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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 2022.10.14] 위기? 기회?…시진핑 3기 ‘살얼음판’ 한-중 관계

  • 김흥규
  • 2022-10-14
  • 182

16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뒤 모습을 드러낼 시진핑 3기 체제에서 한-중 관계가 어떤 변화를 맞을 지 관심이 모인다. 특히 미-중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고 윤석열 정부가 미국 중심의 가치외교에 초점을 맞추면서 한-중 관계는 전과 다른 도전과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 주석 집권 3기는 대외 정책 기조는 유지하되 지난 10년보다 공세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마오쩌둥에 비견할 만큼 강력한 권력을 공고히 한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한 중국은 향후 5년 동안 ‘중화 부흥’과 강국의 지위를 굳히려는 움직임을 강화해 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권(대만, 홍콩)·영토 완결성(신장, 티베트)·개발이익(일대일로 개발) 등 ‘3대 핵심이익’에는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대중국 정책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중국의 대응 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며 특히 신장위구르·홍콩·대만 문제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등 핵심이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더욱 공세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중은 반도체 등 경제 안보 분야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시진핑 주석 집권 1기 였던 지난 2014년 11월 시 주석이 중국 권부의 중심 중난하이를 통째로 비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환대하면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새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 강대국과 전쟁 등으로 충돌한다는 개념)’은 없다는 점을 역설했던 시절과 견주면 격세지감의 변화다.

 

한국은 미-중 갈등, 경쟁 심화 속에 국익을 챙겨야 하는 난제를 안았다.

 

역사적으로 한-중 관계는 미-중 관계가 순조로울 때 함께 순풍을 탔다. 한국과 중국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한 1992년 이후 2016년까지 선린우호(노태우·김영삼 정부)→ 협력 동반자(김대중 정부) →전면적 협력 동반자(노무현 정부) →전략적 협력 동반자(이명박 정부) 관계로 양국 사이를 강화해왔다. 특히 지난 2015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시 주석과 함께 베이징 천안문 망루에 올랐던 장면은 한-중 관계의 절정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7월 박근혜 정부가 전격적으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뒤 양국 관계는 여지껏 냉랭하다. 시 주석은 그 뒤 단 한 번도 방한하지 않았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한-중관계는 미-중관계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미국이 경제적 융합을 위해 중국을 세계 무대로 초대하기 시작한 1990년대 한중도 경제적으로 융합하기 시작했다. 미-중이 전략적 경쟁관계로 전환되는 시점과 한-중이 긴장 국면으로 접어든 시점이 맞물린다”고 지적했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를 상수로 놓고 보면, 향후 5년 간 한-중 관계는 만만찮은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내건 미국 중심 가치외교 방침을 선명히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사드 기지 정상화와 미국의 중국 견제용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칩4 참여를 결정했다. 특히 지난 6일(현지시각) 한국은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침해 의혹 관련 유엔 인권이사회 토론회 개최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여기에 북한 핵 ·미사일 위협이 가시화하며 한·미·일 대 북· 중 ·러 대결 구도는 더 선명하다.

 

전문가들은 미, 중이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일 외교를 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계 주도권 다툼에서 미, 중 모두 한국을 제 편으로 끌어들이려 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이 심화할수록 한국의 외교적 공간은 넓어지고, 전략적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가치동맹’과 ‘자유’를 강조하는 대외정책 기조가 자칫 한-중 관계를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고민일 것”이라고 짚었다.

 

미-중이 첨예하게 맞서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국익 위주의 정교한 균형 잡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은 주력 산업인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과 중국에 수출입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쌍순환’(내수라는 국내 ‘대순환’을 위주로 삼아 무역이라는 국제 ‘대순환’을 결합하는 경제 전략)은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포위에 대한 시진핑 정부의 대응책”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미국과 ‘포괄적 전략 동맹’ 강화는 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