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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16.07.27.] '사드갈등'에 시험대선 한국외교, 어디로 가야하나…전문가 제언

  • 김흥규
  • 2017-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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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병세 외교부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TV 제공]

    ARF 무대서 중국과 냉기류 확인, 한미-한중 균형외교 회복 과제
    "中 설득외교 강화해야" "美MD체제 아닌 '사드 한반도화' 중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26일 종료된 아세안(ASEAN) 관련 연쇄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중관계의 냉기가 확인되고 북중이 밀착을 과시하면서 우리 외교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가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 강화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과 궁극적으로 한반도 통일이라는 큰 그림을 구상해왔는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로 중국과 마찰음이 빚어지면서 우리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자칫 중국과 러시아와의 북핵 공조 차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우리 외교의 운신 폭이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사드가 중국을 포위하는 지역동맹이 아니라 한반도 방어를 위한 것이라는 이른바 '사드의 한반도화'를 구체적 대안을 가지고 중국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도 나왔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우리는 중국이 사드에 대해 그렇게 강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많이 봤는데 이번 아세안 관련 연쇄 회의를 통해서 그렇지 않을 개연성이 커졌다. 한중관계가 현 상황에서 서로 답을 차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한 낙관론이 그렇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거기에 대한 대비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만약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행하고, 중국이 우려하는 대로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를 분명히 하면 상응하는 대가가 있을 것이다. 현재 한미가 합의한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국의 비용으로 사드를 한 개 포대를 들여오는 것이다. 이것이 북핵·미사일에 대한 대응용이라고 최대한 중국을 설득하면 현재의 합의는 정당화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을 겨냥하는 사드의 추가적인 기술개량이나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을 위한 사드의 추가배치 가능성과 관련, 앞으로 국회 비준 절차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에 대해 아주 중요한 긍정적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중국을 억제하는 미·일 동맹체제, 지역동맹화에 한국이 가담하는 것이다. 이것을 막기 위한 답이 사드의 지역동맹화가 아닌 한반도화다.


    ◇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현란한 제스처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이 대화채널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드로 인해 한중관계를 악화시키고 싶지는 않다는 시그널로 읽힌다. 우리로서는 중국에 사드가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고 방어적인 무기이며 북한이 비핵화하면 사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계속 천명해야 한다. 중국이 사드라는 정치적 이유로 경제 보복은 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한중의 경제 관계는 상호 호혜적인 관계이지 특혜관계가 아니다. 제재를 한다면 중국도 손해가 클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15년 차인 중국은 시장경제국 지위도 얻어야 하는데, 정치적 이유로 경제 보복을 했을 때 시장경제국 지위를 얻을 수 있겠는가. 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있기 때문에 경제 보복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방한하는 중국 관광객의 감소 등은 예상할 수 있다.


    ◇ 김준형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 우리 정부가 사실상의 카드를 다 버린 상황에서 지금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 사드배치를 결정하지 않고 고려하는 중이었다면 무엇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겠지만, 배치가 결정된 현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분위기를 이해시키는 레토릭밖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 우리 정부가 외교를 이렇게 힘든 상황으로 자초한 것이다. 그러나 최악을 피하려면 차악을 선택해야 한다. 적어도 우리 외교가 힘을 받으려면 운신의 폭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이번 사드배치 결정의 원인 자체가 북핵이니 북핵 위기 감소나 해결 기미가 보인다면 그것과 연동해 배치를 철회한다거나 서두르지 않겠다는 등의 유연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중국이나 미국이 한국 내 여론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점도 십분 이용할 필요가 있다. 결국은 정부의 의지 문제다. 우리 외교 운신의 폭이 아주 좁아지긴 했지만,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둘 중의 하나를 먼저 버리는 외교를 하지 않는다. 중국은 한국이 완전히 강을 건너기 전까지는(실제로 사드배치를 하기 전까지는) 압박과 껴안기를 동시에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ARF에서의 제스쳐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고 해석하면 된다.


    ◇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드는 이미 배치하기로 한 거고 우선 우리 정부가 사드를 중국 견제하거나 미국 미사일방어(MD) 체제에 편입된 게 아니라 북한 도발과 위협을 막는 거라는 점을 가장 기본적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 중국이 늘 사드 문제를 얘기할 때 우리한테 사드배치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보라고 얘기한다. 우리도 똑같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군사행동이 평화와 안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되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강대국이라면 지역 전체 평화와 안정 위해 무엇을 할지 생각해보라고 압박도 할 수 있다.


    ◇ 김열수 성신여대 국제정치학 전공 = 우리 외교장관이 '전초제근'(剪草除根, 풀을 뽑으려면 뿌리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뜻으로, 문제의 근원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는 의미)을 얘기했는데, 그 말은 잘한 것 같다. 중국 왕이 부장은 우리 외교장관에게 화내는 모습도 연출하고 리용호한테는 부드러운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북한에 대해서는 한국이라는 카드를 갖고 있고, 한국에 대해서는 북한이라는 카드를 갖고 있으니 내 뜻을 거스르지 말라는 의미를 보여줬다. 우리한테 사드가 필요한 이유가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런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두고 중국이 우리한테 못 해줘서 미안하다는 말을 못할망정, 시비를 건다는 것은 주권국가를 모욕하는 것이고 한국을 얕잡아 보는 것인데, 모든 것은 우리가 자초했다고 생각한다.

    어찌 됐든 중국이 사드배치를 수용하고 안 하고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번에 일본 외무상하고 왕이 외교부장하고 만나서 일본이 남중국해 문제에서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을 중국에 수용하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중국이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얘기한 거 아니냐. 그런 식이다. 이웃 국가와 관계는 항상 협력적인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고 갈등의 요소가 있는 건데, 지레 겁먹고 미리 엎드리고 그런 행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