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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2.06.25] [국제정세 변곡점, 나토 정상회의 D-4]외교 무게중심 미국 쪽으로 이동…일각 “중·러 자극 득보다 실” 우려

  • 김흥규
  • 2022-07-04
  • 211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새 정부의 외교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22일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배경을 설명하며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가치 연대 강화, 포괄적 안보 기반 구축, 신흥 안보에 대한 효과적 대응 등 세 가지를 강조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나토 동맹국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인권 등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는 우리의 전통 우방국”이라며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예측 불가능한 국제 정세 속에서 포괄적 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외교 정책 골자인 ‘가치 외교’와도 일맥상통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이 돌아왔다”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미국의 국익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동맹국들과 민주주의를 강화해 권위주의 국가들과 맞서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즉 가치 외교를 앞세워 유럽에선 러시아와 대결하고 아시아에선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이런 미국의 가치 외교가 강하게 부각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언급한 “자유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와 규범 공유”는 바이든 정부의 “민주주의를 강화해 권위주의와 맞선다”와 표현은 조금 다르지만 지향점은 일치한다. 둘 다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국제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한·미동맹 강화를 앞세웠던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어떤 외교 정책을 추구할지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의 스페인행도 전임 정부와 달리 한·미동맹 강화는 물론 미국의 외교 전략에도 상당 부분 발을 맞추겠다는 제스처로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이 같은 외교 행보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금은 우리 국력에 걸맞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며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합리적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미·중 대결 국면이 첨예화하는 상황에서 줄타기 외교를 통한 균형 잡기는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과거 미·중에 대한 외교적 비중이 6대4였다면 지금은 7대3 또는 8대2를 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쿼드(Quad)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소다자주의 협의체에도 적극 참여하는 게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다”며 “다만 대만 문제 등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반면 윤 대통령 행보에 대한 인색한 평가도 적잖다.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우려다. 김상원 국민대 교수는 “러시아에 대항하는 방위 기구인 나토가 주최하는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는 건 한국이 러시아를 적대적으로 대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주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 입장에선 자칫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질 수 있고, 이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협력이 필수적인 북방정책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포괄적 안보 차원에서 나토 회원국 및 파트너국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것인 만큼 이번 정상회의 참석을 반중·반러 정책으로의 전환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결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아태 지역 4개 초청국이 나토 정상회의 기간 별도 회담을 추진하는 데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판 나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국 정부가 당장 역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에 나서진 않겠지만 중국 역사를 볼 때 반드시 보복하는 게 전통인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은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새 정부 외교안보 라인도 친미·반중만으론 산적한 외교적 난제를 풀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당초 외교 기조를 보완해 좀 더 신중하고 섬세한 전략을 모색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