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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021.03.11] [패권전쟁 속 한국의 길] ⑤ 중국과 함께하는 전략

  • 김흥규
  • 2021-03-22
  • 404
美 '대중포위망' 강화…中의 韓압박 거세질 듯
한중 문화교류의해 '유화 손짓' 병행 가능성도


편집자주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패권을 놓고 충돌지점을 향해 마주 달리고 있다. 美 싱크탱크들은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방치한다면 10년 내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랜드연구소는 지난해 한 국가의 국력을 군사·경제·기술·통치체제·인적자원으로 평가했을 때 이르면 2023년 미중의 글로벌 패권이 교차하는 지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미국의 '대중 압박'은 선택이 아닌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됐고, 미중 간 충돌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우리로선 미중 가운데 한 나라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아니면 양자택일 없이 마지막까지 '중립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뉴스1>은 앞으로 7회에 걸쳐 미중 패권전쟁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입장, 우리는 미국과 중국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아니면 중립외교를 계속할지 등을 놓고 지면을 통해 우리 외교에 화두를 던질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로 지목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경쟁의 고삐를 강하게 죄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미중패권 경쟁의 심화는 '후폭풍'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을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있고, 중국은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시나리오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중국을 대하는 한국의 대응지침이 미리 짜여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부상하는 패권국 중국을 이웃으로 둔 '숙명'을 지닌 한국으로선 안보·경제 등 다방면에서 중국의 압박을 견뎌내야하기에 '한미동맹'의 틀안에서 안주만 할 수 없는 처지다. 또한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지향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최대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정도 있다. 

아울러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을 공식화하는 내년 양회를 앞두고 주변국에 대한 '안정적' 상황관리에 나선 중국에 반기를 드는 듯한 모습은 자칫 후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같은 이유에서 우리 외교는 치밀한 전략과 정교한 기술, 신중한 선택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일부 외교전문가들은 '원칙이 있는 외교'만이 미중사이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원칙을 어떻게 세우고,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美 '대중 미사일포위망' 강화되면…중국의 韓압박 거세질 듯

먼저 최근 미국이 '대(對)중국 미사일 포위망' 구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5일 미국이 주일미군 기지가 있는 오키나와에서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제1열도선'에 대중 미사일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2022 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부터 6년간 273억달러(약 30조9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판단, 이달 초 미 의회에 예산안 요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향후 상황에 따라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 네트워크' 참여를 한국에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와 함께 미국이 사실상 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참여)에 한국이 참여해 달라는 '압박'도 병행할 수 있다는 평가다. 쿼드는 지난 2019년 출범 이후 첫 회원국 간 정상회의를 오는 12일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기점으로 도널드 트럼프 시절 한 차례 제기된 바 있는 '쿼드 플러스'(쿼드 4개국+한국, 뉴질랜드, 베트남) 구상이 다시 한 번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다.


한국은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등 중국의 강도 높은 압박에 시달린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지금은 노골적으로 한국에 대한 '압박 카드'를 꺼내들지는 않겠지만 '반중전선'에 참여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있을 경우 한국의 중국으로부터 매우 강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국 입장에서 북한은 중국 방어에 '코너스톤'(주춧돌)이고 한국은 동북아 국제정세 변화 및 중국의 번영을 위한 '린치핀'(핵심축)"이라며 "미중 전략경쟁 사이에서 한국을 전략적 핵심 공간으로 여기며 대단히 중시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동아시아에 배치하고 이를 한국이 수용한다면 중국은 '반중군사동맹'이라고 판단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한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한국의 쿼드 참여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국이 쿼드에 참여하는 게 노골적인 반중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쿼드 자체가 현재 반중을 표방하지는 않는다"며 "일본과 인도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이에 한국의 쿼드 참여를 중국이 '한국이 반중으로 돌아섰다'고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北문제 두고서는…中과 '전략적 협업' 필요

북한 문제를 두고서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업'은 미중패권 경쟁과 관계없이 필수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만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잇따른 한국의 협력 제스처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의 '무반응'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혼자서 모노드라마(혼자서 하는 일인극)를 쓰는 것과 같은 시간을 보낸다는 심정도 가진 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집권 후반기 들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손짓에 대한 북한의 '미온적 행보'는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한 북한은 올해 초 노동당 제8차 대회를 통해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이를 대남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제시한 상황이다.

한미연합훈련이 지난 8일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시작된 가운데 이에 반발한 북한의 '무력시위'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만약 북한이 도발로 보이는 카드를 꺼내들 경우 한반도 정세는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최소한의 상황 관리를 위한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을 두고 한국과 중국의 공통된 입장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중국이 좀 더 나서야 하는데 최근 관망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이어 "남북미 3자 간 대화도 중요하지만 남북중 대화 채널도 가동돼야 한다"며 "정부가 이를 위한 중국과의 공통분모 찾기에 매진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한중 문화교류의해…'유화 손짓' 병행 가능성

한편 한중 정상은 지난 1월 통화에서 2021∼2022년을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선포했다. 한중수교 30주년(2022년)을 앞두고서다.

특히 시 주석은 당시 통화에서 한중 수교 30주년이 양국 관계 발전에 있어 '새로운 기회'라고 평가했다. 또한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도 언급하며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될 경우 추진될 시 주석의 연내 방한 얘기도 나왔다. 또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고위급 교류 활성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기기로 했다. 일련의 상황을 두고 중국이 '문화교류'를 통해 한국에 대한 '유화 손짓'도 병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교수는 "오는 2022년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중국은 이를 최대한 활용해 한국과의 교류와 우호적인 조치, 가치 협력적인 모습을 대내외에 과시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