가들은 양 위원의 방한을 중국이 미국과의 경쟁에 대비해 이웃국과 관계를 다지는 ‘우군 확보’ 차원으로 분석한다. 양 위원은 방한 하루 전인 8월 20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회담에서 미국을 겨냥해 ‘국제 협력’과 ‘정의’를 강조하면서 “중국은 싱가포르와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각국과 협력해 전략적 신뢰와 실무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미중 전략경쟁에서 한국과 싱가포르는 동아시아의 ‘린치핀’(linchpin; 핵심축)”이라며 “중국이 두 나라의 태도나 향배에 대단히 많은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고 싶어 방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경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관심’과 ‘설득’ 행보는 점점 그 강도가 높아질 공산이 크다. 김 소장은 “브리핑 내용을 보면 정부가 중국이 기대하는 수준의 답은 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번 회담은 서로 가장 껄끄러워하는 문제에 대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한 탐색전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