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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7.08.08.] [기고] 안보외교, 조급해 말고 국제공조 유지해야

  • 김흥규
  • 201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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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리아 패싱`이니 `Korea Nothing`이니 하는 말이 자주 들린다. 북핵 위기 상황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데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북핵문제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중 관계는 서로 전략적 소통이 부재한 가운데 협력보다는 경쟁이 강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지난 보수 정부에서도 주저하던 한·미·일 안보협력에 합의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비판을 연상하는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 수립`을 지지했다. 대중 외교 기조를 강경하게 전환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러한 한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한중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만 실제 행동은 오히려 지난 보수 정부보다 우클릭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사드 문제를 빗대어 "핵심 이익"이라 표현한 것은 대단히 엄중한 신호다. 한국 측의 성의 있는 조치가 없으면 한중 정상회담이나 한중 관계 개선은 요원하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

러시아는 북핵 해결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약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미국의 동아시아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자국 이익을 우선적으로 증진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핵에 대한 국제 공조는 그다음 순위다. 전략물자 부문에서 북한과의 교역 증대, ICBM 발사에 대한 저평가, 추가적인 국제 제재에 대해 주저했다. 이에 북한은 더욱 기고만장하듯 새로운 미사일 발사에 열을 올리고 있고, 조만간 제6차 핵실험을 단행할 기세다. 일각에서 말하는 한·미·일 vs 북·중·러의 구도가 형상화되는 듯 보인다. 이 와중에 미국 내에서 점차 `북한과의 협상론` `중국과의 타협론`이 제기되니 `코리아 패싱`의 두려움이 확대되는 것이다.

현재 네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는 미국의 현 압박정책이 성공해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적극 호응하면서 모양새를 갖춰줘야 가능하다. 둘째는 중국이 주도하는 시나리오다. 중국이 러시아와 연합해 북한을 설득하고, 미국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지난 7월 4일 중·러가 북핵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공동전선을 펴기로 합의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세 번째는 한국이나 일본이 이 제재 국면을 먼저 깨면서 국제 공조를 와해시키고 북한에 틈을 주는 것이다. 네 번째는 북한의 내구성이 생각보다 강해 제재에도 불구하고 버티면서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 번째 시나리오를 제외하고 나머지 국면이 반드시 북한에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에도 이 국제 공조 유지 국면이 그리 간단치는 않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내년 11월 지방선거까지 북핵문제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려 할 것이다. 강대국인 중국에는 미·중 및 한중 갈등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비핵화가 국가 이익이다. 시진핑은 19차 당대회 이후 북핵문제에 대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려 할 것이다. 보다 구체화된 대한반도 정책을 들고나올 개연성이 크다. 북핵문제의 해결이야말로 중국이 지역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시진핑은 반드시 그리하려 할 것이고, 점차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갈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 안보외교 전략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국제 공조를 깨는 어떠한 행동보다도 신중한 태도로 그다음 단계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사드 문제로 중국과 불필요한 마찰을 강화할 필요는 없다. 미·중 공조의 틈을 메우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북한의 내구성을 고갈시키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이 협상장에 돌아온다면 이 정부가 강점으로 가진 다양한 대북 접근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조급해하지 않는다면 시간은 반드시 북한 편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