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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20.12.10] [세계와우리] 바야흐로 외교의 시대

  • 김흥규
  • 2020-12-30
  • 276

바이든 새외교·안보 진용 구축
동맹 연합… 대중 전략경쟁 추진
美·中, 한국에 선택 압박 불보듯
대북 치중 외교 탈피… 대비해야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이 갖춰지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처럼 약관 40대에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되는 파격도 나왔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자면, 이번 외교·안보 분야의 인사는 이미 동 분야에서 많은 경력과 경험을 쌓아 올린 전문가 중심으로 단단히 꾸려졌다. 그만큼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다는 방증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전문가들은 크게 다음과 같은 5개의 인물군으로 대별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외교·안보를 담당했던 관료들, 바이든의 친위 외교·안보 보좌진, 민주당 성향의 전문가군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반트럼프 진영에 가담하면서 바이든을 도운 공화당계 전문가와 무당파 전문가, 바이든의 선거를 도운 명망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인선이 진행되고 있는 정황으로는 일단 오바마 행정부 시절 외교·안보를 담당했던 관료들, 바이든의 친위 외교·안보 보좌진 중심으로 고위직을 채워나가고 있다.

            

정책은 어떤 인물을 임명하느냐에 따라 그 지도자의 철학이나 방향은 물론이고 내용과 깊이를 짐작할 수가 있다. 따라서 대중국 정책이든 한반도 정책이든 어떤 인물들이 어떻게 배치되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시절에 크게 세력이 약화하였던 국무부를 다시 중시할 것이라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최측근인 토니 블링컨을 국무부 장관에 앉혔고, 장관급으로 격상된 주유엔대사에도 국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토마스-그린필드를 임명하였다. 그리고 2004년 민주당 대선주자였고 오바마 정부 후기 국무장관이었던 거물급 인사인 존 케리를 기후변화 특사 자리에 임명했다. 이들은 오래 같이 일한 경력도 있어 팀워크도 좋을 것이고 대단히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지니게 한다. 이는 향후 미국 외교의 안정성을 크게 증진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대체로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미국의 대외 정책은 미·중 전략경쟁을 지속한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처럼 중국을 적으로 규정하거나 냉전의 세계로 몰아가려 하지는 않는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관세에 기반을 둔 대중 압박은 미국의 국익에 오히려 반하였다는 인식이다. 미국의 대중 적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금융가의 돈은 중국을 향하고 있다. 바이든은 첫 중요 사업으로 ‘민주주의 국가 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하였다. 동맹국과 우호적인 국가들과 연대해 다자적으로, 제도적으로 중국을 상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후변화와 같은 인류의 공공재 문제는 미국이 리더십을 회복해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중국과도 협력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의 대선주자였던 케리를 배치한 데서 그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바이든이 직면한 국내문제가 첩첩산중이라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후유증을 수습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경제활성화, 사회복지, 의료보장, 인종갈등과 양극화, 상원의 견제 등 각종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 결과 실제 많은 전문가가 예상하는 바이든의 대외 정책이나 대중정책, 한반도 정책은 뒷전으로 밀릴 개연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바이든 외교안보팀 내부에서 미·중 전략경쟁을 어떻게 끌고 갈지 아직 해법이 나오지 않았다. 대중정책은 여전히 조율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세계는 리더십의 공백기를 맞이할 수 있다. 각자도생의 정글에서 벗어나기엔 정글이 너무 깊어 위험하다. 한국에 직접적인 위기를 안겨줄 것은 아마 국제정치발 요인일 것이다. 천하질서를 재정립해야 하는 ‘외교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자유주의 패권 질서에 익숙해져 있고, 오로지 북한 문제가 외교의 대부분이었던 우리 외교·안보에는 큰 도전이다. 미국이나 중국 모두 한국을 핵심축(lynchpin)으로 중시하는 만큼 압박도 더 강하게 다가올 것이다. ‘외교의 시대’에 대비하는 인물이 차기 지도자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