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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2021.05.25] 미중 사이 오락가락 행보 안 돼… 대만 언급 후폭풍 계산했어야

  • 김흥규
  • 2021-06-24
  • 361

한중관계 예측불허… 전문가 진단

외교부 “특정 국가 현안 겨냥한 것 아냐”
한미 공동성명 파급력 애써 축소했지만
“中 대응 없을거란 생각은 우리 희망일 뿐”
“G7 정상회의서도 우리 입장 유지 필요”
美전문가 “韓, 中 보복 땐 쿼드 참여할 것”

 

중국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대만 문제를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못박으면서 한중 관계도 예측 불허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 정부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라는 표현이 갖는 파급력을 애써 축소시키고 있지만 공동성명에 대만을 언급한 이상, 후폭풍에 대한 계산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한 배를 타기로 했다면 중국의 압박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있다.

 

대만이 언급된 한미 공동성명에 대해 지난 24일 중국 외교부가 “내정 간섭은 용납할 수 없다”는 공식 반응을 내놓은 데 이어 25일에는 한국 외교부가 입장을 내놓았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공동성명에 대한 많은 내용들은 특정 국가의 특정 현안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동성명에 대만을 언급해 놓고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만을 언급한 탓에 “우리가 폭탄을 안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파급효과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했다면 최대한 협상력을 발휘해 성명에서 이 부분을 빼려고 노력했을 것이란 얘기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당장 노골적인 반감을 표하면서 압박하지는 않겠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상응하는 대가를 취한다는 게 외교적 방침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은 몇 년이 지난 뒤에도 ‘반드시’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희망적 사고”라고 말했다.

과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 일방적으로 압박을 했다가 한국 내 반중 감정만 키우고 한미동맹 재평가로 이어진 ‘학습 효과’로 인해 우선은 원칙적 대응을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한국과 필요한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그 결과에 따라 향후 대응의 강도를 조절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 협력·투자 문제를 비롯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 사드 추가배치, 한미일 군사협력’과 관련된 이른바 ‘삼불’(三不)에 대한 입장을 한국이 계속 유지할 것인지 등을 먼저 논의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중국의 압박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방향을 바꾸면 미국의 신뢰를 잃기 때문에 오락가락 행보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다음달 초청받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관련 얘기가 나올 수 있는데 우리가 입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뒤로 물러나면 중국에 계속 밀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대만 언급 문제로 한국에 보복하면 한국 역시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 협의체)에 참여하는 쪽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24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중국이 가혹하게 보복한다면 한국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쿼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