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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2020.12.07] 中, 북한과 거래하는 자국 내 기업 조사… 北 국경 봉쇄하며 맞대응

  • 김흥규
  • 2021-01-06
  • 473

“과거에는 북·중 국경선이라고 불렀는데 이번 포고문은 국경봉쇄선으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이는 중국을 적으로 간주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위 탈북자)

⊙ 北 해킹그룹 ‘김수키’, 최근 중국 소유 비트코인 해킹해
⊙ 中 국가안전부, 對北그룹 조사… 노트북·휴대전화 압수
⊙ 北中 무역의 중추인 단둥 해관(세관) 일시중단
⊙ 中, 10월 10일 北에 열병식 하지 말라고 했지만 강행한 김정은


최근 북한과 중국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 겉으론 서로 혈맹을 강조하며 친서를 보내는 등 교류하고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은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과 중국의 6·25전쟁 참전 70주년이 겹치는 달이었다. 이를 맞아 북한 김정은이 시진핑에게 친서를 보냈고, 시진핑도 “중·조(중·북) 친선을 대를 이어 계승 발전시키며 두 나라와 두 나라 인민에게 보다 훌륭한 복리를 마련해주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을 추동할 용의가 있다”며 답을 보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은 중국과의 무역을 거의 중단하고 국경도 철저히 봉쇄하는 등 중국과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 물론 코로나19 방역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내부에서 나오는 여러 증언을 종합해봤을 때 북한 김정은이 중국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최근 자국 내 대북 사업가들의 전자기기를 압수·조사하는 등 북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北, 코로나19 핑계로 북·중 국경 봉쇄… 철조망으로 완충지대 만들어
 
  최근 《월간조선》은 북한 사회안전성이 지난 8월 25일에 발표한 포고문을 입수했다. ‘북부국경봉쇄작전에 저해를 주는 행위를 하지 말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포고문에는 국경봉쇄선으로부터 1~2km 완충지대를 설정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포고문 내용의 일부다.
 
  〈모든 공민은 설정된 완충지대에 비법 출입하는 행위를 절대로 하지 말 것이다.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들은 완충지대 안으로 조직적인 승인 없이 인원출입과 물자들을 수송하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이다. 완충지대 안에 조직적인 승인을 받고 들어가는 공민들은 공민증을 비롯한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문건을 무조건 휴대할 것이다.〉
 
  즉 북한과 중국 국경 사이 흐르는 압록강과 두만강에서 북한 쪽으로 1~2km 완충지대를 만들어 주민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고위 탈북자는 “코로나19 방역이라는 명목도 있지만, 중국과 북한 주민들의 밀무역을 철저히 단속하겠다는 것”이라며 “완충지대를 만들 거였으면 코로나19가 제일 심했던 올해 초에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용어가 달라진 점도 주목해볼 수 있다. 과거에는 북·중 국경선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국경봉쇄선으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며 “이는 중국을 적으로 간주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북한은 해당 포고문이 나오기 전까지 이를 ‘북·중 국경선’이라고 칭했지만, 이번 포고문에는 ‘북부 국경봉쇄선’이라고 강한 표현을 썼다.
 
 
  北 국경 지역 주민 야간통행금지… 어기면 즉결 처형
 
  북한 사회안전성이 발표한 포고문에는 국경 지역 주민들의 야간통행금지 조치도 담겨 있다. ‘국경차단물에 연한 도로, 철길들에서는 야간에 인원과 륜전기재(운송기재)들의 통행을 금지할 것이다’ 등의 내용이다.
 
  야간통행금지 시간은 ‘2020년 10월부터 2021년 3월까지 18시부터 다음 날 7시까지’로 못박았다. 특히 이 기간에 북부 국경 일대에 설치된 완충지대에 들어가거나 도로, 철길로 접근하는 사람과 짐승에 대해 무조건 사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북한 양강도 혜산시 북·중 국경 인근에서 중국과 밀수하던 북한 군인이 그 자리에서 즉결 처형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순 혜산에서 밀수를 하던 군인이 동료가 쏜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지금까지 강도 높은 김정은 지시가 내려와도 군인을 즉결 처형까지 하는 일이 없었다”며 “북한 주민들도 이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북·중 관계가 본격적으로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북한 해커 그룹인 ‘김수키’가 중국 소유의 ‘비트코인’을 여러 차례 거쳐 털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키는 해외에 있는 중국 소유의 비트코인을 지난해부터 조금씩 빼돌리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를 지난 3월경에 알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안전부가 해당 사건을 조사한 결과, 북한 해커들이 일부 중국인 대북사업가들과 공모해 해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중국 국가안전부는 자국인 대북사업가들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압수·조사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이를 모두 돌려준 상태라고 한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김수키가 2019년부터 지난 3월까지 훔친 중국 소유의 비트코인은 2조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사업가인 중국인 A씨는 “보통 문제가 생기면 공안이 조사하지 국가안전부가 나서는 일은 거의 없다. 국가안전부가 나서게 되면 좀 심각한 문제다”며 “이에 잘못 걸려들면 사업은 물론 목숨도 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중국 국가안전부는 김수키가 해킹했다는 사실을 알고 북한에 항의했다. 그런데 북한이 이를 부인하고 나서자 국가안전부가 열 받아 위에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화가 난 중국은 북한에 경제적으로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먼저 북한과 중국 사이 해관(세관)을 막았다. 중국은 지난 6월부터 점차 북·중 국경 해관들의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이로 인해 단둥 해관 인근에는 물자를 싣고 북한으로 들어가는 트럭들로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B씨는 “한때 중국 공안이 검색을 강화하는 바람에 북한을 오가는 차들로 도로가 마비될 정도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아예 해관을 막아버려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장사하는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중 국경의 해관들은 업무를 일시중단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원래 북·중 관계의 모습은 아니다. 그리고 북한 입장에선 지난해 시진핑이 방북하고 나서 원조에 대해 기대를 했지만 별로 도와주지 않았다”며 “현재 북한과 중국이 상당히 친한 척을 하고 있지만, 내부에선 불신과 긴장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도 지금 미·중 관계에 있어서 북한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을 관리하는 차원이지 혈맹관계는 끝났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北,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中 반대했지만 강행

 
  북·중 관계가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결정적 계기는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행사다. 북한 내부 전언에 따르면 북한이 열병식을 준비하면서 중국에 열병식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열병식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진짜 중국의 속내는 미·중 갈등이 최고인 시점에서 북한의 열병식은 중국에 득이 될 게 없다는 생각에 이를 만류했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의 반대에도 이례적으로 야간에 성대한 열병식을 진행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중국의 요구를 들은 김정은이 이에 화가 나서 더 성대하게 하라고 지시했고, 신형 ICBM도 공개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새벽에 열병식을 치렀다. 북한이 새벽에 열병식을 치른 것과 관련해 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를 ‘특색 있게’ 준비하라고 한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북한과 중국은 공산 이념을 공유하는 가치동맹 차원으로 발전해온 역사가 아니다.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는 관계는 더더욱 아니었다. 철저히 각자가 실리를 추구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왔다.
 
  1990년대 중국은 이념보다 먹고사는 문제에 주력하느라 북한과 멀어졌다. 2000년대 들어서서 중국은 핵개발을 강행하는 북한을 골치 아파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