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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9.01.22] 中 왕자루이 방북 행보 주목

  • 김흥규
  • 201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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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행보에 한반도 문제 이해 당사국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왕 부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와병설이 제기된 작년 9월 이래 김 위원장을 처음 만나는 외빈이 될지 여부다.

대표적 ‘북한통’인 왕 부장은 2001년 2월과 2004년 1월, 2005년 2월, 2008년 1월 등 여러차례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예방한 바 있다.

왕 부장의 이런 전력에 더해 올해가 북.중 수교 60주년이라는 점에 미뤄 김 위원장의 건강만 허락한다면 면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22일 “통상 북한은 외빈 방북시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 대해 확답을 미리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번에도 어떨지 모르겠지만 중국으로선 김 위원장 면담에 대해 북과 어느 정도 조율을 해 놓고 왕 부장을 보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왕 부장이 김 위원장을 만날 경우 김 위원장이 정상적인 대외활동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을 회복했음을 증명하는 유력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이 경우 작년 9월 이후 계속된 ‘김정일 건강 변수’가 당분간은 수면 아래로 내려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면담이 성사되면 ‘조중(朝中) 친선의 해’인 올해 정상간의 교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 또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위한 사전 조율의 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과 그 직전에 나온 북한의 대남 초강경 성명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방북인 만큼 북.중이 어떤 관련 메시지를 교환할 것인지다.

이와 관련, 우선 북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행보를 지원해 줄 것을 당부하고 북미관계 진전에 대해 중국이 가질 수 있는 우려를 해소하려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07년 10월 북핵 ‘10.3 합의’가 나온지 3개월 뒤로, 북미관계 진전이 기대되던 작년 1월 왕 부장이 방북했을 때 김 위원장은 그에게 ‘북한은 중국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관계와 관련한 변화의 토대가 마련된 때라는 측면에서는 1년 전과 현 상황이 비슷하기에 이번에도 북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미대화에 앞서 중국이라는 ‘안전판’을 공고히 해두려 할 것이란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중국 측은 북핵과 대남 측면에서 강경 모드를 보이는 북한을 향해 자국이 가진 우려를 전할 수도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흥규 교수는 “중국도 세계적 금융 위기의 여파에서 안심할 수 없는 때인 만큼 왕부장으로선 한반도 정세에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문제를 만들지 말라거나, 미국 새 정부 출범과 관련해 상황을 오판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라도 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작년 12월말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 왕 부장과 3시간 이상 긴밀한 면담을 했던 만큼 왕부장이 남북대화 재개를 바라는 우리의 입장도 대신 전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이와 함께 중국이 북미관계의 진전 가능성에 대비, 대북 지렛대를 공고히 하는 차원에서 상당 규모의 식량 지원 등을 약속할 가능성도 있다고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