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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20.06.09] 北은 中에 더 밀착… “G2관계 나빠질수록 비핵화 난항”

  • 김흥규
  •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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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지난 4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정세균 국무총리 주최 ‘목요대화’에 참석해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다. 미·중 갈등 강화 국면에서는 미국과 중국 어느 나라도 비핵화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기보다는 이를 통해 자국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더 관심을 쏟게 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북한도 이미 (미·중 갈등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보다는 ‘생존 우선 전략’으로 자국의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제재를 풀지 않는 미국과 근본적으로 제재를 우선하는 국제체제를 넘어서기 힘든 중국·러시아에 기대기보다는 자력갱생을 추구하고, 체제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과 주한미군보다 군사력 우위를 확보하며, 중·러와는 외부적으로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을 내보이는 것이 김 소장이 예측하는 북한의 생존 우선 전략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8일 통화에서 “(지금까지도) 미·중 관계 악화 국면에서는 비핵화 문제가 늘 어려워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실제 북한은 최근 미·중 경쟁 격화 국면에서 꾸준히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부각시키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홍콩국가보안법 초안 의결을 지지하며 꾸준히 논평을 실어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5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조선인권연구협회 대변인 담화에서 최근 미국에서 번지고 있는 인종차별 관련 시위를 언급하며 “(그런 미국이) 다른 나라들의 ‘인권재판관’이라도 되는 듯이 꼴사납게 놀아대고 있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미국이 북한의 인권 이슈를 문제 삼아온 데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


북핵 문제의 교착은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운신 폭을 좁히는 요인이기도 하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한국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동아시아의 오랜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비핵화 협상이 진행 중이던 때만 하더라도 북한은 중국과의 ‘혈맹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과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우리는 선택을 하지 않더라도 북한은 이미 선택을 해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자주적인 선택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