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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2023.06.19] 요동치는 한국-중국 관계… “정부 최대 외교·안보 리스크”

  • 김흥규
  • 2023-06-19
  • 110

강경 치닫던 서방-中 대결
안보→시장 중심으로 급선회
“한국, ‘양자택일’ 논리 갇혀
한미동맹 속 역할 잘 찾아야”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최근 우리나라 정부의 대미 밀착 기조를 겨냥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으로 팽팽한 기 싸움이 벌어지는 등 한중관계가 심상치 않다. 한중관계가 급격히 요동치면서 우리 정부 최대 외교·안보 도전은 한중관계에서 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특히 그간 이어진 세계 경제 규모 1·2위인 미국과 중국 간 총성 없는 ‘패권전쟁’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변화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국과 마치 끝장을 볼 것처럼 달려들었던 미국이 최근 디커플링(de-coupling, 시장 배제)에서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제거)으로 압박 수위를 낮추고 외교로 풀어가려는 뜻을 공식화하고 있기 때문.

그 이유에서일까. 그렇게 중국을 몰아세우던 미국을 위시한 서방은 최근 중국과의 접촉에 나서고 있다. 현재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8~19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고위 관리들과 만나 미-중 간 무역 거래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 중이다. 조만간 영국 외무장관도 방중 길에 오를 태세다.

서방의 프랑스는 G7 회의가 열리기도 전 지난 4월부터 일찌감치 세계 1위 규모의 중국 시장을 노리고 이익을 꾀하는 실익 외교를 펼치고 있다.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방중이 중·러 연대에 대한 서방의 강력한 견제구가 될 것이라는 팽배했던 시각을 통째로 뒤집고서다. 게다가 정부 차원뿐 아니라 최근엔 테슬라 등 기업까지 서방에서는 민관을 가리지 않고 중국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현재 중국의 주요 인사들이 서방에 방문하는 일정도 속속 잡히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진영 간 패권 다툼 속에서도 국익을 챙기는 균형외교를 펼치는 서방과 달리 우리나라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연일 고조되는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위기와 인도태평양 영토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교적으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은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위기들은 나라 대 나라의 대결을 넘어 미국과 나토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러시아 및 중국이 연대하는 전체주의 진영 간의 대립으로 번졌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이에 강대국들 사이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우리나라는 최근 친미 외교기조가 더욱 뚜렷해져 자칫 잘못하다간 국익은 서방에 내주고 경제·외교적 ‘독박’만 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과 직접 부딪히기보다는 동맹국으로 하여금 중국과 갈등을 표면화하도록 유도하는 미국과 ‘실익 외교’를 펼치는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의 외교 흐름을 읽지 못하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전문가들은 한중 양국이 서로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사이면서도 미·중 경쟁이라는 틀 속에 갇혀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동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던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 방향을 취해왔던 우리나라가 최근 미국과 전적으로 협력하는 안미경미(安美經美) 일변도로 전략을 바꿨다”며 “문제는 국제정치 현실이 한국 정부가 쉬이 인정한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천하양분론’과는 사뭇 다르게 흘러간다는 점”이라고 신동아에 전했다.

이어 국내외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을 포용하는 외교기조를 펼치는 독일과 프랑스, 일본 등의 사례를 들며 “미·중 전략경쟁 시기에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는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현재 중국과 디리스킹 아닌 리리스킹(rerisking) 위험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정부 최대 외교·안보 도전은 한·중 관계에서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