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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3.12.19] 北, 한미 겨냥 미사일 도발 속 중국과 대화… 러→중 '무게추' 옮기나

  • 서대옥
  • 2024-01-08
  • 59

북한이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난하며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동시에 중국과는 고위급 대화에 나섰다. 이를 두고 올 하반기 러시아와의 군사·경제적 협력에 집중해왔던 북한 당국이 연말 이후엔 중국으로 그 '무게추'를 옮겨가고자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과의 중북 외교차관회담에 임한 데 이어, 18일엔 중국의 '외교사령탑'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예방했다. 


왕 부장은 이날 박 부상 접견에서 "중국과 조선(북한)은 혼란스러운 국제정세 속에서도 항상 서로를 지지하고 신뢰하며 우호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며 내년 중북 수교 제75주년을 맞아 이 같은 관계를 계속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박 부상도 "두 당(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 두 나라(북한과 중국) 최고영도자들의 숭고한 의지와 새 시대 요구에 따라 조중(북중)관계를 지속 심화 발전시키는 게 조선(북한) 당과 정부의 변함없는 입장"이라며 "조선은 앞으로도 중국 측과의 다자협력을 강화하고 공동이익을 수호하며 지역 평화·안정을 유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측이 전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오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감행하며 한반도 일대의 군사적 긴장을 재차 끌어올렸다. 북한은 전날 오후에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쏘는 등 불과 10시간 간격으로 우리나라와 미국을 겨냥한 무력도발을 벌였다.

북한의 이 같은 연쇄 도발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통해 대북 확장억제 강화 차원에서 내년 한미연합 군사연습에 '핵작전 시나리오'를 반영하기로 결정한 사실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은 전날 오후 SRBM 발사 뒤 국방성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공화국(북한)에 대한 그 어떤 무력 사용 기도도 선제적·괴멸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목표로 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즉, 북한은 자신들의 연이은 안보리 결의 위반에 따른 한미 등의 대응 조치를 '적반하장'식으로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중국 당국의 경우 북한이 5년 만에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작년 이후 안보리 차원에서 추가 제재 결의가 논의됐을 당시 러시아와 함께 상임이사국 지위를 이용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안보리 차원의 대북 논의 때마다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을 주장하며 번번이 제동을 걸어왔다.

그러나 북한이 올 9월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전후로 군사·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동안 중국 측은 "러북 양자 간의 일"이라며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북한 또한 중국보다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해 집중해왔다는 게 외교가의 일반적인 평가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용 탄약·무기 등을 공급해주는 대가로 지난달 정찰위성 발사 준비과정에서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랬던 북한 측이 이번 박 부상 방중을 계기로 중국과의 '다자협력 강화'를 얘기한 데는 △내년 정찰위성 추가 발사 및 ICBM 등의 추가 시험발사와 관련해 계속 북한의 입장을 지지해주고, △나아가 러시아와의 협력관계에도 함께해 달라는 뜻이 담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ICBM 발상 관한 논평 요구에 "복잡하게 얽힌 한반도 정세는 군사적 억지론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역효과만 낳는다. 대화·협상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길"이라며 오히려 한미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한미동맹 강화 기조 속에 중국으로선 북한의 도발을 제재할 명분도 그럴 의지도 없다. 실제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며 "미중전략 경쟁이 강화되고 동북아시아에서 소위 '신(新)냉전' 구도가 굳어지고 있는 만큼, 중국 입장에선 '완충지대'로서 북한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따라서 북한은 사실상 '행동의 자유'를 얻게 됐다"며 "당분간 그들이 원하는 대로 도발을 지속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소위 '북중러 밀착'은 중국 측이 전략적으로 원치 않는다. 중국은 자신들이 설정한 테두리 안에서 북한이 움직이길 바랄 것"이라며 북한 측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해 이번 박 부상 방중 과정에서 러시아와 협력과 별개로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이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을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