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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1.03.21] "인권탄압"vs"내정간섭" 본격화한 미·중 패권 경쟁…난제 떠안은 文정부

  • 김흥규
  • 2021-03-22
  • 400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자랑스럽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ㆍ중 고위급 회담에 대해 18일(현지시간) 이같이 평가했다고 미국 CNN은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이 회담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기싸움을 벌이며 양국 간 긴장감이 조성됐음에도 이를 긍정 평가한 것이다. 미ㆍ중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사실상 양국 간 패권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맞붙은 미·중…1R는 '인권'
美 "인권 탄압" vs 中 "내정 간섭"
미·중 패권경쟁 속 한국 '결단의 시간'
"반드시 한국에 쿼드 가입 요청할 것"


고위급 회담 모두발언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미ㆍ중은 이튿날인 지난 19일 인종 차별을 주제로 진행된 유엔 회의에서도 다시 맞붙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연설을 통해 “중국 공산당은 신장 지역의 무슬림을 포함해 종교적 소수자에 속하는 자국민의 종교·언어·문화·민족적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탄압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이슬람교를 포기하게 하려 수용자들을 때리고, 고문하고, 강제 불임 시술을 한다”며 구체적인 탄압 사례를 열거했다.
 
다이빙 주유엔 중국 대사는 미국의 인종 차별과 인권 탄압 문제를 거론하며 즉각 맞받았다. 그는 “미국이 진정 인권을 생각했다면 자국 영토 내에서의 뿌리 깊은 차별과 사회적 부조리, 경찰의 가혹 행위를 다뤄야 한다”며 “미국 대사는 정치적 이유로 중국을 상대로 근거 없는 비난을 제기하고 거짓 정보를 퍼뜨리려 (유엔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장 위구르족 문제에 대해선 “미국은 신장 문제에 관한 거짓말을 지어내는 데 집착하지만, 거짓말은 그저 거짓말일 뿐”이라고 응수했다.
 

유효기간 만료 도래한 '전략적 모호성' 

미·중 고위급 회담 시작부터 난타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중 고위급 회담 시작부터 난타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인권 문제를 매개로 시작된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심화하며 한국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 견제의 핵심 수단으로 ‘동맹 간 결속’을 강조하며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유지해 온 전략적 모호성이 심판대에 오를 수 있어서다. 일단 지난 18일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엔 ‘중국’과 관련한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 그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저해하는 모든 행동에 반대한다”는 추상적 문구가 들어갔을 뿐이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홍콩과 신장 인권 문제 등을 열거하며 반중(反中) 결의를 맺은 미·일 공동성명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오히려 공동성명에서 (중국 등) 특정 국가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말했지만, 미국과의 동맹을 지향하면서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도 유지해야 하는 한국 정부의 딜레마 상황이 반영된 결과란 분석이 많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의 경우 미·중 사이의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이 없는 반면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여전히 굉장히 많은 현안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의 딜레마적인 상황으로 인해 미국 역시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에 무엇을 요구할지에 대한 계획이 명확하게 구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대 난제 '쿼드 딜레마' 

지난 18일 한미 외교국방(2+2) 회의에서 양국이 도출한 공동성명엔 중국 견제와 관련한 일체의 언급이 빠졌다. 이틀 전 미일 공동성명에서 양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 대비됐다. [뉴스1]

지난 18일 한미 외교국방(2+2) 회의에서 양국이 도출한 공동성명엔 중국 견제와 관련한 일체의 언급이 빠졌다. 이틀 전 미일 공동성명에서 양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 대비됐다. [뉴스1]


미국이 그리는 중국 견제 구상의 연장선상에서 한국이 당면한 현안은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 참여 여부다. 이번 한·미 공동성명에는 쿼드 참여와 관련한 명시적 언급이 담기지 않았지만, 미·중 경쟁 구도가 본격화함에 따라 한국 입장에선 결단을 강요받는 상황에 내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8일 2+2 장관 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회견에서 “쿼드는 비공식적 동조국들의 모임”이라며 “한국과도 긴밀하게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쿼드 참여를 우회적으로 요구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의 입장에선 한국이 ‘쿼드 플러스’에 당연히 들어와야 한다는 입장일테고, 분명히 한국 측에 공식적인 요청과 제안을 할 것”이라며 “쿼드의 구체적인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참여국 내부의 합의가 이뤄지는 대로 미국은 쿼드를 활용한 중국 견제 구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인권탄압"vs"내정간섭" 본격화한 미·중 패권 경쟁…난제 떠안은 文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