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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23.06.12] 전문가들 “미국도 디리스킹 전환…대화 통해 실리 챙겨야”

  • 김흥규
  • 2023-06-16
  • 110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윤석열 정부 비판 발언을 계기로 더욱 경색된 한·중관계가 감정적으로 치닫지 않도록 정부가 대화를 통한 긴장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중국과의 관계를 ‘디커플링’(관계 단절)이 아닌 ‘디리스킹’(위험 회피)으로 전환하는 국제정세에 발맞춰 대중 전략을 다듬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칫 감정싸움으로 치달을 수 있는 현재의 긴장 상태를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통화에서 “한국이 중국의 외교정책 방침을 변화시킬 수 있는 레버리지(지렛대)가 별로 없다”며 “일단 강 대 강으로 치닫는 국면을 완화시키고 서로 (관계 개선) 계기가 마련될 때까지 상호 비용과 피해를 줄여가야 한다”고 밝혔다.

물밑 외교라인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노력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중국과의 감정이 너무 올라와 있으니 외교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물밑에서 접촉해 풀어 나가야 한다”며 “윗선에서는 자꾸 정치가 개입되니 (관계 개선 노력이) 어렵다”고 말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국 정부는 갈등을 더 키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화 준비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 동맹과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 치중하며 중국과의 관계는 점점 악화됐다. 국제정세 흐름상 이러한 대중 전략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디리스킹으로 가겠다는 바뀐 판세 흐름에 따라 우리도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과도하게 여유를 갖고 있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영국·독일·프랑스·필리핀·싱가포르 등 중국과 관계를 끊고 다른 길을 가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며 “미·중이 비공식으로 계속 접촉하고 있는데 전격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합의를 이루면 우리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 이 교수는 “지금 한·미·중 관계는 어디서 싸우고 경쟁하고 협력할지 구분이 잘 안 될 정도로 복잡하게 움직인다”며 “미국과 동맹 강화는 좋은데 어디까지 중국 때리기에 동참할지 우리 나름대로 전략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점점 강화되고 있는 반중 정서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교수는 “반중 정서가 고착화되면 나중에 중국과 협력할 때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반중 정서에 너무 편승하는 외교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