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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2022.05.11] 방중 요청 vs 방한 초청…한-중 미묘한 신경전

  • 김흥규
  • 2022-05-13
  • 232
왕치산 ‘5개 건의사항’ 이례적 공개 발표
한중일 협력 제시…美견제 다목적 포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열흘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방중을 요청했다. 중국 경축사절단으로 방한한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은 윤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5가지의 건의사항을 이례적으로 공개 발표하면서 한미동맹 강화·대중 강경노선으로 대표되는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전달했다. 윤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간 신경전이 다시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은 10일 용산 대통령실 5층에서 왕 부주석과 사절단을 접견했다. 왕 부주석은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의 초청 의사를 전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접견을 마무리하면서 “시 주석의 방한을 고대한다”고 했다. 서로 방문을 제안했으니 덕담 속에 정상외교를 두고 양국간 미묘한 신경전이 빚어진 셈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2차례 방중했고, 임기 말에는 시 주석의 방한을 논의해왔기 때문에 외교 관례상 시 주석의 답방이 먼저다.

다만 중국의 실질적인 2인자인 왕 부주석이 사절단장으로 온 것은 시 주석의 관심과 성의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가 전한 중국 측 메시지는 윤 대통령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추가 배치 등 공약을 비롯한 대중 정책과 한미동맹 강화로 대표되는 외교정책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환기시킨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왕 부주석은 “중한(한중) 경제의 상호 보완성이 강하고 호혜 협력의 잠재력이 크며, 양국 간 산업 공급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한중 FTA 2단계 협상의 조속한 마무리와 제3국 시장 협력 강화”를 제시했다. 또한 “중국 측은 한국 측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서 다자주의 및 자유무역체제 수호에 함께 노력할 것이고, 이를 통해 지역 및 글로벌 발전과 번영을 촉진하고자 한다”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존중 의사를 밝혔다.

이는 중국이 미중 이분법적인 대립체제를 넘어 동북아 차원에서의 지역 협력 강화를 통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자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한미일 협력체제에 대응해 한중일 지역협력체제 강화를 제시, 시 주석의 ‘쌍순환’(雙循環) 전략(국내시장 내순환과 국제시장 외순환)의 보완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한국과 일본이 쌍순환 전략의 부족한 부분에 보완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미중 전략경쟁에서 중장기적 승리할 수 있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라며 “다목적적인 포석으로 친밀감도, 경고도 하며 자신들의 새로운 대안도 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