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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1 2021.03.17] [패권전쟁 속 한국의 길] ⑥ 블링컨 방한…'전략적 모호성' 언제까지

  • 김흥규
  • 2021-03-22
  • 398
편집자주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패권을 놓고 충돌지점을 향해 마주 달리고 있다. 美 싱크탱크들은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방치한다면 10년 내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랜드연구소는 지난해 한 국가의 국력을 군사·경제·기술·통치체제·인적자원으로 평가했을 때 이르면 2023년 미중의 글로벌 패권이 교차하는 지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미국의 '대중 압박'은 선택이 아닌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됐고, 미중 간 충돌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우리로선 미중 가운데 한 나라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아니면 양자택일 없이 마지막까지 '중립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뉴스1>은 앞으로 7회에 걸쳐 미중 패권전쟁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입장, 우리는 미국과 중국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아니면 중립외교를 계속할지 등을 놓고 지면을 통해 우리 외교에 화두를 던질 계획이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치고 17일 방한한다. '한미일 3각 공조' 강화를 기치로 대(對) 중국 견제 전선 구축의 본격적인 행보를 동맹 단속으로 시작했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하는 협의체 '쿼드'(Quad)에 대한 입장 정리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 중인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전략 수정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략적 모호성 끝났다"

한국의 쿼드 가입을 두고 지난해 9월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다른 국가의 이익을 배제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쿼드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다자안보동맹으로 공식 기구화 하기 위해 쿼드 4개국과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이 함께하는 '쿼드 플러스'를 언급하던 때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맞춰 출범한 '정의용호' 외교부는 쿼드 플러스와 관련해 "구체와 되지 않은 협의체"라면서도 투명성·개방성·포용성·국제규범 준수 등을 언급하며 "어떤 지역협력체와도 적극 협력할 수 있다"며 표현을 조금 바꿨지만 애매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쿼드와 관련한 전략적 모호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첫 쿼드 정상회의를 가졌다. 이들은 특히 이틀 뒤에는 워싱턴포스트(WP)에 공동기고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 4개국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안전하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념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쿼드가 "유연한 그룹"이라며 배타적이라는 지적에 반박했다. 그러면서 평화·번영 등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러한 목표를 공유하는 모든 이들과의 협력할 기회를 환영하고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쿼드 플러스와 같은 협의체 확장을 적극 추진할 것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가 쿼드 참여를 망설이는 것은 결국 중국의 '사드(THAAD) 보복'과 같은 반발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추진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연기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올해 다시 추진되고 있고 이를 통해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해지에 대한 기대감이 일고 있는 만큼 더욱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쿼드 가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의 의견은 달랐다. 오히려 소극적인 태도가 한국 외교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국이 쿼드에 들어가면 구체적인 행동에 있어 어떤 사안은 참여하고 또 다른 사안은 불참 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될 경우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그러면서 "반대로 한국이 '비(非)쿼드국'이라면 중국은 멤버가 아닌 한국에 대해 어떤 걸 하지 말라는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전략적 모호성 유지해야"

쿼드 가입에 있어 전략적 모호성 유지가 필요하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 현대 외교에서 '양자택일' 관점의 접근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패권을 놓고 다투는 미국과 중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미중 양쪽 모두에게 '관계 업그레이드' 카드를 내민 것은 이러한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목소리다.

한중 양국은 지난 2008년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이를 통해 외교·안보·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은 꾸준히 자신들이 한국의 최대 인적 교류국이자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은 필수적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한 미중패권 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입장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과거와 달리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시 주석이 지난 1월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오는 2022년이 한중 수교 30주년임을 언급하며 이는 양국 관계 발전에 있어 '새로운 기회'라고 평가하는 등 관계 '심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하나의 방증이라는 지적도 감지된다.  

때문에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을 기반으로 미중 양국으로부터 최대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중정책연구소장)은 "단군이래 중국이 한반도 국가에 대해 최근처럼 도움을 필요로 한 적이 없다"며 "한국이 명백하게 중국을 겨냥하는 동맹전선에 가담한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은 어떻게든 한국과의 관계를 잘 가져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은 내년이 한중수교 30주년이 되는데 이를 최대한 활용해 한국과의 교류와 우호적인 조치, 가치 협력적인 모습을 대내외에 과시하려 노력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쯤 시 주석도 방한하려 할 것이고 내년에 우리 정권이 교체되면 특사교환 등의 방식을 통해 관계를 잘 가져가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