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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7.11.12.] '모든관계 정상화' 합의 했지만 … 習, 文 앞에서 불쑥 사드 꺼내

  • 김흥규
  • 2017-12-06
  • 1035

[매일경제 2017.11.12.] '모든관계 정상화' 합의 했지만 … 習, 文 앞에서 불쑥 사드 꺼내

'모든관계 정상화' 합의 했지만 … 習, 文 앞에서 불쑥 사드 꺼내

靑, 봉합됐다고 밝혔지만…習, 韓에 책임있는 자세 촉구
文 "사드, 中겨냥 아냐" 해명…中, 언제든 다시 이슈화 우려

 

◆韓中 정상회담 / 넉달만에 두번째 정상회담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두 번째 한중 정상회담으로 외견상 양국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일단 봉합된 모양새다. 하지만 중국 관영매체가 보도한 시 주석의 발언 내용을 살펴보면 양국이 이번 회담 결과를 바라보는 데 온도 차가 느껴진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한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사드 갈등의 출구로 인식하는 반면 중국은 갈등 해결의 입구에 들어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향후 한국이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중국을 자극하는 움직임에 나설 경우 사드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1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사드 관련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또 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중한 관계는 관건적 시기에 있다면서 쌍방은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핵심 이익 존중'은 중국이 한국에 사드 철수를 주장할 때 줄곧 써오던 표현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지난달 31일 한중 관계 개선에 합의했음에도 여전히 사드 반대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시 주석은 사드 문제에 대해 "양국은 중대 이해관계에 대해 역사적 책임과 중한 관계의 책임, 양 국민에 대한 책임에 입각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국 측을 압박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 7월 독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개최한 한중 정상회담 당시 보였던 입장에서 크게 바뀌지 않은 것이다.

 

다른 중국 관영매체들의 보도도 이런 기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시 주석이 "중대한 이해관계의 문제에 관해 양국은 모두 반드시 역사와 중한 관계, 양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역사적으로 검증된 정책을 도출해야 하고, 중한 관계가 계속해서 정확한 방향과 장기적으로 안정된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또 인민일보는 시 주석과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1면이 아닌 2면에 중국·일본, 중국·베트남, 중국·필리핀 정상회담과 함께 비슷한 비중으로 보도했다. 방송과 인터넷 매체들도 한중 정상회담을 보도하면서 시 주석의 사드 반대 입장을 제목으로 뽑았고, 문 대통령의 다음달 방중과 시 주석에 대한 내년 평창동계올림픽 초청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나마 중국 언론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부분은 중국 측이 한중 간 고위급 대화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대목이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한중 간 고위급 대화를 통해 양국 관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회담으로 갈등 봉합을 말하는 한국 정부 측과는 차이가 상당하다는 얘기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이 직접 사드 반대 입장을 밝혀왔는데, 중국 외교의 특성상 이걸 한순간에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은 이번 사드 관련 합의를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한 출입문에 들어선 수순으로 바라보는 데 반해 한국은 사드 갈등 출구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청와대 측은 당초 예측과 달리 이번 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의제로 다뤄진 데 대해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한중 양국이 지난달 31일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할 당시만 해도 청와대 내부에선 사드 문제가 이번 한중 정상회담 의제로 상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상들끼리 언급하면 어쩔 수 없다면서도, 사드 문제가 더 이상 거론되지 않는 것으로 양국에서 공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한중 정상회담 직전에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사드 문제는 거론 안 될 것"이라고 설명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이번 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짚고 넘어간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중국 자국민에게 사드와 관련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중국 국내용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이 추가로 사드를 배치하지 못하도록 못 박은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시 주석 입장에선 문 대통령에게서 '사드가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보증을 받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발언을 듣고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양 정상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10월 31일 양국이 공동 발표한 합의문 내용을 토대로 양국이 모든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을 정상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키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시 주석이 새로운 출발이고 좋은 시작이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비록 사드 관련 언급이 있었지만 시 주석의 발언 취지는 과거 합의사항을 스치듯이 확인했을 뿐이고 한중 관계 발전에 방점을 찍었다는 얘기다.

 

한편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양국 고위 당국자 접촉에서는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북한 인권 이슈'가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우리 측은 중국 측 관계자에게 최근 북중 접경에서 탈북자 10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주선양 총영사관이 사실 확인에 나선 것을 거론하며 "탈북자 인권 존중과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른 처리, 탈북자 당사자 의사 확인 시 한국 정부가 신병을 접수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