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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021.11.11] <김흥규의 Deep Read> 中 ‘역사결의’로 習체제 공고화… 美에 맞서 ‘국제정치 현상 변경’ 꿈꿔

  • 김흥규
  • 2021-11-13
  • 223

■ 김흥규의 Deep Read - 중국 공산당의 ‘역사결의’

공산당 창설 이후 세 번째 ‘역사결의’… 시진핑 3연임 확정하고 장기집권 체제 정당성 부여
‘100년만의 대변화’ 강조하고 美와 경쟁하며 亞太 군사력 강화… 韓 차기정부 ‘최대 외교난제’ 될 수도

 

중국 공산당 제19차 당대회의 6번째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즉 제19차 6중전회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됐다. 중국 공산당 창설 100년을 맞는 이번 대회에서는 세 번째 ‘역사결의’가 채택된다. 이번 역사결의는 시진핑(習近平) 3연임을 확정 짓고 장기집권 체제를 공고화하는 한편, 미·중 전략경쟁 국면에서 ‘국제정치 현상 변경’에 대한 의지를 결의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6중전회’란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1978년 제11차 3중전회 이후 공산당대회는 5년마다 정기적으로 개최됐다. 그리고 3월 초에는 예외 없이 ‘양회(兩會)’라 불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가 개최된다. 당대회 이후엔 차기 당대회까지 중앙위 전체회의가 7차례씩 개최된다. 이렇게 당과 국가 회의가 정기적으로 개최된 것은 중국 공산당 체제의 안정성을 말해준다.

중앙위 전체회의마다 고유한 주제가 안배된다. 1중전회에서는 새로운 당 지도자를 선출하고, 2중전회에서는 당의 결정을 반영하면서 새로운 국가 지도자의 선발을 준비한다. 3중전회는 당대회가 개최된 다음 해 가을에 개최되며, 새로운 지도부의 혁신 내용을 담은 주요 정책이 발표된다. 제4·5중전회에서는 주요 당 체질, 군사개혁, 경제 관련 정책들이 발표된다. 특히 제16차 당대회 이후부터는 5중전회에서 경제개발 계획이 정례적으로 심의·발표됐다.

6중전회는 대체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와 정신문명 개혁을 다루면서 공산당의 지배체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런 점에서 6중전회는 중국 공산당 통치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한 회의라 할 수 있다. 역사적 경험을 평가하고 미래에 대한 지침을 내려주는 ‘역사결의’들이 채택된 것도 바로 6중전회다.

이번에 열린 제19차 6중전회는 미·중 간 전략경쟁으로 대립이 격화하고 대만 문제로 양안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열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기에 개최되는 회의여서 더 이목을 끌었다.

◇세 번째 ‘역사결의’

중국 공산당은 1921년 창설 이후 두 차례의 ‘역사결의’를 채택했다. 첫 번째는 1945년 제6차 7중전회 당시의 ‘약간의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다. 이 결의를 통해 교조주의적인 공산혁명 이론을 비판하고, 중국적 혁명전략을 채택한 마오쩌둥(毛澤東) 노선이 옳았음을 주장했다. 이 결의는 마오의 혁명전략을 ‘사상’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마오의 절대적인 지위를 보장했다.

두 번째 역사결의는 1981년 제11차 6중전회에서의 ‘건국 이래 당의 약간의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다. 마오 사후 전격적으로 개혁개방정책을 채택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마오의 위상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정책에 대한 정당화가 필요했다. 이에 덩샤오핑(鄧小平)은 마오 생전의 공과에 대해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 평가하고 이를 역사결의를 통해 확인했다. 정치적 안정성을 중시하고 당의 급진적 전환을 억제하려던 의도였다. 덩샤오핑 노선으로 불리는 개혁개방정책의 점진적인 추진이라는 방향성을 확립한 결의였다.

이번 제19차 6중전회에서 등장한 세 번째 ‘역사결의’는 향후 중국 공산당의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진핑 시대의 등장을 선포하는 상징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중국 공산당 100년 역사 속에서 이룩한 성과를 평가하고, 현재 당면한 역사적 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리하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이 과정을 통해 중국 정치 엘리트들의 합의를 달성하고 역량 결집을 꾀할 것이다.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국제적 환경과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적 상황은 시진핑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확신과 결의에 가득 찬 당의 역사 해석은 내년에 개최될 제20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시진핑 시대를 열게 하는 중요한 방향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까지 드러난 시진핑 체제의 국가 운영 흐름을 고려할 때, 이번 역사결의는 시진핑 3연임을 확정하고, 장기집권 체제의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다.

◇국제정치 ‘현상 변화’ 추구

시진핑은 ‘100년 만의 대변화 국면’이란 말을 자주 써 왔다. 중국으로서는 ‘일대일로’ 구상과 ‘사회주의 현대화’ 정책 추진을 통해 중국몽(中國夢)을 이루는 기회의 시기다. 시진핑은 그간 미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정책을 집요하게 추진해 왔다. 군사적으로도 강력히 부상해, 더 이상 과거 ‘백년국치(百年國恥)’ 같은 굴욕의 역사를 되밟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나온 안보 관련 보고서들을 보면, 대만 해협과 서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 무게추가 점차 중국 편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도 확인된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은 대만 통일을 겨냥한 압박을 더욱 키워왔다. 이번에 채택되는 세 번째 역사결의는 이러한 시진핑 체제의 정책 방향이 옳았음을 주장할 것이다. 세 번째 역사결의는 그런 점에서 ‘시진핑 체제의 공고화’ 그리고 ‘국제정치 현상 변경’과 관련한 의지와 확신의 결의로 볼 수 있다.

반면 미국 집권당인 민주당의 통치 역량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버지니아 선거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내년에 치러질 중간선거에서도 참패할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미국의 국내정치가 혼란스러워지는 가운데, 반중(反中) 수사(修辭)는 난무하지만 실제 정책 집행 능력은 약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대외적 환경 변화는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에 엄청난 도전과 번민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외교·안보

이번 ‘요소수 사태’에서도 드러났듯, 중국과 긴밀히 얽힌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 속에서 한국의 취약성이 너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대선 캠프가 내건 외교·안보 정책 공약들은 과거 진영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현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문제의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미 동맹도 점차 변수화하고 있다.

이상이나 당위, 희망 사항의 추구는 대외전략이 될 수 없다. 서투르고 자기 확신에만 가득 찬 대외전략은 국가의 존속을 흔들고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우리와 체제·이념을 달리하는 상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급속히 부상하면서 ‘현상 변경’을 추구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쩌면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차기 정부 5년의 최대 외교 난제가 될 수도 있다.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정외과 교수


■ 세줄 요약

세 번째 ‘역사결의’: 중국이 제19차 6중전회에서 세 번째 ‘역사결의’를 채택. 이번 ‘역사결의’는 시진핑 3연임을 확정하고, 장기집권 체제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등 새로운 시진핑 시대의 등장을 선포하는 상징물이 될 것.

국제정치 ‘현상 변화’ 추구 : 시진핑은 그간 현재의 상황을 ‘100년 만의 대변화 국면’이라 규정. 세 번째 역사결의는 그런 점에서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의 ‘국제정치 현상 변경’과 관련한 의지와 확신의 결의로도 볼 수 있음.

한국 외교·안보의 향배 : 대외적 환경 변화는 우리 외교·안보에 도전과 번민을 안겨줌. 이상이나 당위론에만 기댄 대외전략은 국가 존속을 위태롭게 할 수도.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차기 정부 최대 외교 난제가 될 가능성.

 

■ 용어 설명


‘100년 만의 대변화 국면’이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몽(中國夢)을 일궈내기 위해 100년 만에 찾아온 큰 변화의 국면이란 뜻. 시진핑이 올 들어 ‘百年未有之大變局’이란 말을 쓰고 있음.

‘공칠과삼’은 ‘공적이 7할, 과오가 3할’이란 의미. 원래 마오쩌둥이 스탈린 폭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썼던 것인데, 덩샤오핑이 마오 사후 정치적 안정을 꾀하기 위해 그에 대한 재평가 논리로 빌려옴.