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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21.06.10] 중국, G7 앞두고 한미 밀착 견제…정부 "우리 특정한 게 아냐"

  • 김흥규
  • 2021-06-26
  • 381

왕이, 외교장관 통화서 미국 비난하며 "남의 장단에 끌려가선 안돼"

전문가 "미, G7 계기 반중 전선 구축…중, 한국에 강력 경고"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중국이 한국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미국의 반중(反中) 전선에 동참하지 말라는 경고 목소리를 키우면서 한국 외교에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은 오는 11∼13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하는데 G7의 수장 격인 미국은 이 회의를 중국 견제를 위해 민주주의 국가들을 결집하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

중국으로선 한국이 지난달 미국과 정상회담에서 자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를 거론한 데 이어 미국 주도의 선진국 모임에 참여하는 등 미국과 밀착하는 분위기가 짙어지자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0일 중국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통화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비난하며 한중 간 정치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왕이 부장은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냉전적 사고로 가득 차 집단 대결을 부추기고 지역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아 중국은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한은 우호적인 이웃이자 전략적 파트너로서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며 정치적 공감대를 지켜나가야지 남의 장단에 따라 끌려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한국과 양자 대화에서 이처럼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중립을 주문한 것은 이례적이다.

불과 두 달 전 중국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 뒤 중국 외교부 자료에서는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자체가 없었고, 한국에 '올바른 입장'을 운운하는 경고성 메시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간 한국 정부는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한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중국과 소통해왔다고 설명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듯하다.

 

한미관계는 기본적으로 한국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왕이 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내정간섭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정 장관이 어떻게 답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정 장관은 글로벌 도전과제 대응에 있어 미중 간 협력이 국제사회의 이익에 부합하는바, 미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왕이 부장의 발언은 그간 중국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면박하거나 윽박지르는 분위기가 아니라 솔직한 분위기였다"며 "미국과 관련된 부분은 우리나라에 특정해서 한다고 (언론은) 인식하는데 최근의 기본 입장을 다시 반복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를 특정해서 '너 이래라' 그러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통화는 '한중 문화교류의 해' 준비 등 지난 4월 3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논의한 협력 사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첫 외교장관 통화인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G7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G7 회원국이 아닌 한국은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보건, 열린사회 등 3개 주제별 세션에 참석하며, 중국 문제 등 정무적 사안은 G7 회원국 간 논의될 전망이다.

그러나 반중 결의를 다지는 선진국 모임에 한국 정상이 함께하는 것 자체가 중국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다.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홍콩과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는 한국도 참여하는 '열린사회' 세션에서도 논의될 전망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한국이 그동안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어느 정도 존중하는 입장에서 한미정상회담 이후 확연하게 미국 쪽으로 돌아서자 중국이 강력하게 경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반중 연합협력체제를 구축한다는 게 미국의 복안인데 한국마저 동참한다면 중국으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 된다"며 "한국이 G7에 가기 전에 노골적으로 압박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