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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0.05.27] 전면전 치닫는 미중, 선택 요구받는 韓…"능동적 외교력 절실"

  • 김흥규
  • 2020-06-15
  • 59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시 불 붙은 미중 간 헤게모니(패권) 경쟁이 환율전쟁으로까지 번졌다. 방역 책임론부터 반중경제블록 구상,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제기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대중국 공세에 중국은 위안화 기습 절하로 맞섰다.

미중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서 사실상 세계가 신냉전 체제로 접어드는 가운데, 한국의 외교도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보다 능동적인 외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미중 갈등상황과 관련해 "상황을 속속들이 주시하면서, 다방면에서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인식"이라고 전했다. 외교부는 오는 28일 제7차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를 열고 주요 국제사안들에 대한 대응방향을 논의하는 한편, 조만간 열릴 제3차 외교전략조정회의 추진방향에 대해서도 협의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불붙은 미중 패권경쟁…홍콩 국가보안법 논란에 환율전쟁 우려도

미중 갈등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 책임론'을 꺼내들면서 본격적으로 격화했다. 이후 미중 무역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은 세계 경제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 하기 위한 '반중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을 내놓고,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미국은 중국이 추진 중인 '홍콩 국가보안법'도 문제삼았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홍콩 내에서 분리·전복을 꾀하는 활동과 홍콩 문제에 대한 외부의 간섭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입법 추진은 홍콩을 장악하려는 시도라며 "중국이 홍콩을 장악한다면 홍콩이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서 남아 있을 것인지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실상, 홍콩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중국도 반격에 나섰다. 자오리졘(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국보법에 대해 미국이 홍콩 금융허브 특별지위 박탈 등 제재를 가한다면 중국은 이에 맞서기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이에 더해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6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2월 이후 최고치인 7.1293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국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중국이 대미 반격 카드로 환율을 꺼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중 갈등 빠르게 격화…'전략적 모호성' 버리고 능동적인 외교 필요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예상보다 빠르게 격화하고 있는 데 우려를 나타내며,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 상황에서 선택을 회피하는 '전략적 모호성'은 불신을 불러일으키기 쉽고, 국익에 기반한 능동적 외교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정확한 원칙이나 정체성, 가치가 드러나지 않아 미중 모두로부터 불신을 받고 한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우호적 태도보다는 압박을 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준다기보다 국익과 가치관, 정체성을 고려해 원칙을 정립하고 그에 따른 전략적 입장을 수립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정책적 방향성이 분명하면 단기적으로 압박을 받더라도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한권 교수는 "특히 민주화된 사회에서 국민의 합의를 통해 나온 원칙은 더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며 "국민적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되, 외교당국은 원칙에 따라 예상되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외교에 집중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도 "미국과 더 단단히 결합해서, 안보·경제적으로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추구하는 한편, 중국과도 연대해서 새로운 경제협력 구도를 만드는 '결미연중' 전략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흥규 소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미동맹과 반도체 산업 등 우리가 가진 전략자산이 있다"며 "우리가 가진 전략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우리의 생존과 경제적 번영 공간을 확대해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