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언론

언론보도

[연합뉴스 2021.05.24] 중, 한미 '대만' 언급에 예상된 반발…한중관계 영향 '불투명'

  • 김흥규
  • 2021-06-24
  • 381

중 외교부 "내정 간섭 용납 못해"…'중국' 적시한 미일 때보단 비판 강도 약해

정부, 부정적 영향 최소화 노력…청 관계자 "중국도 한국이 처한 입장 이해"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정부가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에서 미국 입장을 일정 부분 수용한 데 대해 중국이 반발하면서 한중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그러나 중국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던데다 미일 정상회담 당시 중국의 비판 수위보다는 낮아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미 정상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열린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중국을 적시하지 않는 등 중국을 더 노골적으로 견제한 미일 정상회담 때와 비교하면 수위를 조절했는데 중국도 이 점을 인식하고 대응 수위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공동성명 내용에 우려를 표한다"며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가 한미 공동성명에 들어간 점을 비판했다.

그는 "대만 문제는 순수한 중국 내정"이라면서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각국이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누리고 있으므로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문구가 담겼다. 한미 정상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를 공식 문서에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남중국해의 경우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정부가 과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등에서도 밝혀온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중국은 이에 대해서도 반발한 것이다.

 

중국이 대만·남중국해를 국익과 직결된 문제로 여긴다는 점에서 중국의 반발은 예상됐고 관건은 그 수위였는데, 지금까지 중국의 대응은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 때보다는 강도가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미일은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명기했을 뿐 아니라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와 홍콩의 인권침해 등 한미 공동성명에 없는 내용이 담겼으며 중국 국가명도 적시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압박 정책이 정교하면서도 집요한 가운데 미일 정상회담 발표문에 비해 한국도 나름 선방한 것"이라며 "중국도 아직은 노골적인 반감을 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는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중국 측과 소통하는 등 한중관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2일 JTBC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의 반(反)중 전선에 동참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우려한 듯 "대만 관련 표현은 아주 일반적인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로서 우리와 가까운 이웃이자 최대 교역 상대이며,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주요한 협력 대상국"이라며 "굳건한 한미관계를 기반으로 해 한중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킨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대응은 이런 정부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도 한국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과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때와 같은 강도 높은 보복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을 규합해 중국을 포위하려는 상황에서 보복은 한국 내 반중 여론을 키워 한국이 미국과 더 밀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미중 갈등에서 동맹이 입는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보복을 좌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3일 호주와 외교장관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직면한 호주를 경기장에 홀로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해 도와주지 못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보복을 하기보다는 한국을 다시 끌어당기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추진하기로 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러나 정부가 너무 상황을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한미공동성명을 미일과 비교하며 "중국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이 중국을 적시하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중국을 노골적으로 적시한 것보다야 비판 수위가 낮았지만, 그렇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도 이날 한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란 말은 없지만, 중국을 겨냥해서 하는 것을 우리가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미정상회담을) 아쉽게 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