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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022.05.19] 北, 코로나 속 결속 노린 핵도발 준비… 南, ‘응징적 보복’ 전략 짜야

  • 김흥규
  •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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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흥규의 Deep Read - 北 코로나와 군사도발

김정은, 코로나 확산에 ‘국기결집·한반도 정세 주도’위한 도발 계속…‘핵 선제타격’ 문턱 낮추기
윤석열 정부, 동맹 바탕 위에 ‘자강’ 안보역량 구축 절실… 대북 지원과 응징의 정책 조합 중요

북한이 코로나19가 맹렬히 확산하는 가운데서도 군사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조만간 7차 핵실험이 이뤄질 것이라는 징후들이 속속 포착된다. 이에 국가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윤석열 새 정부의 대북·대외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현시점에서 윤 정부의 대북 정책은 북한의 코로나 방역을 돕는 ‘인도적 지원’과 국가 안보를 위한 ‘군사적 억제’를 결합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코로나 확산에 따른 민심을 진정시키고 애국심과 ‘국기결집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할 것이 분명한 만큼 윤 정부는 북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도록 정책을 잘 조합해야 할 과제가 있다.

◇코로나 속 핵 도발 준비

북한은 윤 대통령 취임 이틀 만인 지난 12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새 정부 출범 후 첫 도발을 감행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처음 공개한 날이기도 하다. 당분간 무력시위보다는 내부 방역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을 비웃듯, 북한은 미사일을 쏘며 국방력 강화계획 이행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김정은 정권은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며 팬데믹 확산의 위기를 드러내면서도 대남 도발은 멈추지 않았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의 추가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 또는 둘 모두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 전이나 후에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하루 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핵실험을 보류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런(보류) 기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수미 테리 미 우드로 윌슨 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 역시 “북한 내 코로나 발병이 ‘무력시위 휴지기’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물론 코로나 확산 와중에 핵실험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도발 유예를 뜻하지는 않는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18일 “이번 주말까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은 낮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미사일 발사는 임박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의 이 같은 관측은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 대량 발생에도 불구, 7차 핵실험을 포함해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앞서 김정은은 “우리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핵 선제타격’론에 대해,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춘 것이라 분석했다.

◇북, 왜 도발하나

북한의 이러한 도발 행태 내면에는 북한의 현실에 대한 나름의 인식과 전략적 판단이 전제돼 있다. 지난 2019년 2월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은 미·중 전략경쟁과 결부해 자신이 직면한 안보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재평가 조치를 단행했다.

북의 결론은 자율성 견지 정책을 우선 추진하고 핵·미사일 능력을 완비해 ‘자강’을 구축하며 추후 한반도의 안보 판을 주도할 역량을 확보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북한이 자율성 견지를 택한 이유는 미·중 전략경쟁 심화에 따라 북의 대중 의존도가 강화되면 이는 안보와 안위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이런 북의 판단은 코로나19 확산에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의 중단 없는 도발 위협과 행보는 오미크론 확산에도 불구하고 가속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북이 코로나 확산에 따른 여론 악화를 막고 민심을 통제하기 위한 카드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계속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이 코로나 확산 속에 대남·대외 군사 도발을 계속하는 게 ‘국기결집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의 경우도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코로나 확산 상황이 국난 극복 의식과 맞물려 여당에 거대 의석을 몰아주게 한 경험이 있다. 김정은 정권도 감염병 확산과 핵·미사일 도발을 주민들의 애국심 고취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특히 한국의 권력교체기마다 군사 도발을 벌여 왔다. 결국 코로나 확산 속 북한의 집요한 군사 도발은 내적으로는 애국심 결집시키기와 맞닿아 있고, 외적으로는 보수 정권인 윤석열 정부 흔들기와 동북아 정세 판 주도하기와 맞물려 있다.

◇응징적 보복 전략

윤석열 정부는 북의 도발에 대해 동맹 강화를 최우선 해법으로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미 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승화시키고 한국형 아이언돔 구축, 3축 체계 완성, 대북 선제타격 등을 포함한 군사적 대비태세를 구축하며 문재인 정부 시기 사라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동맹에의 의존만으론 부족하다.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의 핵심은 한·미 동맹에 기초하면서도 꾸준히 ‘자강’을 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대북 안보 전략을 방어에서 응징으로 이행하는 것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 즉 ‘대항적 공존 전략’에 토대한 ‘응징적 보복 전략’이다.

응징적 보복 전략이란 ‘핵을 가진 북한’에 대해 ‘감내할 수 없는 군사적 타격을 주는 남한’의 안보 역량을 드러내는 것이며, ‘북의 핵 대 남의 가공할 비핵’의 ‘공포의 균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이나 경제·군사 역량을 고려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같은 ‘공포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면 윤석열 정부는 북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평화 구축이나 군축과 같은 제안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북한과의 관계가 대항적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고, 궁극적인 공존 전략으로 나아갈 수 있는 복안이 될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인도적 지원과 군사적 제재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이다. 중요한 건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분만 앞세워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지원과 응징의 조합

북한 코로나 사태의 확산은 외교·안보 면에서 한국에 시간과 기회의 창을 넓혀줄 수 있다. 이는 윤 정부가 ‘북한 주민을 위한 방역 지원’과 ‘김정은 정권을 겨냥한 응징 보복’ 두 개의 ‘정책 조합’을 지혜롭게 해내는 것을 전제한다.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정외과 교수


■ 세줄 요약

코로나 속 핵 도발 준비 : 한·미 당국은 북한이 코로나 확산 와중에 미사일 도발을 계속할 뿐 아니라 결국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고 판단. 김정은은 최근 ‘핵 선제타격’론을 꺼내며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추는 발언.

북 도발의 심리 : 근본적으로는 자율성 견지, 즉 자강 원칙에 의한 것. 코로나로 인해 악화한 민심을 통제하려는 카드라는 분석, 애국심·국기결집효과를 노려 동북아 정세 판을 주도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옴.

응징적 보복 전략 : 한국은 동맹에 기초하지만 꾸준히 ‘자강’ 추구할 필요. 대북 ‘응징적 보복 억제 전략’의 안보 역량을 드러내 핵 도발을 막아야. ‘코로나 방역 지원’과 ‘군사적 응징 전략’의 ‘정책 조합’이 중요.

 

■ 용어 설명

 

‘국기결집효과’란 국난 때 애국심을 고취시켜 단결이 이뤄지는 효과. 미국 정치학자 존 뮬러가 흩어진 병사를 국기 주변으로 불러 모은다는 의미로 ‘rally round the flag effect’라는 말을 창안.

 

‘공포의 균형’은 핵보유국 간의 공멸을 막는 ‘상호억제’ 메커니즘. 이 글에선 南이 비핵 전력으로도 北에 감내할 수 없는 타격을 주는 안보 역량을 보여 북의 핵 도발을 억제한다는 의미로 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