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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2010.10.20] ‘중유 75만t’ 발언, 천안함 사태와 연관 안지어… 6자회담 재개 긍정적 신호

  • 김흥규
  • 201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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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가 20일 6자회담 재개에 필요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중유 75만t만큼의 성의”라고 밝히며 북측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북한은 최근 다양한 외교 경로를 통해 “6자회담을 빨리 재개하자”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핵문제 해결 의지에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 과거 6자회담을 통해 9·19 공동성명, 2·13 합의 등 북핵 해결책을 마련했지만 결국엔 북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고위 당국자는 “국제사회는 중유 75만t을 보내는 등 큰 돈을 썼고, 러시아도 1억 달러를 썼다”며 “입금은 다 됐는데 북측은 뒤로 물러났으니 공정하지 않다는 게 우리와 미·중·러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북핵 문제는 2007년 2·13 합의를 통해 북한이 한·미·일·중·러로부터 중유 100만t을 제공받는 대가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받아들이고, 영변의 핵시설을 불능화하기로 약속하면서 한때 해결 기미를 보였다. 실제 북한은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상징적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불능화 검증 과정을 놓고 한·미 등과 충돌한 끝에 지난해 4월 IAEA 요원을 추방하고 핵시설 원상복구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2·13 합의는 깨졌고, 중유 공급은 75만t에서 멈췄다. 

따라서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북한이 2·13 합의를 마저 이행해야 한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북한이 IAEA 사찰단 수용 및 핵시설 불능화 등 조치를 하라는 뜻이다. 

이 고위 당국자는 “(북측의 천안함 사태 사과가) 6자회담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북한에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뭔가 구체적으로 한다면 우리 국민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핵 협상 그랜드 바긴에 대해서도 “현재 북한을 제외한 5자 간에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중국도 대교역(大交易)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메시지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긍정적 신호로 보고 있다. 김흥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정부가 좀 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북한이 우리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북 협상 경험이 풍부한 천영우 외교부 제2차관이 최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에 발탁된 것도 정부의 대북 기조 변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도 6자회담이 열리려면 북측의 천안함 사과 등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날 충남 아산 경찰교육원에서 열린 ‘2010 통일교육강좌’ 기조강연에서 “북한은 몇 가지 유화조치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여전히 핵과 천안함 사건 등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본질적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