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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3.04.28] '70년 동맹' 결속 다진 한미정상… 한중 '갈등' 관리 필요성도 점증

  • 김흥규
  • 2023-05-09
  • 118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올해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의 '결속'을 재차 다졌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확장억제'를 기초로 한 미국의 한국 방위공약 강화 관련 내용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미 양측이 양국 동맹의 미래비전을 담은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 중 일부 내용 등을 두고 중국 당국의 반발이 이어져 한중 간 '갈등 관리'의 필요성 또한 점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비롯해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핵억제' 실현을 위한 계획들을 명문화됐다. 미 정부가 특정 동맹국을 상대로 이 같은 내용의 선언문을 작성, 발표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번 '워싱턴 선언'에 기초해 우리 국방당국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핵전력 운용에 기획단계 초입부터 관여할 수 있게 됐다. 또 미국 측은 대북 억지력 강화 차원에서 해군의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을 정례적으로 우리나라에 기항토록 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27일엔 우리나라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미 국방부(펜타곤) 국가군사지휘센터를 방문해 확고한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이 같은 한미정상 공동성명 및 워싱턴 선언 등의 내용이 공개되자, 즉각 '불만'을 표출했다. '워싱턴 선언'에 담긴 확장억제 강화 관련 내용이 오히려 '대화·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는 게 중국 측 주장이다.

게다가 중국 당국은 이번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을 둘러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긴장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 사실을 거듭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 당국은 이른바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원칙에 따라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중국의 합법적 정부 또한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란 이유로 다른 나라 정부에서 대만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내정간섭'으로 간주한다.

 

이와 관련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두 나라는 대만 문제의 실질을 똑바로 인식하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고, 대만 문제에서 언행에 신중을 기하며,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더 이상 가지 말라"고 주장했다.


한미 정상들이 이번 회담 공동성명에서 "역내 안보·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해 인도·태평양 내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을 겨냥한 것이다.

류진쑹(劉勁松) 중국 외교부 아주(아시아)사장(국장)은 강상욱 주중국대사관 정무공사를 초치해 한미정상 공동성명 내용과 관련해 항의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중국을 겨냥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반대'란 문구가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중국 측에선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관련 문제와 더불어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 등을 언급했을 때도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이 정재호 주중대사에서 항의 전화를 했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면하는 관영매체에서도 윤 대통령의 관련 인터뷰 내용과 이번 한미정상 공동성명 등을 비판하는 내용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내 일각에선 중국 당국 차원의 경제보복 등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같은 최근 한미·한중관계 상황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외교 분야 최우선 목표로 '한미동맹 강화·발전'을 내세우고 있는 것과 별개로 중국과의 관계도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한중관계를 한미동맹을 위한 수단이나 종속변수로 삼는 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견국가' '낀 국가' '파쇄지대(shatter zone)에 놓인 국가'는 대립보다 친화에 더 힘을 써야 한다. 고도의 외교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특히 "국제정치는 정의나 가치의 실현보다는 생존과 번영이 우선적 목표가 돼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은 '대만' 얘기가 나오면 외교 매뉴얼에 따라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우린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유지가 중요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앞으로도 일관성 있게 유지하되, (중국과의) 외교 접촉도 병행해야 한다. 그러면 중국도 '한국은 여기까지구나'라고 판단해 설령 지금은 불편하더라도 향후 한국의 (예측 가능한) 스탠스를 바탕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