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언론

언론보도

[세계일보 2020.04.27] ‘K방역’으로 얻은 소프트파워… 경제 공조 ‘밑천’ 삼아야

  • 김흥규
  • 2020-05-18
  • 535

코로나 대응 ‘한국형 모델’ 국제사회 호평 / 바이러스 확산에 국제 공조 필수적 / G2, 리더십 대신 ‘진원지’ 놓고 갈등 / WHO는 무능함 드러낸 채 신뢰 잃어 / 한국, 봉쇄 없이도 민주적 방식 효과 / “경험 공유” 국제방역협력 TF 1차회의 / 3개월 동안 ‘K방역’ 웹세미나 열기로 / G20화상정상회의서 외교 위상 제고 / ‘경제적 후폭풍’ 국제사회 과제될 듯 / “한국, 열린 기회 활용해 역할 준비를”


“한국의 성공적 코로나19 대응모델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겠다.”

 

지난달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소집된 G20 화상특별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초 급증하던 코로나19 국내 확진세가 진정되면서 ‘개방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한국형 방역 모델에 대한 평가가 시작되던 시기다. 실제 해외 당국과 언론에서 한국의 대응 사례에 대한 호평은 이어지고 있다. 국제공조가 필요한 바이러스 대응의 특성상 G2 국가인 미·중의 리더십이 필수적이었지만 균열만 강화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무총장 사퇴 서명이 70만건을 넘길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러 국가들의 관심이 한국 모델에 쏠린 것은 주지할 만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호평에 고무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위기는 한국에 기회도 주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코로나19가 가져온 세계의 변화는 결코 한국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이유에서다.

 
◆줄 잇는 ‘한국형 모델’ 호평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 10일 발행된 잡지 ‘포린어페어스’에 ‘한국이 최상의 대응방식에 대한 교훈을 주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같은 날 첫 확진자가 발생했던 미국과 한국이 이후 현재까지 어떻게 다른 대응을 했는지 조목조목 비교하고 있다. 대북 문제에는 현 한국 정부와 생각의 결을 달리하는 한반도 전문가인 그가 방역 문제에 관한 호평을 내놨다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


조금씩 강조하는 점은 다르지만 대개 해외 유력 언론들은 한국 사례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프랑스 ‘르 피가로’는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한국의 시민의식을 호평했고, 영국 ‘가디언’은 권력을 다그쳐 ‘일하게’ 만드는 한국인의 특징을 조명했다. 세계 여론을 주도하는 서구 주요 언론에서 잇따라 한국을 우수 사례로 꼽으며 이 같은 평가는 그 외의 세계, 제3세계 국가로도 공유되는 추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3일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해외 유입이 증가해도 국경봉쇄는 없을 것”이라며 ‘한국형 모델’에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진단키트 등 방역 물자와 방역 경험 공유 요청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한국의 대응 경험을 국제사회에 공유하기 위해 27일 코로나19 국제방역협력 총괄 태스크포스(TF) 1차회의를 열고 ‘K방역’ 웹세미나를 3개월간 진행하기로 했다.


 


◆“민주주의 확신”…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시각도

 

김흥규 아주대 교수(중국학)는 “해외의 평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한국 앞에 놓인 상황을 봤을 때 이를 객관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이 속수무책으로 코로나19에 무너지는 상황에서 한국 사례의 부각이 ‘체제의 보루’로 기능하는 면이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봉쇄’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한 중국을 비판하면서도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던 서구 국가들이 이에 대비되는 한국의 예를 통해 민주주의적 방식에 대한 확신과 안위를 찾는다는 얘기다.

 

자국 당국을 비판하기 위해 한국 사례를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대선을 앞둔 미국 언론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한국을 반대 사례로 부각시키는 경향이 없지 않다.


위기 대응에 대한 우호적 평가와 별개로 앞으로 한국에 닥칠 상황은 좋지만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세계 질서에 구조적 변동이 생긴 것이 아니며 오히려 기존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세계적 위기에서 발동했던 미국의 리더십이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은 중국대로 리더십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 그런 가운데 두 강대국은 ‘바이러스 진원지 경쟁’을 벌이며 으르렁거리고 있다. 전통안보 영역에서의 미·중 경쟁이 전염병을 매개로 비전통안보 영역에 그대로 옮겨왔고, 가운데 낀 한국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코로나19와 이후 경제 위기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 한국 모델은 한국적 상황에 맞는 것이었을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코로나19 상황이 종결된 것이 아닌 만큼 평가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위기를 기회로’… 경제 공조도 역할 찾아야

 

그럼에도 한국이 코로나19 위기에서 얻은 ‘보건 소프트파워’는 위기 속 자산이 되고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현재 리더십이 부재한 다자무대에서 그렇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책브리핑 기고에서 “G20 특별정상회의는 한국의 국가 위신과 외교적 위상을 제고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아세안+3 특별화상정상회의도 열렸다.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열린 기회를 적극 활용해 다가올 위기에 대응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국이 방역 공조와 관련해서는 역할을 찾았지만, 경제 공조에서 자리를 찾아야 할 필요도 제기된다. G20에서도 일부 논의됐지만, 앞으로는 각국이 맞닥뜨린 경제적 후폭풍에 대응하는 과제가 다자무대의 핵심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속에서 한국의 목소리와 역할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 공조는 방역 공조의 영역에 비해 제한적”이라면서도 “코로나 위기 극복 능력이 없는 국가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논의 등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