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트럼프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우려돼”](http://dimg.donga.com/egc/CDB/SHINDONGA/Article/14/95/76/43/1495764374976.jpg)
[조영철기자]
[신동아-미래硏 연중기획 중·국·통 2017.05.27.] “시진핑-트럼프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우려돼” - ‘중국도 인정한 중국통’ 김흥규 아주대 교수
“시진핑-트럼프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우려돼”
‘중국도 인정한 중국통’ 김흥규 아주대 교수
[조영철기자]
-미국, 중국의 내부 지향적 정치(Inner Politics)가 심화합니다. 현안을 사안별(By Case), 쌍무적(By Bilateral)으로 해결하려는 양상입니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국은 해양 세력이 대륙 세력보다 힘이 셀 때 해양 세력이 대륙에 마련한 거점입니다. 해양 세력인 미국은 한국이라는 거점을 바탕으로 대륙 세력인 중국을 견제했습니다. 대륙 세력이 강해지면서 남중국해라는 해양에 거점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한쪽은 거점을 지키려 하고 다른 쪽은 거점을 마련하고자 충돌하는 거죠.
트럼프와 시진핑이 ‘더는 부딪히지 말자’는 쪽으로 가는데, 한국이 흐름을 읽지 못하고 미중 관계를 충돌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여선 안 돼요. 우리가 남북 간 협의를 통해 미중 공조를 깨뜨리는 방향으로 가면 미중은 한국의 대외전략 및 역량에 의구심을 갖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을 패싱(Passing)합니다. 밀약을 맺는 거죠. 해양 세력은 대륙의 거점을 지키기 어려워지면 후퇴합니다. 남중국해를 지키는 대신 일본 열도로 후퇴해 미일동맹만 지키면 돼요.”
그는 “시진핑-트럼프 간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우려된다”고 했다. 1905년 7월 일본 총리 가쓰라와 미국 육군장관 태프트가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확인한다. 한국은 일본이 지배할 것을 승인한다”고 합의한 게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다.
-미국이 한반도의 휴전선에서 일본 서해안으로 후퇴한다?
“원래 대륙 세력의 땅이니 대륙 세력에 되돌려주는 겁니다. 베이징은 필리핀과 남중국해를 손대지 않기로 하고요. 이렇게 되면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아닙니까.”
-미중 공조가 앞으로도 탄탄할까요. 워싱턴이 ‘중국 외주’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낼까요. 미중 간 전략적 불신이 존재하기에 베이징의 대북 압박이 오래가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많습니다.
“중국은 오바마보다 트럼프가 더 대하기 쉽다고 여길 겁니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이 일관된 철학, 이데올로기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터라 사드 문제에 대한 전략적 민감성도 줄었어요.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 견제의 일환으로 배치를 결정한 것이기에 반발했으나 현 시점에서 베이징은 한국과 타협을 바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간 전략적 신뢰를 구축하면 베이징이 평양을 향해 더욱 자신감 있고 강도 높은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중국도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만 미중 간 전략적 충돌과 동북아시아 불안정성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한국의 도움이 필요해요. 한국과 중국이 전략적 신뢰를 구축하면 소통, 공조를 넘어 공모까지 할 공간이 확보된다고 봅니다. 중국에 약속해줘야 할 게 있습니다. 한미관계를 강화하더라도 중국을 적대시하는 동맹이 되지 않겠다,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현상 변경 세력이 되지 않겠다, 평화 통일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확인해줘야 합니다.”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갈등이 거셌습니다. 그간의 한중관계를 반성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외교·안보 측면에서 전략적 인식의 공유 없이 교류의 양적 확대만으로 한중관계가 순조롭다거나, 더 나아가 역대 최상의 관계라는 그릇된 인식을 갖기도 했고요. 중국 또한 반성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한중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복안을 듣고 싶습니다.
“중국의 미래 전략에서 한국이 대단히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각인시켜야 합니다. 북극해가 열립니다. 한국이 환황해, 환동해, 환북극해로 연결되는 지역 협력에서 주도적 국가가 될 수 있어요. 주권, 영토, 영해, 역사, 안보로 얽혀 갈등구조로 가는 것을 막고 이익공동체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북한 문제만 해결되면 이익이 쏟아져 나오는 구도라는 점을 중국에 강조해야 합니다.
북한 탓에 동북3성이 환황해, 환동해, 환북극해 지역 협력에서 고립되고 한국은 사실상의 섬으로 남아 있습니다. 칭다오(靑島)에서 다롄(大連)으로 해저터널을 뚫고 있습니다. 산둥반도에서 태안반도로 해저터널을 뚫거나 해상철도롤 놓고 부산과 후쿠오카를 연결하면 사통팔달입니다.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구도를 구축할 수 있어요.”
-조선중앙통신이 5월 3일 ‘김철’이란 개인 명의 논평에서 “중국이 북·중관계의 ‘붉은 선’을 난폭하게 넘어서고 있다”면서 ”목숨 같은 핵과 맞바꾸면서 (친선을) 구걸할 우리가 아니다”라고 힐난했습니다. 북·중관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북·중관계는 최근 50년 이래 최악입니다. 1956년 ‘8월 종파사건’ 때와 문화대혁명(1966~1976) 초기 북·중 간 무력충돌이 벌어질 뻔한 시기를 제외하면 이렇듯 악화한 시기가 없습니다.”
8월 종파사건(반당 반혁명적 종파 음모 책동 사건)은 북한이 중국과 소련이 힘을 합쳐 김일성을 제거하려 했다는 이유로 소련계, 연안계를 숙청한 일을 가리킨다.
“앞서 강조했듯 중국 외교의 DNA가 바뀌고 있습니다. 전략적 사고의 여러 갈래 중 다수파가 북한에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중국은 과거와 같은 태도로 임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할 겁니다. 북한 또한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하고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고요. 북한이 중국을 지목해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큽니다. 중국은 군사적 조치, 원유공급 중단,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 폐기 가능성까지 내비칩니다.”
-4월 말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 측 인사들이 “북한과의 대화 통로가 거의 단절됐다”고 말하더군요. 중국이 가진 힘으로 과연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느냐는 불안감도 엿보였습니다. 핵실험을 하거나 도발에 나서면 베이징이 난처해진다는 위기의식이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는 쪽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조언한 이도 있고요<상자기사 참조>. 미국, 중국과의 공조도 중요하겠으나 남북 간 채널로도 북한을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요.
“강조했듯 현재 국면에서는 미중 공조에 편승하는 전략이 바람직합니다. 그것이 가장 비용이 적습니다. 북한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역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평양과 전략게임을 벌여 국제 공조에 손상을 주면 다시는 북핵 문제 해결의 기회를 갖지 못할 수도 있어요. 코리아 패싱, 심하게는 제2의 가스라-태프트 밀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제주도에서 중국 방향으로 150㎞ 떨어진 국토 최남단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동아일보 박영철 기자]
그는 북한의 행로를 ①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후 한국에 유화책 제시 ②미중 압박 국면에서 신중한 태도로 전환하면서 한국에 유화책 제시 ③고난의 행군 강행 세 갈래로 내다봤다.
-한중 사이에는 사드, 북핵 문제 등 외교안보 사안 외 쟁점도 많습니다. 역사 해석 문제, 한중 젊은 세대의 민족주의 정서 강화에 따른 인식상의 갈등, 서해 해상경계 획정 문제 등 양자관계 측면에서 정부가 주목할 사안, 우선적으로 해결할 문제는 무엇일까요.
“사드 문제를 원만히 매듭짓고 넘어가는 게 시급합니다. 베이징의 방침을 보면 세 가지는 분명합니다. ‘첫째, 한중관계 발전은 중요하다. 둘째, 사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셋째,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갈등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고 싶다’로 요약됩니다.
전략 대화를 통해 출구를 마련해야 합니다. 청와대와 시진핑에 직보할 1.5트랙(반관반민·半官半民) 대화를 통해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1.5트랙이 한중 간 현안을 해결하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해상경계와 관련해 이어도는 해상 세력과 대륙 세력이 맞붙는 과정에서 중요한 전략적 공간입니다. 중국의 외교부, 군부 어느 쪽도 독자적으로 정책 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폭발적으로 국제분쟁화할 수 있는 사안이기에 합의 가능한 것부터 정리해나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중이 어떻게 경제협력을 할지 논의하는 겁니다. 앞서 강조했듯 이익공동체로 나아가야 해요. 문재인 정부가 미래의 경제협력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린 후 그것을 바탕으로 역사, 안보, 영토 등을 녹여내는 역방향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국가에 엄청나게 공헌하는 것입니다.
독생자 정책 탓에 중국 젊은이들이 배타적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보다는 덜하지만 한국도 비슷하고요. 젊은 세대의 민족주의 정서에 따른 인식상의 갈등도 이익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중 간 1.5트랙 대화가 왜 중요합니까.
“20세기까지의 외교는 국가가 정보를 장악해 독점했습니다. 21세기엔 정보화 혁명을 통해 개인도 정보에 접근할 길이 열렸어요. 국가기관 간 외교는 책임이 수반되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위기 상황에 대화 채널이 가동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사드 국면에서 한중 간 소통이 막힌 게 대표적 사례죠. 1.5트랙은 정부의 견해를 반영할 능력을 가진 이가 정부 관리들과 함께 민간의 이름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의중을 떠보고, 상대에게 인풋을 넣어줘 생각을 바꾸게 하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한중전략대화라는 이름으로 대화가 이뤄졌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도 전략 대화 채널이 따로 있었고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1.5트랙 전략 대화가 없어졌습니다. 국가안보실-외사영도소조 간 공식 채널만 가동됐는데 그것마저 상견례만 하고 실제 작동이 안 됐습니다. 한중관계가 붕괴하는 위기 상황에서 소통이 이뤄지지 못하고 오해와 갈등이 중첩된 이유죠. 1.5트랙만이 가질 수 있는 유연성, 효율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中 사드 갈등 출구 모색 중… 한중관계 정상화 원해
“한국의 신정부 출범은 사드 문제로 악화된 양국 관계를 개선할 좋은 기회다. 양국의 전면적 대화 노력이 절실하다.”
중국 전국정협 외사위원회 부주임을 맡은 한팡밍(韓方明) 차하얼(察哈爾)학회 주석은 4월 29일 미래전략연구원과 중국의 차하얼학회, 난카이(南開)대 아주연구중심이 베이징에서 개최한 한반도 정세와 사드 문제 출구전략 주제의 비공개 토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 정부가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와 사드 문제 출구전략을 마련할 뜻을 가졌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 중량급 인사는 비공개 토론에서 출구전략으로 △군사기술적 조치로서 X밴드 레이더의 교체 혹은 중국 측의 사찰 허용 △미일동맹의 MD(미사일 방어) 체계에 한국이 편입하지 않는다는 약속 △기왕에 배치된 사드는 중국을 겨냥하지 않으며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철수한다는 약속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가 셋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의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존하는 북핵 위협 앞에서 한미동맹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한국 정부가 앞의 두 가지 조건을 수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중국은 좀 더 포괄적이고 융통성 있는 세 번째 요구조건을 매개로 한중관계를 복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베이징이 이렇듯 적극적으로 사드 갈등 봉합과 한중관계 복원을 희망하는 배경은 작금의 국면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대한 고비라는 인식을 가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윤영관 前 외교장관 등 참석
4월 6, 7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핵 문제와 관련한 공조에 의견 합치를 이룬 중국이 전례 없이 북한을 압박하며 대화 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하자 평양이 강하게 반발하며 북·중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등 베이징의 대북 압박이 쉽사리 통하지 않고 있다. 중국 측 회의 참가자들의 발언 분위기에서도 자국 주도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훨씬 크게 느껴졌다. 인민해방군 출신 고위인사는 “현재 북한과의 대화 채널이 단절된 상태”라면서 “결국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문재인 정부가 두 가지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첫째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것, 둘째 미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북·미 간 대화에 나서도록 촉매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요컨대 중국 정부는 3국 공조의 걸림돌인 사드 문제를 부차적인 문제로 간주하기 시작했으며 한중관계의 정상화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중 3국의 견실한 공조가 가능한 절호의 기회가 왔음이 분명하다.
이날 토론에는 미래전략연구원에서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미래전략연구원 상임고문),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차하얼학회에서는 한팡밍 주석, 위훙쥔(于洪君) 전국정협 외사위원회 위원(전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