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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7.11.14.] [기고] 실리와 명분 사이에 선 한중 정상회담

  • 김흥규
  • 2017-12-06
  • 842

[기고]  실리와 명분 사이에 선 한중 정상회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한중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2016년 7월 사드 도입을 결정한 이후, 한중 양국은 국방의 논리를 내세우며 양보할 수 없는 대립각을 세워 왔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흑자 대상국이고, 한국은 대중국 최대 투자국이다. 사드 갈등으로 인해 양국은 이미 상당한 손실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사드 갈등은 한중 양국에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 첫째, 성급하고 편협한 국방 위주의 논리로는 복잡하고 고차적 방정식인 안보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방과 경제, 다자 관계를 동시에 고려한 안보 개념으로 이 사안을 다루었어야 했다. 둘째, 한중은 상호 상대에 대해 오판했다. 한국은 중국이 이처럼 강력하게 대응하고 나올지 몰랐고, 중국은 한국이 이처럼 압박에 단호히 대응할지 몰랐다. 그 대가로 양국의 국민 감정은 불필요하게 악화됐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셋째, 양국은 상호 이해와 소통 증진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상대에 대한 정책은 신중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중은 여전히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듯하다.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을 미국과 합의했을 때, 중국은 문재인정부에 강한 좌절감을 느꼈다. 그 결과 독일에서 7월 첫 한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 주석은 사드 문제를 `핵심 이익`이라 규정해 한중 관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다. 그러나 중국은 결국 실리를 택했다.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핵심 이익`이라 규정한 사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리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것은 중국 외교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수개월간 다양한 경로로 중국에 한중 관계 개선 의지를 전달하고 설득해 왔다. 그 결과 양국 지도자들은 관계 개선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것처럼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중국은 향후 사드 문제로 한국과 관계를 재차 악화시킬 의향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국이 제시한 `3No(사드 추가 배치·MD 편입·한미일 군사동맹 의사 없음)`를 지속적으로 관철시키면서, 한국에 추가 조치를 요구할 것이다. 12월 개최하기로 합의한 정상회담의 준비 과정에서도 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기를 권고한다. 우선,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3No`를 시 주석에게 확약해 시 주석의 체면을 살려줄 필요가 있다. 사드의 방어적 효용성이 제한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더구나 문재인정부는 이제 방어 위주에서 보다 공세적인 국방전략으로 전환 중이라 사드의 효용은 더 약화된다. MD체제는 지난 정부에서도 이미 편입하지 않기로 한 우리의 일관된 정책이다. 아울러 한미는 사드로 제3자를 겨냥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은 대북한용이고, 중국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하면 된다.

둘째, 당면한 북핵 위기를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한중 간 공동 이익의 영역에 속한다. 한중은 이 분야에서 보다 긴밀히 전략적 협력을 할 수 있다.

셋째, 한중이 아직 합의하지 않은 중요한 영역이 전략적 경제협력의 필요성이다. 그간 기적적인 한중 관계는 상호 보완적인 경제 분업 구조에 기인한 바 크다.

이제 중국의 부상으로 이 구조가 깨져나가고, 한중 간 경제 협력의 영역은 좁아지고, 경쟁의 영역은 넓어지고 있다. 한중 정상은 한중 관계의 중장기적인 건강성 회복을 위해 전략적으로 경제 분업 구조를 새로이 창출하는 데 합의해야 한다. 추후 한중 정상회담의 성패는 아직 합의하지 않은 이 영역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