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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9.05.27] [시론] ‘미-중 전략경쟁’ 새 변수 맞은 외교안보정책

  • 김흥규
  • 2020-03-05
  • 345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너무나 많은 일이 발생했다. 정권 출범 시 가장 당면한 문제는 대북관계였다. 당시 최고조에 달했던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과 전쟁 가능성을 어떻게든 방지하고자 했다. 문 정부는 대화와 외교에 기반하여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고, 남북한이 공존, 공영, 평화를 통해 통일로 이르는 길을 추구했다. 그리고 이러한 평화 추진 정책을 담보하기 위한 국방개혁을 단행해 전시작전권 전환을 추진하고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자체의 국방 역량을 갖추고자 했다. 아직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 미국과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규정’을 폐지하기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이러한 역량 제고를 위해 막대한 의의를 지닌다.

다음 과제는 우리의 외교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자강의 원칙에 기초해 보다 주도적인 주변 4강 외교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전임 정부에서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해 중국과 대립하고, 대일 위안부 문제를 일방통행식으로 합의하여 국내적 반발이 크게 고조된 상황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동북아 플러스 책임공동체(후에 신북방+신남방 정책으로 분화)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외교 공간의 지평을 넓히고자 했다. 주변 4강과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우호·협력적 관계 구축을 목표로 내세웠다.


지난 2년간 ‘미국 보호주의’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여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전쟁의 수단보다는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 결과 2018년 한반도에는 대화와 협상의 시대를 열었고 전쟁 위협은 현저히 감소했다.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에도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과도 사드로 인한 양국의 관계 악화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남방 정책의 추진으로 인도와 동남아가 우리 외교의 시야에 더 가까이 다가온 것도 큰 성과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도전 요인이 거세지고 있다. 우선,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발생했다. 미-중 전략경쟁의 결과 한국은 보다 강한 선택의 압박에 직면한다. 중국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중국은 이제 한국의 도움이 없어도 경제 운용에 불편함이 없다. 이는 그만큼 한국에 대한 정치경제적 압박을 가할 공간이 넓어졌다는 의미다. 사드 문제를 넘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려 할 때, 특히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하고자 할 때 그 파장은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는 그 압박에 취약하기만 하다.


둘째, 일본과의 악화된 관계는 대단히 부담스럽다. 본래는 “미래지향적 성숙한 협력동반자 관계”의 구축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상호 신뢰의 부족, 일본 자체의 국내적인 문제, ‘원칙’과 ‘정의’에 입각한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한-일 관계를 크게 손상시켰다. 한-미 동맹, 북핵 문제, 통상, 미-중 전략경쟁을 다루어 나갈 때, 일본과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셋째, 북핵 문제 역시 남북한 차원을 넘어 미-중 전략경쟁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미·중에 북핵 문제는 더 이상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있지 않다. 북한 역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서 비핵화를 지연시킬 것이다. 이는 문 정부가 북핵 문제를 다루는 데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북핵 문제에 집중하느라 4강 외교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3년은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새로운 변수로 인해 어려움이 배가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운전자론’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그에 합당한 조직과 인력을 점검하고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국론을 결집시켜야 한다. 북한과는 ‘대항적 공존’ 정책을 실시하면서 이에 합당한 국방정책을 추진하고, 주변국들에 대해서는 ‘최소억제’ 전략에 기반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증진시켜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을 관리할 새로운 공간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이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집단 지(智)를 모으는 가시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