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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21.04.01] [세계와우리] 폭풍전야의 동북아 외교전선

  • 김흥규
  • 2021-04-10
  • 259

美·中 외교수장 공개 난타전
印·太 연대 vs 북·중·러 연대
결전 앞두고 우적 식별 양상
韓, G2 눈치만 보다간 낭패

 

최근 동북아 지역은 바야흐로 외교의 시대에 돌입하였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해외순방지로 일본과 한국을 택하였다. 미·중 전략경쟁의 최전선이 일본과 한국이라는 인식을 반영한다. 대중국 억제를 추진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가동 여부를 탐색하고 갔다. 일본은 적극적으로 임했고, 한국은 신중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였다.

미국의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알래스카로 향했고 중국 외교의 수장인 양제츠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과 전략대화를 개최하면서 첫 대면식을 가졌다. 미국 측은 바이든 행정부 시대에 강경한 대중 견제정책의 지속을 분명히 하였고, 중국 측은 예의를 차리고 자제하던 과거와 달리 그러한 미국에 공개적인 설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상은 중국을 방문하여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재확인하였다. 그리고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이 미국 측에 적극 가담하지 말라는 은근한 압박을 하면서도, 푸틴 대통령의 방한설도 띄워 한국의 의중을 떠보았다. 한국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방중 일정도 발표됐다. 이 와중에 북한은 유엔 제재를 위반하면서 탄도미사일 실험을 감행하였다. 그리고 이는 방어적 목적이며, 향후에도 “가장 철저하고 압도적인 군사력을 계속 키워나갈 것”이라 공언하였다. 실현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지만 시진핑의 방한설도 계속 회자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반석이고, 한국은 동북아 평화안정의 핵심축이라 언명한 바가 있다. 아마도 중국에는 북한이 동북아 전략이해의 반석이고, 한국은 동북아·서태평양지역에서의 안정은 물론이고 중국의 전략적 승리를 담보할 핵심축으로 인식될 것이다. 한국은 그야말로 세계 외교의 핵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미·중 모두로부터 유혹받는 외교적 레버리지를 가진 것으로 자찬하기보다는 이 상황이 곤혹스러운 것은 어떤 연유일까.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란한 외교는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결전 직전 뒷짐에 칼을 품고 우적관계를 식별하기 위한, 살기 가득찬 현장에 다름 아닌 것 같다.


중국은 이미 미·중 전략경쟁은 장기적으로 펼쳐지는 전쟁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였다. 이번 알래스카 2+2회담을 통해 이를 재확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환경에서 생존할 플랜B 전략으로 이미 전환하였다. 북한의 생존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달려 있지 않다. 한국은 그럴 역량도 없다고 생각한다. 냉전적인 장기대결 상황이 오히려 북한의 생존에 부합하며, 군사력 증강을 최우선 정책으로 설정하고, 중·러와 연합하여 이에 대비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역시 타협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미·중 전략경쟁이 마치 치킨게임과 같아서 타협을 추구하는 측이 패자가 된다. 최선을 다해 중국을 억제하고 겨뤄보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다만 트럼프처럼 예측 불가하게 좌충우돌하거나, 불필요한 자원의 소모 대신 우방들의 힘을 빌려 미국의 역량 소진을 최소화하면서, 보다 체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기술전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이 분야는 미·중 전략경쟁의 최전선이자 게임 체인저이다. ‘힘의 우위를 통한 평화’는 미국이 견지할 핵심 안보 준칙이다.

한반도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에 강경대응하는 것이 미국의 대중 전략과 이해에 부합한다. 역내 중국과의 전선을 보다 분명히 할 수 있고, 대중국 군사 견제를 위한 미국의 군사적 혁신 노력에 도움을 준다. 주한미군사령관 에이브럼스가 일전에 언명한 북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태세 3단계 추진은 사실상 중국이 주장하는 3Nos(사드 추가배치 반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가입 반대,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유지를 불가능하게 한다. 한국 외교에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국가 역량을 최대한 끌어다가 우리의 현 외교·안보·대북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