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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22.08.23] 美 경제안보동맹으로 中 견제 노골화… 선택의 기로 선 韓 [한·중 수교 30년…격동의 동아시아]

  • 김흥규
  •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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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만 한 반도체칩은 스마트폰에서부터 식기세척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작동시키는 현대 경제의 기본 요소다. 미국은 반도체를 발명했고, 이 법은 반도체(생산공장)를 미국으로 가지고 올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경제적 이익이고, 국가안보에 이익이 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 시간) 미국 내 반도체산업 지원과 미국 지원을 받은 기업의 10년간 중국내 반도체 공장 투자 금지를 골자로 하는 반도체·과학법(The 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하면서 경제안전보장을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대중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과 경제안보라는 전략적 개념을 결합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굴기(?起·떨쳐일어남)를 차단하고 역내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전개하고 있다.

 

경제안보를 전면에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 특징은 △차세대 핵심기술인 반도체·전기자동차(EV) 배터리 등의 생산과 관련해 국제분업이 아닌 미국 내 제조 강화 △미국 단독의 힘이 아닌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와의 연대에 의한 대중 견제 △자유무역이 아닌 안정적 공급망(Supply Chain) 확보를 명분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중국 배제를 들 수 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22일 “미국은 무역을 통한 직접적 압박으로 중국을 굴복시키기 어렵자, 우방국과 협력국을 동원해 중국에 함께 맞서는 동시에 스스로 내구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며 “특히 중국이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정보기술(IT) 분야와 전략적 핵심 산업에서 중국 발전을 최대한 억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월 중국 견제를 목표로 집대성해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에서도 국제질서 변경을 위한 중국의 도전이 성공할지 여부가 향후 10년 동안 미국과 동맹의 노력에 달려있다면서 전례 없는 협업을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경제안보 정책의 중핵으로 보는 지역이 바로 인도태평양이다. 허재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지역전략팀 부연구원은 “미국이 추구하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반도체 등 미래 산업과 관련 핵심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주요 플레어인 한국, 일본, 대만 등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몰려있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이 경제안보적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쿼드(Quad: 미국·호주·인도·일본의 안보대화체), 오커스(AUKUS: 동맹국 미국·영국·호주의 안보협력체)와의 연대를 강화하면서 지난 5월에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키고 이젠 반도체동맹 칩(Chip) 4 의욕을 보이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글로벌 반도체 생산 비중을 보면 한국 21%, 대만 22%이고 미국은 12%, 일본 15%다. 칩4는 네 나라가 협의체를 만들어 공급망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공동으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도 추진하자는 구상이다.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의 중국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프로그램 국장도 대만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배경에 대해서 “공급망 문제가 증가함에 따라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만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미·중 관계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하면서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중 관계도 질적으로 새로운 차원에 진입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의 IPEF 참여를 선언했고, 우리 정부는 칩4 예비회의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미국의 경제안보 드라이브와 한·미 동맹, 미국의 첨단 과학기술 의존을 고려하면 한국도 결국 칩4에 동참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국제정치) 교수는 “만약 칩4에 들어가지 않아 미국이 반도체 기술 등과 관련해 제재하면 일본 반도체산업이 무너진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산업 분야에 정통한 워싱턴 소식통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국은 앞으로도 다른 나라와 협력을 통해 효율적인 중국견제 기조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관련국들이) 중국과의 긴장 관계도 더욱 고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