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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021.03.11] 中, ‘내부 축성’으로 시진핑 체제 굳히고 ‘방패 포석’으로 對美전선 勢 확장

  • 김흥규
  • 2021-03-22
  • 244
■ 양회로 본 中 대외전략

‘양회’ 오늘 폐막… 정치 안정·경제 발전으로 장기집권 체제 공고화하고 ‘소프트파워·경제블록’ 적극 참여
한국, 美·中 모두에 ‘동북아 핵심축’… 국익 극대화 위해 ‘결미연중 플러스’ 외교안보 전략 취해야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지난주 베이징(北京)에서 개막됐던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11일 폐막했다. 일각에서는 양회를 공산당의 결정을 사후 승인하는 ‘고무도장’으로 폄훼하지만, 당의 방침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전문가 집단과 일선 관료들의 토론과 동의라는 과정을 광범위하게 거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뼈에 살을 붙이는 과정을 통해 공산당에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양회는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전략경쟁 와중에 중국이 어떤 길로 나아갈지를 가늠하게 하기에 특히 주목을 받았다. 2021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샤오캉(小康) 사회’ 달성을 공언한 해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번 양회를 통해 내부 축성(築城)에 주력하면서 외부의 도전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즉 정치 안정과 경제 발전으로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장기집권 기반을 공고화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충돌하는 ‘창’의 방식이 아닌 ‘방패’ 포석의 세(勢) 형성 대외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내부 ‘축성’을 통한 응전

지난해는 코로나19 발생 진원지로 지목됐던 중국의 내정과 외교가 역대 최고 도전에 직면했던 한 해였다. 미·중 간의 전략경쟁이 격화하고, 홍콩을 대상으로 국가보안법이 통과되면서 중국이 그간 추진했던 ‘일국양제’ 정책에 대한 우려가 증대됐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대만 문제를 적극 활용하면서 양안 사이의 긴장이 고조됐다. 코로나19, 생태환경의 악화, 기후변화 등 비전통 안보문제가 부각되면서 중국이 이 분야에서 세계 공공재를 제공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도 제기됐다. 가장 중요하게는 미·중 전략경쟁의 시기에 중국의 대외정책 특히 주변국 외교가 어떻게 나타날지도 관심사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 중국은 어떤 대내·대외 정책을 취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중국은 이미 현 국제정세를 100년 만에 나타난 대변화의 국면으로 보고 미·중 전략경쟁을 ‘장기전’으로 규정했다. 다만, 미국과 정면충돌하기보다는 ‘인류운명공동체’론에 입각해 협력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미국의 ‘탈동조화’ 압박에 대해서는 쌍순환 전략을 제시하면서 기존의 공급 측 개혁과 더불어 내수시장을 대폭 강화한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이번 양회는 이런 중국의 기존 방침들을 보다 구체화하면서 실행에 옮길 정책들을 내놨다. 중국은 미국과의 대외적인 갈등과 충돌보다는 내부적인 민생 안정, 내수 강화, 경제발전에 방점을 뒀다. 내부 축성과 역량 비축을 통해 외부 도전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압박과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을 고려하면서도 6% 이상이라는 비교적 낙관적인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설정했다. 다소 신중하면서도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다. 코로나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소상공인, 농촌, 청년층 취업 등 취약 분야에 대한 배려도 잘 드러났다. 미·중 전략 갈등의 핵심 변곡점이 될 과학·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발전을 촉진하자는 강조점 역시 눈에 띈다.

◇‘방패’ 포석의 勢 형성 외교

창보다는 방패로, 그리고 바둑을 두는 듯한 ‘세(勢) 형성의 포석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다양한 다자무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 그 예다. 위생건강공동체, 국제방역협력 촉진 방침 등을 통해 중국은 소프트파워(soft power) 경쟁에도 적극 뛰어들었다. 미·중 전략경쟁 과정에서 점차 ‘지역블록’화하는 추세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중국 주도의 세계 최대 규모 경제블록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나 일본 주도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같은 지역 경제협력, 중·유럽 투자 협정, 한·중·일 3국 자유무역협정의 추진에도 적극적이다. 이대로 간다면 중국이 지역 경제 협력을 주도하게 된다.

홍콩과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일국양제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국가 주권의 원칙이 우선한다는 입장을 보다 분명히 했다. 이 모든 내용은 미·중 전략경쟁의 시대라는 새로운 역사적인 도전을 맞이해, 중국 지도부가 신중하지만 소극적이지만은 않은 정밀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일반 상식과는 다르게 다양한 전문성을 수용할 수 있는 중국 특유의 정책 결정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사태와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 내정이 크게 불안정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번 양회를 통해 보여준 중국의 모습은 정치적 안정성이 돋보인다.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에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시 주석의 사회주의적 신념이 강고하고 중국 국민은 현 공산당 중심의 정치체제와 지도부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중국 정부의 대국민 정책과 대응책은 충분한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韓 외교 역량 강화 절실

미국 입장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의 반석(cornerstone)은 일본이고, 동북아 안정과 평화의 핵심축(lynch pin)은 한국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동북아·서태평양 전략의 반석은 북한이고, 동북아 국제정치 질서의 핵심축은 한국이다. 대양의 서쪽, 동아시아에서 숨 가쁜 전략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에 모두 ‘린치핀’이 되는 한국으로서는 국익 극대화를 위한 외교·안보 전략이 중요해졌다. 당장은 한·미 동맹을 더욱 다지면서도 중국과도 연합하는 ‘결미연중(結美聯中) 플러스’ 전략이 필요하다.

양회에서도 알 수 있듯, 중국으로서는 한국이 노골적으로 ‘반중(反中) 군사동맹’에 가입한다는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한국과의 우호 관계를 최대한 강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에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추진할 것이다. 반도체 문제에서 불 수 있는 것같이 지금처럼 중국이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한 상황도 없었다. 한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만 있다면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의 미래에 대해 자신할 것이다.

국내에는 미국의 공세로 궁지에 몰린 중국이 한국에 압박 정책을 취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존재한다. 중국이 보여줄 미래와 중국의 역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자신감이 커갈수록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불안감이 동시에 커가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막연한 불신과 혐오감에서는 벗어날 필요도 있다. 중국이 정말 두렵다면, 중국이 부러워할 정도로 더 나은 정치문화와 경제력, 정책 결정 과정, 그리고 외교·안보적 역량을 만들어가는 게 우선이다.

아주대 정외과 교수·미중정책연구소장


■ 세줄 요약

내부 ‘축성’을 통한 응전 : 중국은 이번 양회를 통해 미국과의 대외적인 갈등과 충돌보다는 내부적인 정치 안정, 민생 활력, 내수 강화, 경제발전에 방점을 둠. 즉 내부 축성과 역량 비축을 통해 외부 도전에 대응하겠다는 것.

‘방패’ 포석의 勢 형성 외교 : 중국은 창보다는 방패로, 그리고 바둑을 두는 듯한 ‘세(勢) 형성의 포석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내보임. 시진핑 체제를 공고화하면서 지역 경제블록 등 다자무대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

韓 외교 역량 강화 절실 :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전략경쟁을 벌이는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에 모두 ‘린치핀’임. 이에 국익 극대화를 위한 외교·안보 전략이 중요해짐. 당장은 ‘결미연중(結美聯中) 플러스’ 전략이 필요함.

■ 용어 설명

‘샤오캉(小康) 사회’는 중국이 국가 발전 목표로 제시한 것으로, 보통사람도 어느 정도 잘 먹고 잘사는 사회. 나아가 경제가 부강해 모두가 복지를 누리는 선진국을 ‘다퉁(大同) 사회’라 함.

‘일국양제(一國兩制)’는 ‘한 국가 두 체제’란 뜻이며, 중국이 홍콩과 대만 등에 적용하는 정책. 최초 덩샤오핑이 구상한 것으로 하나의 국가 안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를 모두 인정하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