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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2018.11.08] 돌연 연기된 북미 뉴욕회담, 비핵화 다시 '장기전'

  • 김흥규
  •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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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일정 분주해 연기하자”…핵사찰 vs 제재완화 이견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 고위급회담이 돌연 연기된 것은 비핵화 상응조치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북한의 협상 전략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회담 일정을 확정한 뒤에도 ‘급할 것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대북제재 완화 등 별다른 상응조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불만을 표시하고 미국을 압박해야하는 북한으로서는 회담 연기 카드가 유효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번 회담 연기는 북한의 뜻으로 확인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에서 받은 설명으로는 북측이 일정이 분주하니 연기하자는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김득환 외교부 부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측은 이번 회담 연기를 알려오면서 ‘북측이 일정이 분주해 회담을 연기하자 이렇게 알려왔다’고 전해 들었다”며 강 장관의 발언을 재확인했다.

전날 미 국무부가 회담 연기 사실을 발표할 때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연기를 통보한 것인지, 양측이 서로 교감해서 일정을 미룬 것인지 책임소재가 불분명했다.

하지만 북한이 일방 통보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순탄히 풀릴 것 같았던 비핵화 협상은 다시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번 회담 연기는 핵시설 사찰·검증을 요구하는 미국과, 제재완화 등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표면화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다른 날짜를 잡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서두르지 않는다. 정말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제재는 계속되고 있다”며 제재 유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과의 협상에서 얻어낼 부분은 어느 정도 얻어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아마도 북한을 다루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언론들도 이번 회담이 전격 취소된데 대해 핵사찰과 제재완화를 둘러싼 양측의 이견을 배경으로 지목하면서 북미가 앞으로도 이를 좁혀나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모래수렁에 빠졌다(mired in quicksand)'고 표현했다.  

비핵화 협상은 미국의 시간끌기와 북한의 압박전략 속에 ‘장기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초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만큼 북미협상이 연내 급진전될 가능성도 아직은 기대해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