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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2021.06.17] "통일, 서두를수록 멀어진다"

  • 김흥규
  • 2021-06-27
  • 358

"北이 주권국가 돼야 통일 가능"

"긴 안목으로 평화공존부터 꾀해야"

"청년세대 고려한 담론·정책 필요"

 

민족적 관점에 기초한 기존 통일 담론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보다 긴 안목을 바탕으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과 공존을 꾀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온전한 주권국가로 거듭나야만 통일 논의가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지난 15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주관한 통일정책포럼에서 "민족이 모든 정치행위의 기본 가치가 됐던 시대를 상당히 지나고 있다고 본다"며 "시민에 대한 정의 역시 혈연적인 종족 의식보다는 이민자 등 법적 시민권 개념이 우리에게 더 와 닿는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지난 20년간 남북이 인적 교류를 활발히 이어오지 못해 민족적 정체성이 흐려졌다며 "민족적 정체성을 강제하긴 어렵다고 본다. 그것이 주 정체성이 될 거란 보장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남북관계가 좋아져 교류·협력이 활발해지면 복원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그는 "북한이 온전한 주권국가가 되기 전에는 통일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체제 보장하에 주권국가로 거듭나야만 남북관계가 '두 개의 국가' 차원에서 교류·협력을 활발히 진행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 모두가 통일을 이익으로 간주할 때, 평화적·단계적 통일 논의가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전 교수는 역내 국가들이나 국제정치가 보다 통합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다양한 다자주의 협력에 참여하며 국제사회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남북 간 동질감이 확대돼 자연스럽게 '사실상의 통일'을 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민족적 차원이 아닌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다방면의 교류·협력을 이어갈 경우, 동질감이 확대돼 통일에 가까운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통일은 '평화적 방식'으로만 가능하다며 "서로 편안하고, 필요로 하고,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가는 게 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통일을 바라보며 공존할 수 있는 합의를 이루는 게 당장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통일 목표를 멀리 상정할수록 통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며 "통일 이야기를 많이 하면 할수록 통일 가능성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도 했다.

 

일각에선 기성세대와 결이 다른 인식을 가진 청년세대를 고려해 통일 담론 및 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여론조사 결과상 "청년들은 (통일보다) 평화 공존을 원한다"며 "정부 정책을 마련할 때 통일을 맨 앞에 두는 건 그다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공감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 책임연구위원은 청년들이 탈북민이나 북한 인권 등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데 대해선 관련 활동이 통일보다는 통합, 즉 '사회적 결속력'을 강화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통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통합과 통일을 함께 생각하고 평화공존을 (통일보다) 앞에 놓는 접근법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