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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2020.11.06] [美 대선] 더 극명하게 드러난 미국의 위기, 미국의 치부

  • 김흥규
  • 2020-11-08
  • 405
“바이든, 혼란 수습할 카리스마 보이지 않아”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의 전환…“한반도 문제, 당장 큰 변화는 없을 듯”


미국의 치부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민주주의의 교본처럼 여겨졌던 미국 대선은 결국 ‘폭력’과 ‘불복’으로 얼룩졌다. 투표가 종료된 지 30시간이 지난 11월5일 오후 6시 현재(한국시간)까지도 당선자에 대한 축하 메시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선거인단 수에서 앞서가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승리를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를 ‘쓰레기’로 비유하며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주 등에 개표를 중단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바이든의 승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미국의 대선은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선거는 분열과 대립의 끝이 아닌,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현재 당선이 유력한 바이든은 과연 위기에 빠진 미국을 되살리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트럼프 시대에서 바이든 시대로의 전환은 국제 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시사저널은 혼돈의 와중에도 조금씩 바이든 당선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5일, 국내 전문가들로부터 ‘위기의 미국’과 ‘바이든 시대의 변화’에 대한 긴급 제언과 전망을 들었다. 
 
“당분간 국내 문제로 상당한 에너지와 시간 소모해야 할 듯”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했던 이란 핵협정과 기후변화 협정 같은 문제들을 우선적으로 복원할 가능성이 있다”며 “바이든 후보가 동맹의 복원을 강조해 왔는데 레토릭이 됐든 메시지가 됐든 그런 강조점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도 “미국-이란 관계의 변화가 우선 눈에 띌 것 같고, 기후변화에 관한 다자적 접근도 다시 가동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큰 관심사인 미·중 관계에 대해 서 교수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계속될 거다. 기술 패권과 관련해 5G나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게 바이든 행정부도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 미국의 하이테크 산업과 민주당이 결부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미국 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지지하는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과 대중 압박 정책은 바이든도 지속하려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를 추진할 관료와 싱크탱크 체계 확보와 동원, 전략과 전술, 최종 목표 설정 등 많은 작업과 시간이 필요해 오히려 중국에 역공을 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당분간 미국의 혼란과 무기력함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좌우 갈등과 코로나19 등 자국 내 상황으로 당장은 시선을 바깥보다는 안쪽에 더 두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은 현재 국내에서 정리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바이든이 취임해도 당장 외교정책에서 새로운 어젠다를 만들어 실행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바이든에게는 과거 클린턴이나 오바마 대통령이 보여준 강력한 비전이나 카리스마가 보이지 않는다. 바이든의 미국은 당분간 분명한 비전과 대안이 없는 상황 속에서 국내 문제로 인해 상당한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해야 할 듯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바이든은 북한보다는 이란 문제에 더 집중할 가능성 커”

김 교수는 “비록 공화당 성향의 보수 대법관이 미국 대법원에서 다수를 차지할지라도, 이번 대선 결과를 대법원이 결정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치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미국 국내 정치는 안정을 되찾기보다는 불복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충돌로 치달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트럼프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백인 우파 운동이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음이 잘 나타났다”며 “이제 백인 우파의 문제는 트럼프 이후 공화당, 그리고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매우 어려운 과제가 돼 버렸다”고 진단했다.

워싱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백악관의 주인 교체에 대한 유불리는 어떻게 계산될까. 대체적으로 국내 전문가들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하 교수는 “바이든은 북한보다는 이란 문제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과 관련해 먼저 움직이진 않을 것이다. 이게 오히려 우리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선도해 나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우 센터장은 “북·미 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는 북한이 먼저 움직여야 미국이 움직이는 구조다. 이는 트럼프 때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정부나 바이든 정부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대북제재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커 한·미 공조가 수월해질 수 있다. 바이든이 과거 이란과의 핵협상에서 인내심을 보이고 다자협상도 수용하며 협상 상대방의 입장도 감안해 타협을 한 경험을 살려 북한과도 자신 있게 협상에 나서고 합의도 전향적으로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